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여섯번째 이야기! 새로운 경험을 사랑하는 대학생 이소연씨를 만나, 단순한 과외 아르바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그녀의 알바담을 들어보았다.


 


본인이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인터넷 화상 강의로 아이들을 가르쳐요. 한 아이 당 30분씩이고 아이들은 주로 중학생이 대부분인데 초등학생, 고등학생도 더러 있어요. 원래는 국어, 영어,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데 보통은 영어에 많이 집중해서 가르치는 편이예요. 아르바이트 한지는 1년 2개월 정도 됐어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알바가 제 첫 알반데, 그냥 충동적으로 알바라는 걸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아르바이트 홍보 사이트를 뒤지다가 학원인줄 알고 지금 알바하고 있는 곳에 찾아갔는데, 사무실 안에 컴퓨터와 화상 카메라만 쭉 놓여있더라고요. 당황했지만 급여 조건이 좋았고, 오히려 부담 없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알바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무작정 알바를 시작하게 된거죠.

그래서 무작정 해보니 좋던가요, 나쁘던가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죠. 일단 좋은 점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아이들을 가르쳐볼 수 있는 기회도 되고, 한 달에 한 번씩 학부모 상담도 하는데, 학부모들과 얘기하다보면 어른들을 대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나쁜 점은 뭐예요?

시급이 너무 낮다는 거요. 애초에 제시된 임금이랑 실제로 받는 돈이 차이가 나서 당황스러웠어요. 처음에 아르바이트 모집 홍보 글을 봤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 일할 경우 월급 40만원, 세 번 일할 경우 월급 60만원이라고 돼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학생 수에 따라 급여가 유동적으로 바뀌더라고요. 제가 노력한다고 해서 학생 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에요. 담당자가 정해주는 대로만 일할 뿐이죠. 그렇게 해서 제일 많이 받아본 월급은 32만원, 가장 적게 받았을 때는 22만원이었어요. 저와 같이 일한 동료들도 다들 투덜대죠. 제 후배도 아르바이트하다가 그만뒀어요. 저는 문과 과목을 가르치니까 이과 과목을 가르치는 다른 알바생과 짝을 이뤄서 일하는데, 얼마 전에 들어온 파트너는 첫 월급을 받더니 못하겠다며 바로 그만두더라고요.

그만두는 동료들이 주변에 많다고 하면서 정작 소연씨가 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요? 급여 조건에 불만이 있으시잖아요.

물론 월급은 예상대로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제 성격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좀 있는 것 같아요. 계속 하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편하고, 다른 아르바이트 구할 일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하고요. 이미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적응이 돼서 새로운 일을 하느니 차라리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더 들더라고요. 또 다른 아르바이트도 급여가 한 달에 30만원 정도 하니까, 지금 하는 알바랑 큰 차이는 없잖아요. 그리고 언젠가 약속한 대로 주겠지 하는 마음도 있어요. 그래서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1년 2개월 째 하고 있는거죠.



그렇군요. 언젠간 노력한만큼 급여로 꼭 보상받길 바랄게요. 학부모 상담도 한다고 했는데, 마냥 편한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부담스럽지 않나요?

제가 아이들을 직접 만나 가르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정말로 저한테 보여주는 만큼 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그런 걸 알아보기 위해서 학부모를 통해 강의를 잘 듣고 있는 건지, 성적은 올랐는지 확인해야 해요. 물론 가끔 저한테 부담스럽게 행동하는 학부모님도 계세요. 아이와 수업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경우도 많죠. 보통 화면에는 잘 안보이게 아이 옆에 앉아서 조용히 지켜보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가끔 아이 뒤에 붙어 대놓고 수업을 지켜보는 경우는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불편해요.

학부모와 함께 하는 수업이라.. 정말 당황스러웠겠네요.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나요?

인터넷 강의는 학원보다 저렴하고 집에 컴퓨터만 있으면 쉽게 들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시골에 사는 학생들이 듣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하루는 어떤 아이에게 제가 교재를 하나 사오라고 했는데 계속 교재를 안 사오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꾸짖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학생이 교재 한 권을 사려면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시내로 나가야 한다는 거예요. 도시에 사는 제가 그 아이 상황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아이들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느낌이에요.

또 다른 아이는 도저히 직접 만나 가르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아이였어요. 그러니까, 굳이 사교육을 해야 한다면 화상 강의가 아닌 과외나 학원 강습이 필요했던 거죠. 학부모 상담 때 "아이에게 일대일 과외를 시켜보는건 어떠세요", 또는 "학원을 다니게 해보는건 어떨까요" 제안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회사에서 그런 말은 절대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제안을 하면 제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강의는 안 듣게 될테니까요. 그럴 때 마음이 찝찝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화상 강의가 아닌데, 그런 말 못하고 저는 계속 가르쳐야 하니까요.

화상 강의다 보니 정말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특징이 있군요. 아이들을 직접 만나지 않는데, 친해지기도 힘들겠어요.

물론 직접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우연히 길에서 마주쳐도 아무렇지 않게 인사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요.

가끔 화상 강의라고 나쁘게 행동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조금만 잔소리하거나 하기 싫은 것 시키면 컴퓨터가 고장난 척을 하거나 카메라를 돌려버리기도 하죠. 또 제가 직접 확인을 못하니까 학생이 거짓말을 할 때면 정말 화가 나요. 숙제를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까 독해를 시키면 인터넷 번역기에 문장을 집어넣고 번역기 말투로 독해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화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아르바이트가 마냥 편하려고 하는건 아니니까요.

벌써 2년째 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신데, 다른 사람에게 이 아르바이트를 추천해주고 싶은가요?

누굴 가르치고, 사람을 대하고 싶은 경험이 필요하다면 추천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이라면 이 알바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거예요.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기대만큼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데도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이소연씨는, 아르바이트에서 작은 카메라를 통해 만나는 다양한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가끔 당황스러운 일도 있지만 이 모든 게 다 새로운 경험이라 뿌듯하다는 이소연씨에게 이제 수난은 그만! 즐거운 알바생으로 행복하게 일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