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세 번째 이야기. 알바는 더 이상 돈벌이의 수단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당찬 22살의 이보희씨를 만나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기에 현재 그녀가 하고 있는 알바가 제격이라며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분당에 위치한 한 댄스 학원에서 댄스 강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의 꿈은 과연 무엇일까. 오늘도 자신의 꿈을 되새기며 댄스 학원으로 달려가는 보희씨의 열정 가득한 알바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얼굴이 활기차 보이시네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A. 이렇게 인터뷰 하는 것이 신기하고 기대가 되어서 설레는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나봐요. 뭐 최근에 마사지를 받은 것도 있고요. (웃음)
매우 재치 있으시네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어렸을 적부터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에 관심을 가지고 꿈을 키워온 22살 이보희입니다. 현재 순천향대학교 연극 무용을 전공하고 있어요. 춤과 노래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제게 엔돌핀을 주고 있어요. 현재 많은 경험을 위해 잠시 휴학 중이지만 곧 다시 복학해서 연기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연극무용을 전공하고 계시네요! 혹시 현재 보희씨가 하고 있는 댄스 강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나요?
A. 저는 학교를 휴학하기 전에 학교 동아리 댄스팀인 ‘Axit'라는 동아리의 단장으로 활동했어요. ’Axit'에서 활동하면서 단장은 춤을 잘 추고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직접 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또한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매우 즐겁고 이는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댄스 강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 아르바이트는 돈이 필요해서 시작한 아르바이트라기보다는 보희씨의 꿈을 위하여 도전한 것인가요?
A. 네. 이 아르바이트는 제가 넉넉하고 부자라고 한다 할지라도 했을거예요. 이 시간들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고 경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은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최적의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댄스 강사 면접은 어떤 방식으로 보았나요? 꼭 필요한 조건이라도 있나요?
A. 물론 이 아르바이트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실력이 기본이 돼요. 또한 회원들을 직접 가르치기 때문에 자신감과 리더십도 가지고 있어야 하죠. 저의 경우는 학원장 선생님 앞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오디션을 봤어요. 제가 생각하는 필요한 조건은 즐길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춤에 관련된 테크닉은 시간이 지나면 늘기 마련이지만 음악과 춤을 진심으로 즐긴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 일주일에 며칠, 몇 시간을 근무하고 계신가요?
A. 일주일에 3번 3시간씩 했습니다.
아, 주 3회 3시간 수업이면 일반 과외 보다 훨씬 긴 거네요. 그럼 수입에는 만족하고 계시는 편인가요?
A. 솔직히 만족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 시간들을 제 실력에 투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긍정적이네요. 보희씨는 사람들에게 춤을 가르치기 위해서 따로 얼마나 연습을 하시나요.
A. 저는 보통 한 시간 수업 당 한 시간 정도 준비하는 편이에요. 나만의 워밍업(warming up) 프로젝트, 회원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조금씩 업그레이드 된 수업을 준비하려고 노력합니다.
한 시간 수업당 한 시간 준비라.. 보통일이 아니네요. 그럼 최근 사람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춤은 무엇이었나요?
A. 최근에는 걸 그룹 방송 댄스를 가장 즐거워하세요. 아이돌 댄스요! 이는 비교적 배우기 쉽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날리기에도 좋아요. 또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아이돌의 춤이다 보니 배우고 나면 자신감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아무리 쉬운 춤이라도 춤을 직접 가르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혹시 보희씨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A. 제가 생각하는 저만의 노하우는 그들이 배울 때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이 춤을 추고있는 장소가 교실이 아닌 무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예요.
교실이 아닌 무대에서 춤을 추는 분위기를 만든다.. 말만 들어도 감동이에요. 그렇다면 몸치인 사람들이 몸치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A. 자신감이에요.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있다면 누구나 몸치를 탈출할 수 있어요. 전 회원 분들께 항상 말해요. 평소 회원님께서 쓰지 않던 근육을 쓰게 되면 몸이 어색해질 수 있다고 말이에요. 우리가 어렸을 때 처음 배운 젓가락질, 연필 잡는 방법 모두 이렇게 시작된 거라고요. 저를 믿고 따라오신 분들은 어느새 다양한 동작에 자연스러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호호.
보희씨 회원 분들께 정말 친절한 것 같아요. 저도 보희씨에게 춤을 배워보고 싶을 정도예요. 아, 지금 보니 보희씨 무척 날씬하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춰야하기 때문에 몸매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나요?
A. 이 아르바이트는 몸매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식이요법과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먹은만큼 운동하고 잠을 잘 자는 것이 최고인 것 같아요. 몸매 관리는 너무 힘들어요.
역시 운동밖에는 없는 거군요. 보희씨 몸매 관리 말고도 이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나요? 보람을 느꼈을 때나요.
몸매 관리보다 더 힘든 것은 제가 회원 분들께 난이도가 있는 춤을 가르쳐드렸을 때 금세 포기할 때예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보람을 느꼈을 때는 하루하루 회원 분들의 눈빛이 자신감으로 채워지고 있을 때예요.
진정한 선생님의 마음인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A. 꼬마아이를 가르쳐본 적이 있어요. 게다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았어요. 그때의 답답함이란……. 한 시간이 열 시간 같았어요. ‘오케이?’와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그리고 ‘언더스탠드?’만 반복했네요.
무척 당황스러우셨겠네요. 보희씨 좀 더 진지한 질문을 해볼게요. 이 아르바이트가 보희씨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생각하시나요.
A. 물론이죠.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제 스스로에게도 학습이 되었어요. 이는 곧 제 실력이 되었고요. 뿐만 아니라 이 직종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 인맥형성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훗날 제가 이쪽 계열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보희씨의 답변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댄스 강사라는 아르바이트에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이러한 사람들에게 보희씨가 전하고 싶은 조언 같은 것이 있나요?
A. 이 아르바이트는 춤을 가르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몸을 같이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이 회원들과 오고갑니다. 회원들을 다정다감하게 대하고 진심으로 항상 수업에 임해야하는 것을 잊지 맙시다. (웃음)
보희씨의 답변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럼 보희씨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일단 학교에 곧 복학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공연예술과 무대 퍼포먼스 등 많은 작품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지금과 같은 보희씨의 열정이라면 반드시 이루실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보희씨 처럼 자신의 꿈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아무리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 할지라도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이 많을 것이고 실망을 하는 경우가 있을거에요.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어요. 또한 힘들지만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분명 내 자신이 성숙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을거예요. 혹시 수입에 만족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이 시간들이 자신에게 밑거름이자 투자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분명히 힘이 날 거라 생각해요.
그녀는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춤 연습을 해야 한다며 부지런을 떨었다. 그녀의 눈빛과 말투에는 20대만의 특권인 패기와 열정이 살아 숨쉬었다. 단순히 아르바이트가 돈벌이의 수단이 아닌 자신의 꿈의 밑거름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보희씨는 감동이었다. 보희씨의 인터뷰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아르바이트에 대한 고되고 우울한 생각을 떨치고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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