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
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네 번째 이야기. 특별히 추석특집이니 기대해도 좋다. 누구는 연휴를 만끽하며 송편을 집어 먹으며 어떤 추석특선영화 볼까 고민할 때, 여기 추석선물세트 코너에서 남다른 추석을 보내는 이가 있다. 21살 김진영씨를 만나봤다. 인천의 모 백화점 추석선물세트 코너에서 백화점 폐점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판매에 임하는 그녀, 꿈에 다가가기 위해 명절에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번 학기에 대학교를 휴학한 잉여백수, 김진영입니다. 서울의 모 대학에서 에너지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공순녀에요.

백화점에서 알바하신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 건지 말해주세요

추석맞이 전통주 코너에서 전통주를 팔고 있어요
. 판매, 포장, 배송 모두 하는 일인기업이랍니다.

오늘은 백화점에 안 나가시나 봐요.

오늘은 추석당일이라 백화점이 쉬는 날입니다. 오늘은 집에서 가족들과 쉬어야지요.

아 그렇군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했죠?

백화점 개장시간은 10시 반부터이지만 저는 10시부터 나가서 준비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폐점하는 8시 반까지 일을 합니다.

사실 추석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쉬고 고향에 내려가 연휴를 즐기잖아요. 그럴 때는 어떤 느낌이 들죠?

사람들이 전통주나 다른 선물세트를 사면서 즐겁게 추석 연휴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때 좀 답답함을 느껴요. 남들에게는 즐거운 추석인데 저는 12시간 내내 서서 일하잖아요. 하지만 저도 남들 다 쉬는 추석 연휴에 일하는 목표가 있기에 괴리감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어떠한 목표가 있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많을 돈을 버는 것이죠. 사실 제가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어요. 이런 목표가 있기에 불평 없이 일하는 것이랍니다.

추석연휴에 알바를 나가서 아쉽거나 속상한 점이 있나요?

원래는 집에서 엄마 추석준비를 도와드려요. 명절 때면 항상 각종 제사상에 오를 음식들을 준비하시느라 바쁘시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알바 하느라 하나도 도와드리지 못해서 속상합니다.

추석과 같은 연휴기간동안 단기 알바를 구하는 곳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이런 알바 추천하나요? 추천한다면 그 이유는?

굉장히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단기알바의 제일 큰 장점인 단기에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일반 알바보다 확실히 시급이 세답니다. 알바를 하면서 알았는데 이런 높은 시급을 노리는 점오배족( 추석 같은 명절 때는 보통 시급의 1.5.배이기에 이를 노리는 단기알바생을 일컫는다.)들도 있더라고요. , 이런 사회경험을 미리 해보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잘 배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팀의 아주머니들이랑 친하게 지내기 위해 예쁘게 보이는 방법 등을 스스로 연구하게 되거나 어떤 멘트를 고객님들이 좋아하실지 공부하게 되죠. 또 판매업무 같은 경우에는 매니저나 파트리더가 직접 도와주거나 노하우 같은 것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과정들이 보람차서 좋았습니다.






역시 알바는 보람을 느낄 때 가장 값진 것 같네요
. 혹시 주변에 자신처럼 추석 연휴기간동안 알바 하는 친구들이 있나요?

친한 친구 한명이 같이 일했는데 그 친구는 일인기업인 저와는 다르게 배송 코너에서 배송접수만 합니다. 같은 백화점에서 일해서 같이 밥 먹고 그랬죠. 여담이지만, 그 친구는 주3파라서 라서 학교를 빼먹고 알바를 했답니다.

판매직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물론 기쁘고 보람찬 일들이 기억에 남지만 인터뷰의 흥미상 진상인 손님들을 얘기해 줄게요. 우리 전통주팀 앞에 팀이 홍삼팀인데, 얼마전 어떤 아저씨가 홍삼팀의 경쟁 업체가 많다는 점을 이용해 터무니없이 많은 사은품을 요구했어요. 정찰제인 백화점에서 흥정도 하면서 계속 진상을 부리셨어요. 이미 한 가득 사은품을 받으셨는데도 더 달라고 홍상팀을 반협박 하셨어요. 사은품 더 안주면 다른 업체 가서 산다고... 결국 그 아저씨가 산 것보다 사은품을 더 많이 받아갔어요. 알고보니 자주 홍삼즙 시식코너를 돌며 몸보양을 하시는 분이더군요에휴 아침부터 와가지고...

모든 서비스직 알바생들이 그렇겠지만 한번은 꼭 진상인 손님을 만나게 되군요. 앞으로 또 이런 알바를 할 계획이 있나요?

또 있다면 계속 할 생각입니다. 다음 명절 때 또 오라고 매니저한테 제의받았어요.

마지막으로 자신과 같이 추석 때 일하는 알바생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알바를 하는 사람들 다 목표가 있을 건데, 지금 잠깐은 힘들더라도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갑시다. 아 말하고 보니 참 상투적이네요. 하하


만약 당신에게 휴일에 학교를 나가거나, 일하러 나가야 된다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 야유와 함께 한숨을 푹 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목표가 있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의지가 있다면 지금 하는 일에 미소로 먼저 임할 수 있다. 김진영씨처럼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녀와 같이 자신의 꿈을 위해 추석연휴의 달콤함을 포기하는 이가 있기에 우리 20대의 앞날이 밝다. 혹시 추석연휴에 땀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20대를 보게 된다면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쳐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