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다섯 번째 이야기. 흔히 부자들의 스포츠라 여기는 골프. 신사적일 것만 같았던 골프장, 그렇지 만도 않았다. 방학동안 골프장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경험한 여대생을 만나 골프장 아르바이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기사에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습니다. 

  

Q. 알바를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알바를 하게 된 특별한 동기는 없어요. 다른 학생들처럼 방학 동안 용돈벌이를 하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고, 전공과는 밀접한 관련이 없어 스펙을 쌓으려는 것은 아니였어요.

  

Q. 대부분 골프장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잖아요. 혹시 불편함은 없었나요?

제가 일했던 골프장은 숙식이 제공되는 시스템이었어요. 물론 숙식은 무료로 제공된답니다. 저는 다행히 집이 가까운 편이여서 회사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골프장 내에 마련되어있는 아파트에서 지냈어요.

 

Q. 골프장 레스토랑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하루 일과를 좀 말씀해 주세요

먼저 출근하면 청소 후 손님들에게 접대할 접시들과 주전자를 셋팅하고 손님을 맞게 됩니다. 서빙이 끝나고 손님들이 필드에 나가게 되면 식기세척기에 접시를 돌리고, 물기를 닦아내는 작업(핸들링)을 합니다. 한가한 시간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대부분 다음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합니다. 또 한차례 점심시간에 바쁘게 손님들을 응대하고 또 다시 뒷정리로 이어지는 그런 하루 일과에요.

 

Q. 거의 쉬는시간이 없는 것 같은데 알바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 였나요?

손님이 밀려서 밥 때를 지나쳤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허겁지겁 식사를 할 때면 서럽기도 하고 그랬죠. 구두를 신고 하루 종일 있어야 해서 발이 너무 아픈 점도 힘들었던 점 중 하나에요.

 

Q. 골프는 흔히 신사적인 스포츠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 손님들도 모두 신사적인가요?

아니요. 그렇지만도 않아요. 빙수를 비벼달라는 손님들도 있는걸요. 아무리 서비스직이라지만 빙수정도는 비벼 먹을 수 있지 않나요? 아 그리고 전날 속이 많이 안 좋았던 손님이 테이블에 엎드려 있다가 봉지를 가져다 달라해서 갖다주었더니 식당내에서 구토를 했던 적이 있어요. 속이 안 좋아서 화장실까지 갈 힘이 없었다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봉지에 담겨 진 그 물건을(!!!) 테이블 위에 놓고 갔던 손님은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었죠.


또 한번은 콩국수의 면발이 이상하다며 컴플레인이 들어왔어요
.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께서는 납품 받아 만드는 것이라 모두다 그 면밖에 없다고 설명하셨죠. 그랬더니 그 회원 분은 그럼 업체를 바꿔달라며 항의했습니다. 그 분은 골프장 회원이 원하면 뭐든지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Q. 정말 황당한 손님이네요. 색다른 경험이 많으신 것 같은데 혹시 알바를 하면서 서러웠던 일들은 없었나요?

골프장은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이 되요. 그래서 그런지 손님들은 자신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고, 당연히 알바생들이 얼굴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죠. 매번 방학마다 바뀌는 알바들이 손님들의 얼굴을 알리 없는데, 그 분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했던 골프장은 라커 후불제에요. 오시는 분들이 연세도 많으시고, 무엇보다도 알바들이 자신을 알 것이라고 생각해 발음이 많이 뭉개지고 부정확 합니다. 특히 지방 분들은 더 그래요.


일하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어, 손님들이 밀려드는 시간 때에는 몸이 10개라도 모자라요. 특히 음료수 같은 것도 얘기하지 않고 마음대로 가져가는 손님들이 계신데 이런분까지 모두 케어하기는 힘들죠. 한 번은 손님 성함을 듣고 적어놓은 후 한가한 시간에 포스(기계)에 입력하려고 할 때, 비슷한 이름이 너무 많아 찾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45000원이 미스가 난 적이 있었어요. 과장님에게 정말 많이 혼나고, 그래서 제가 이 일을 책임져야 할 것 같아 월급에서 제외하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면 제 하루 일당이 날아가는 것이어서, 목까지 차오르는 그 말을 누르고 죄송하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게 알바생의 설움인거죠?

 

또 하루는 식당에 어떤 손님이 핸드폰을 두고 간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 분이 핸드폰을 놓고 간 이후에 주임님께 인수인계를 받았습니다. 두고 간 손님에게 핸드폰을 전달하라는 내용이었죠. 물론 핸드폰은 받으면 안 된다고 사전에 교육을 받습니다. 여자 목소리가 들리면 절대 안되기 때문이래요. 때문에 핸드폰이 몇 번 울렸지만 받지 않고 그 핸드폰을 진행팀에 넘겼습니다. 20분 후에 핸드폰을 찾은 분이 나타나 왜 대체 전화를 받지 않았냐며, "사람 약 올리려고 일부러 감춘거냐, 교육이 덜 되어 있다" 며 화를 냈어요. 전 정말 억울했습니다저는 받지 말라는 교육을 충실히 이행했던 것 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전 알바생이라 그런 말은 하지도 못하고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습니다.

 

Q. 아, 서러웠던 일들이 많으셨네요. 정말 방학동안 알바를 하시며 많은 일을 경험하신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골프장 알바 추천해 주고 싶은신지요?

노동에 비한 시급은 적다고 생각하지만 매 시간마다 바쁜 것은 아니니까 그냥 괜찮다고 생각해요. 특히 진로를 호텔리어나, 관광경영 쪽으로 생각하신 분들은 골프장 알바가 사회 경험상 괜찮은 것 같아요. 서비스 업에 종사하라면 손님들을 깍듯하게 대해야 하니까요. 이왕 깍듯하게 대하려면 또래 친구들이 오는 레스토랑 보다는 나이 많은 어른들을 상대하는 골프장 레스토랑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해요.

골프는 신사적인 스포츠의 대명사다. 사회적 위치,경제적 위치가 높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라, 일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골프장 레스토랑 역시 일반 패밀리 레스토랑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인터뷰이의 말처럼, 하루 일당을 생각해 알바를 하며 억울했던 마음을 표현 할 수 없는 것이 대학생 아르바이트의 현실이다. 내가 커피 전문점에서 사마시는 커피가 주문을 받던 알바생의 시급이라 생각하면 돈 버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접적으로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하게 폭넓은 사회 경험을 하는 것은 좋지만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제일 먼저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