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인데 뭐 할꺼야?"
"계절학기 듣고 토익학원 갔다가 스터디 참석하고..."
요즘 20대에게 여름방학이란 대기업이 원하는 스펙을 갖추고 토익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데 쓰이는 치열한 시간이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은 만석이고, 커피숍에서도 영어책이나 노트북을 가지고 공부하는 대학생들로 붐빈다. 하지만, 학교공부와 스펙 쌓기에 충실해도 돌아오는 건 미지근한 열정뿐이라며 과감히 배낭하나를 매고 유럽여행을 결심한 여대생 2명이 있다.
자신의 이력서에 한 줄의 경력과 스펙 쌓기에 치중하는 대신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면서 얻는 다양한 국제 경험과 세상을 보는 시각, 문화적 감수성이 최우선이라 생각하는 2명의 여대생은 오늘도 커피숍 한 켠에 앉아 지도를 펼쳐들고 있다. 사회가 만들어낸 스펙위주, 경쟁구도에서 지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하려 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이번여름방학 유럽여행 일정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오민지: 오민지 22살 현재 파트타이머이고, 9월말부터 2주간 파리, 이태리, 체코, 오스트리아를 다녀올 예정이에요.
금수정: 이름은 금수정, 현재 영화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번 유럽여행은 같이 일하는 친한 동생들과 함께 진행해 설레는 맘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가고 싶었던 파리, 이태리 등 유럽으로 루트를 정하게 되어 더 기대가 되네요.
Q. 맨 처음 어떤 계기로 유럽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나요?
오민지: 유럽여행을 준비한건 처음이에요. 작년에 1년간 회사를 다녔는데 일을 하면서 제 인생에 회의감을 느꼈어요. 회사를 그만둘 계기가 생기면서 20대에 할 수 있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평소 유럽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단기간에 여러 나라를 여행하기엔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계획하게 되었어요.
금수정: 2년 전 친구들과 첫 유럽여행으로 프라하를 다녀왔었는데, 아직도 그때 그 설레임과 추억들이 생각나요.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느낌이요. 그래서 올해 혼자라도 떠나볼까 했는데, 다행히도 동반 유럽여행 의지를 보여준 동생들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Q. 유럽여행의 경비가 만만치 않은데 학생인 신분으로 금전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오민지: 일할 때 조금 모아뒀던 돈과 지금 파트타임을 하면서 아직도 모으고 있어요. 경비마련의 어려움과 부담감은 지금도 가지고 있고요. 유럽여행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서 지금은 파트타임을 2개나 할 정도예요. 예를 들면 유레일패스를 포함한 경비나 박물관 같은 유적지 입장료 등 워낙 물가가 비싸다 보니 준비를 하면서 사소한 것에 놀랄 때가 많아요.
(유레일패스란? 유럽의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기차 패스.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눠진다.
1.연속 사용가능한 유레일 글로벌 패스: 15일 권, 21일 권, 1개월, 2개월 권으로 나누어 지고 유럽의 22개국에서 사용가능하다.
2.비연속적으로 사용하는 유레일 셀렉트 패스: 기본 3개국 5일 권부터 있고 최대 5개국까지 지정을 할 수 있다. 국경을 접하는 나라를 선택해서 여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금수정: 유럽 뿐만 아니라 여행을 준비할 땐 금전적인 부담이 항상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꾸준히 30만원씩 적금을 넣고 있는데 턱없이 부족해서 근무시간을 더 늘리면서 일을 해가고 있어요. 하지만 여행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늘어난 근무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직장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여행경비를 모으는 친구들을 종종 보긴 했지만 ,빠른 기간에 여행경비를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개인시간도 없고, 건강상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단점이 있더라고요. 저만해도 이쁜 옷과 신발 등등 사고 싶지만, 그런 것들은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여행 하나만을 목표로 두고 참고, 또 참았어요. 한동안 나를 위한 투자는 여행경비로만 쓰게 됬어요. 유럽여행을 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참을성과 인내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Q. 유럽 여행에서 득과 실을 얘기 한다면요?
오민지: 저는 준비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계획단계를 되짚어 봤을 때, 얻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된 거? 여행을 준비만하면서도 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느꼈거든요. ‘유럽여행’은 항상 꿈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차근차근 준비했던 것이 끝이 보이고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 을보면,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느껴져 많은 힘이 됐어요. 어려웠던 점은 유레일패스에요. 여행을 준비하면서 유레일패스를 처음 알았는데 종류도 많고 패스권에 날짜 하나라도 잘못 기입하면 70만 원 상당이 그냥 날아가 버릴 만큼 까다롭더라구요. 패스권이 생소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유럽여행에서 제일 많이 겪는 난관이라고 생각해요.
금수정: 2년 전 프라하를 다녀왔을 때, 우리나라와 다른 점들을 보면서 신기했었고, 여행의 긴장감과 설렘이 있어 참 좋았어요.
