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영어 강의하는 교수들, "우리도 답답해" <上>에서 이어진 기사입니다.


Q. 교수님 말씀대로 원어 강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요. 학교에서 원어 강의를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현주(이하 이)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 있는 학생들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명목 아래 추세를 강화시키고 있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소위 말하는 평가와 명성 또한 학교 입장에서는 중요하죠. 모든 학교들이 이러한 추세로 갈 때 우리 학교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피우기 어려울 거예요.


Q. 그렇다면 학교에서 원어 강의를 선호하는 것이 교수님들께 많은 부담이 되지는 않나요.

한국어 수업보다는 확실히 부담이 돼요. 동일한 수업을 준비한다 했을 때 한국어로 한다면 두 시간 준비할 것을 영어로 하면 여섯 시간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죠.

박남수(이하 박) 원어 강의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학생들과 얼마나 제대로 소통할 수 있고 효율적인 수업이 진행될지가 고민이예요.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한국어와 절충을 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 부담이 되죠.


Q.문득 영어라는 언어가 교수님과 학생 사이의 소통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 슬프게 느껴져요. 그렇다면 교수님이 원어로 강의를 하실 경우 학교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있나요?

그렇죠. 학교마다 시스템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받고 거기에 맞는 차등 인센티브가 지급돼요. 이는 노동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한 달 정도 강의를 진행하고 계시는데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말고 다른 어려운 점이 있나요?

 저는 아직도 영어가 포기가 안돼서 힘들어요.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로 설명하는 과정이 많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영어 강의로 개설이 된 과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어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담이 돼요. 그래서 한국어를 많이 쓴 날은 맘이 좀 불편하곤 하죠.

사실 워낙에 말들이 많죠. 영어로 개설을 해 놓고 한국어로 수업을 한다는 점 때문에요. 솔직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학생들 중에서도 ‘왜 영어로 된 수업을 한국어로 하냐'는 불만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그러한 면에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는 아직도 고민이 많이 되고 있어요.


Q.학생들마다 영어 실력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영어 강의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정말 어려우시겠어요..학교에서는
원어 강의를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교수님 자율에 맡기도록 하나요?

원래는 아니죠. 영어 강의는 수업 전체를 영어로 해아 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수업에 있어 수업권은 선생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선생에게 맡기기는 하지만 원칙상으로는 영어로 하는 게 맞아요.


Q.그렇다면 원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수업에 잘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보다는 성적 받는 것에 훨씬 더 민감한 것 같아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민감한 만큼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특히 영어 강의에서요. 영어 강의라 할지라도 학생들이 미리 영어로 된 원본을 읽고 들어와 사전 지식이 있는 상태라면 수업이 훨씬 수월할 텐데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죠. 영어 강의일수록 기본 개념이라도 숙지를 하고 들어온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Q. 교수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사실 학생들이 원어 강의를 어렵고 불편하다고 비판을 하지만 그만큼 더 다가가려는 노력은 적은 것 같아요.

사실 영어 과목이 왜 절대 평가겠어요. 만일 상대 평가라면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모두 A를 받고 못하는 학생들은 B받고 C받고 할 것 아니에요. 영어 강의를 절대 평가로 해놓은 것은 영어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어드밴테이지(advantage)를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학생들 간의 무언의 동의는 다 있지 않나요. 내가 절대 평가의 수업을 들었을 때는 어느 정도를 하면 점수를 잘 받을 거라는 합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수업 시간에 아무리 ‘영어로 얘기하는 연습을 해 보아라, 발표하는 연습을 해 보아라’ 하여도 학생들은 하지 않으려고 하죠. 제가 갑자기 영어로 PPT를 발표해 보라는 것이 아니라 준비할 시간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아닌 것 같아요.


Q. 사실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것보다 싫은 것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교수님 말씀대로 영어 강의를 선택하였다면 학생들이 영어 강의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학생들이 영어 강의를 수강하였을 때 실제 영어 실력 향상에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보기에 그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공부라는 것은 본인이 어떠한 동기와 의지를 갖고있지 않는 한 그 무엇도 자기의 것이 되지 않으니까요. 원어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그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된다고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어요. 크게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지의 문제라는 것은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학생들이 조금 더 의지를 갖고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영어로 얘기하고 영어로 발표를 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영어 강의를 듣게 되면 어떻게든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게 되잖아요. 개인이 얼마나 노력을 하느냐, 그리고 영어 강의가 좀 더 학생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정착만 잘 된다면 영어 실력 향상에 기여 할 것이라 생각해요.


Q. 마지막 질문이예요. 교수님들께서 생각하시기에 앞으로 원어 강의가 조절되어야 할 부분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의 개인적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어 강의가 늘어나는 추세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교수도 학생도 모두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원어 강의를 시행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학교들의 원어 강의 분위기는 낯설어요. 영어 강의가 자연스러워지는 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 영어 자체가 학생들에게 익숙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전 영어 강의를 해야 한다면 100프로 영어로 진행이 되던가, 그렇지 않다면 한국어로 진행을 하던가. 둘 중 하나였으면 좋겠어요. 현재 영어 수업으로 강의를 개설해놓고 실제 강의는 한국어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학생들이 영어로 강의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들어왔을 때 학생들 스스로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해요. 학교에서도 그러한 점을 고려해서 영어 강의를 개설해야 하고요. 하루아침에 이 모든 것이 정착이 되기는 어렵지만 추세가 이러 하다면 서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교수님을 만나 뵙기 전에, 나는 사실 원어 강의를 전적으로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기사의 방향 또한 원어 강의를 여과 없이 비판하고자 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교수님과의 인터뷰 후에는 현재 원어 강의가 얼마나 올바르게 시행되고 있는지 보다는 내가 얼마나 올바른 자세로 강의에 임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교수님 말씀처럼 원어 강의에 대한 추세는 갈수록 계속 될 것이다. 우리는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서 이 추세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이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아닌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불만을 갖고 수업을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현재 국내 대학의 원어 강의 시스템은 완전하게 정착되지 않았을 뿐더러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좀 더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학교를 위한 원어 강의’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원어 강의’가 진행된다면, 그리고 학생들이 자신들을 위하여 원어 강의에 참여하는데 있어 좀 더 노력하는 자세를 지닌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