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가 소위 ‘절친’이 되어 서로 얼굴만 봐도 깔깔 웃는 사이가 되기엔 국가 간에 많은 앙금과 오해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게 행했던 악행들을 덮으려 다음세대들에게 잘못된 역사 교육을 하고 있어서 일본의 젊은이들은 역사를 잘못 알고 있는 실정이고 이런 일본의 태도로 쌓인 한국과 일본 간의 싸늘한 기류는 최근의 독도문제로 인해 심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여기에 서로의 오해를 풀고 견해를 이야기 해나가는 평화를 위한 작은 모임이 있다. 그 이름은 ‘동아시아 공동 워크샵’으로 일본이 한국에 행했던 악행 중 하나인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해발굴을 계기로 시작한 워크샵이다. 1997년 홋카이도 슈마리나이에서 시작한 이 워크샵은 현재까지 서로의 인식을 좁혀나가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 모임을 기획하는 단체인 동아시아 평화마을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강호봉군을 인터뷰했다.
Q. 동아시아 공동 워크샵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A. 동아시아 공동 워크샵은 1997년 훗카이도 슈마리나이 강제징용자 유해 발굴과 함께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발굴과 함께 한일 학생들이 모여 토론회를 열었는데 점차 참가자들이 다양해졌죠. 토론의 주제는 처음에 한일관계에 대한 것이었다가 점차 동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는 것으로 범위가 넓어졌죠. 일 년에 여름, 겨울 두 번 진행되고요.
Q. 이 워크샵에 참가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역사, 특히 한일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중일 청소년 역사캠프라는 캠프에 참가 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대학생 자격으로 다시 그 캠프에 참가했는데 거기서 선생님이 이 워크샵을 소개해주셨어요. 여담으로, 참가하고 나니 그런데 사람들이 학교에서 본 선배들과 선생님이 계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우리 과 교수님들이 관여하시는 행사였던 거죠(웃음). 그렇게 처음 인연이 닿았고 지금까지 참가하게 되었어요.
Q. 직책을 맡은 이후 어떤 일을 진행해오셨나요?
A. 우연한 기회로 직책을 맞긴 했는데 자세한 지식이 없고 실정을 잘 모른단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일단 홋카이도 현장에 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6개월 동안 도노히라 선생님(워크샵 주최 단체 대표)께서 대표로 계시던 보육원에서 인턴을 했죠. 제가 있던 곳에서는 역사관련 행사들이 많이 열렸어요. 만약에 역사 관련 단체가 한국에서 홋카이도로 행사를 하러 오면 그럴 때마다 항상 코디네이팅을 하는 단체가 도노히라 선생님이 공동대표로 있으시던 ‘홋카이도 포럼’이라는 단체였죠. 저는 그 사이에서 통역도 하고 실무도 도왔고 주로 통역을 했죠. 그러면서 전 ‘아 내가 정말 역사문제에 관여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어요.
그 이후로도 동아시아 공동워크샵 뿐만아니라 청소년 워크샵 등 관련 행사에 참가했고, 최근에는 여름에 지리산에서 워크샵을 열었어요. 뭐, 저는 책임지고 일을 끌고 가는 사람이고요. 일하는 사람이죠. 잡일(웃음). 저는 기본적인 틀만 준비하는 사람이에요.
2011년 홋카이도에서 열린 겨울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는 인터뷰이 |
인터뷰이가 한-일 통역을 하고 있다. |
Q. 동아시아 공동 워크샵의 진행 형태는 어떻게 되나요?
A. 앞서 말했듯이 일년에 두번 여름과 겨울에 열려요. 겨울은 홋카이도 슈마리나이(강제징용자들의 유골이 발견된 지역)의 절 광현사에서 열리고 여름은 한·일 둘 중 한 곳에서 유동적으로 열리죠. 그리고 워크샵이 열리면 한 데 앉아서 말로만 토론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나누어서 현지 조사도 하러다녀요. 인터뷰를 하거나 답사를 하고 그것들을 토대로 다시 토론을 하죠. 주로 그 해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활동을 해요.
2010년, 3차 유해 발굴이 진행중인 발굴장.
Q. 토론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강제 징용자의 유해 발굴을 계기로 시작했지만 주제를 유해발굴에만 한정시키지 않았어요. 계속해서 범위를 넓혀갔죠. 예를 들어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재일교포 문제(예를 들어서 일본인은 지문을 찍지 않는데 재일교포에게 강제로 지문을 찍게 하는 것이나, 민족학교만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것 등), 아이누인, 임진왜란 직전 조선통신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최근의 원전폭발 이야기까지, 동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제로 고민하고 이야기를 해요.
Q.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분위기가 궁금해요. 토론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A. 마찰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현장의 분위기는 정말 즐거워요. 이상하게 참 무거운 주제로 모인 자리인데 굉장히 유쾌하죠. 그런데 절대 그것이 개념 없이 ‘아하하’ 즐거운 건 아니고요. 인상 깊었던 말씀인데, 이 워크샵을 두고 도노히라 선생님께서 ‘목숨은 잃은 유골이 우리를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들었다’라고 하셨어요. 유골이 모은 우리들이 서로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편견을 이 자리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긍정적인 자리인거죠.
Q. 현장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에피소드는 많죠. 저도 들은 이야기론 행사가 열린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인데, 일본 학생이 한국에서 가져온 설문지를 보고는 우릴 죄인 취급하다며 화를 낸 일이 있었다고 해요. 이런 마찰들과 시행착오가 계속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왔죠. 물론, 좋은 일도 있었고요. 여기서 만나서 결혼까지 한 커플도 꽤 있어요.
아, 날씨가 추워서 별일이 다 일어나요. 홋카이도는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데, 한번은 난로가 고장이 났었어요. 절에서 합숙하던 학생들이 난리가 났었죠. 그리고 이곳은 냉장고를 음식이 '얼지 않게' 보관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해요(웃음)
Q. 인터뷰이가 생각하는 동아시아 공동 워크샵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동아시아 공동 워크샵은, 그 안에서 작은 공동체 하나를 만들어 내고 인식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직접적이고 대면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아요. 서로 잘모르거나 오해하던 사람들이 모여 친구가 되는 거요.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우리 전체의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어 낼지에 대한 고민의 장과 실험의 장이 되지 않나 싶어요. 한·중·일 그리고 재일교포 등의 사람들이 큰 사회에선 서로 배척 할 수 있지만, 작은 집단에서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실험의 공간이 되는 것 같은 거죠. 그리고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평화를 맞보았기 때문에 큰 사회에서 평화를 추구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2011 겨울 워크샵_홋카이도 |
2011년 여름 워크샵_지리산 |
유해발굴과 한일 관계라는 주제를 갖고 있어 다소 무겁고 딱딱할 것이라는 처음의 예상과 달리 인터뷰이를 통해 간접 경험한 워크샵의 분위기는 유쾌했다. 인터뷰이가 마지막에 한 ‘작은 공동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큰 공동체에서도 자꾸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것 같다’라는 의견은 그가 꽤 오랫동안 참가했고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후 오해가 풀리고 인식의 차이가 좁혀짐의 즐거움을 겪은 후의 결론이기에 공상적인 것이 아니라 꼭 실현 가능한 이야기로 들린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 열리는 이 워크샵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내년 2월에도 겨울 워크샵이 홋카이도의 광현사에서 열린다.
참여방법: www.togetherkorea.org 공지사항에서 신청서 작성(1월 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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