얻을 수 있는 점이라면, 뭐든지 빨리 빨리를 외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르게 유럽 사람들은 참 여유롭게 생활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고 참 신기하면서도 배울 점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프라하시청 앞에 보면 스물일곱 명 개혁자들이 처형을 당했는데 그때를 그 장소를 기억해둔다고 1621 라는 숫자를 표시해 두었다고 하더라고요. 1621년에 일어난 일이여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소한 것도 기억해두기 위해 길이나 건물에 남겨 놓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처음이라 길도 잘 모르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가장 힘들었어요. 이번 여행에는 그 나라에 맞는 여행 언어 책을 여러 권 준비할 생각이에요.(웃음)
Q. 수정씨가 2년전에 했던 여행 중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금수정: 예전에 프라하 여행을 할 때 배고파서 서성이던 중 한국인에게 익숙한 맥도날드를 우연히 발견해 들어갔거든요. 안 되는 영어를 쓰면서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키며 겨우겨우 주문을 했어요. 당시 여름이라 많이 더웠고, 목이 말라 콜라를 금방 다 마시고 리필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어요. "콜라리필" 이라고 당당하게 말 했더니, 직원 분은 알아듣지를 못했어요.
알고 봤더니, 콜라를 "코크"라고 읽더라고요? (웃음) 리필도 제 발음이 이상했는지;; 혀를 더 굴리면서 "리~피일"이라고 말 했는데 그제서야 알아듣고 리필 받았어요. 이렇게 나라별로 뜻은 같은데, 말하는 발음들이 다른 경우도 종종 있잖아요. 잘 알아보고 가야 창피하지 않겠죠? (웃음)
Q. 취업걱정으로 학기 중, 방학기간 중에도 스펙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많은데 자신들은 여행준비 하는 것에 걱정 되지는 않나요?
오민지: 항상 걱정이 되요. 그래서 지금 여행준비하면서 취업준비도 함께 하고 있어요. 물론 다른 학생들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이 여행이 내 미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른 학생들이 얻지 못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되겠죠?
지금은 제게 있어서 너무 복잡한 시기인데 정리 할 여유조차 없어요. 왠지 지금 여행에만 집중해도 스펙이라는 답답한 굴레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상 앞에서 토익 성적을 올리는 것도 자신의 스펙을 준비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넓은 곳에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도 나만의 스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펙을 쌓는 방법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니깐.(웃음)
금수정: 아무래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토익성적을 올리고 기업이 원하는 조건에 자신을 맞추는게 중요하겠지만 나는 취업이 내 최종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자기가 원하는 꿈이 있기 때문에 취업을 하는 것 일수도 있는데, 나는 내 꿈이 이렇게 세계여행을 하는 거에요. 나이가 들면 제약받는 것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 자유로운 20대에 좀 더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고 이렇게 계속 여행하고 싶어요.
Q. 조금 더 상세하게 말해줬으면 해요. 사실 유럽여행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은 많지만 금전적인 문제나 취업걱정 때문에 선뜻 준비를 하지 못하잖아요?
금수정: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적지 않은 나이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인생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감인데 누가 먼저 떨쳐내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저도 첫 유럽여행 때 금전적인 문제로 많이 고민도 하고, 조금 무리를 해서 가긴 했었지만, 다녀온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저 자신의 마음과 생각들이 안정적이에요. 삶에 대한 여유로움과,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여행 다녀오길 잘했단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친구에게 추천받은 한비야의 책에서 여행의 의미를 봤던 기억이 나요.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면요?
오민지: 매체를 최대한 이용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예를 들면 블로그나 카페 같은 여행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되요. 위에서 말한 패스권 같은 경우도 블로그나 여행사를 통해 기차를 예약하는 것 까지 도움을 받았어요. 블로그는 자신의 경험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팁을 얻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예를 들면 베르사유 궁은 넓어서 걸어 다니면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소비되지만 국제면허만 있으면 카트를 대여해서 타고 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금수정: 국내여행도 마찬가지고 국외 여행도 사전준비가 철저해야 해요. 언어 장벽처럼 타지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2배로 당황하게 되고 의욕을 잃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기존 여행자들의 여행 팁이 유용하게 나와 있어요.
우선, 여행을 준비하기 전 여행테마를 정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예를들면 ‘맛집 탐방’이라는 테마를 정하고 각 국을 갈 때마다 대표음식을 꼭 먹어보는 거요. 스페인 빠에야, 프랑스 달팽이 등.. 한국에선 먹어보기 힘든 음식들이니 기억에도 남을테고 비싼 경비를 들여가는 것인데 어영부영 보내는 것 보다 테마가 있으면 실속있는 여행이 될 거에요. 그 외에도 유럽 길거리 공연만 찾아다니기, 도시 야경 찍기 등이 있어요. 또 유럽여행을 떠날 땐 무조건 가볍게 떠나는 것이 좋아요. 기본적인 생필품과 옷은 현지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고, 여행에서 쇼핑은 빠질 수 없으니 돌아갈 때는 짐이 몇 배가 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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