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여덟번째 이야기! 매일 붐비는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지원(가명) 씨를 만나보았다. 김 씨가 하는 일은 마트에서 계산을 해주는 캐셔. 서서만 일한다고 이 아르바이트를 무시하지마라. 대형마트에서 캐셔만큼 골치 아프고 힘든 일은 없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지만 흔하지 않은 캐셔 아르바이트. 그 속사정을 들어보자.

*인터뷰 당사자의 요청으로 개인신상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아르바이트 끝나고 오셨죠? 매우 힘들어 보이네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k대 재학중인 김지원(21)입니다. 현재 법학을 전공하고 있고요.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 주말이여서 그런지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알바렐라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뭐죠?
대학교에 들어가고 보니 등록금이 워낙 비싸더라구요. 그래서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등록금에 보탤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은 아니지만 학교 다니면서 교통비나 생활비까지 부모님께 손벌리기가 죄송하더라구요.

대형마트에서 캐셔로 아르바이트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캐셔 알바’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수능이 끝나고 친구가 먼저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캐셔’는 계산만 하면 되니까 다른 일에 비해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여성분들이 많이 하는 일이라 거부감이 없었어요. 캐셔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장 본 사람들의 물건을 계산해주는 일이에요. 계산해주면서 포인트 카드를 적립해주기도 하고, 고객들에게 상품위치를 안내 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간 정산때 환전을 하기도 합니다.

캐셔일을 일주일에 몇 회, 몇 시간씩 하시나요?
일주일에 두 번해요. 흔히 주말 알바라고 부르는데,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에만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하루에 8시간 씩, 이틀 동안 16시간 정도 일합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시려면 힘드시겠네요. 그럼 주말동안 캐셔알바의 하루일과는 어떻나요?
우선 출근을 해서 대기실로 가요. 개인 락커룸에 있는 마트복으로 갈아입으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거죠. 옷을 갈아입고 나면 마트 뒤편에 환전소로 향합니다. 오전 손님에게 줄 거스름돈이 부족하면 안되니, 시재금(시작 금액)을 들고 환전을 하러 가는거죠. 만 원, 천 원, 백 원, 오십 원등으로 넉넉하게 잔돈을 준비해둡니다. 그 다음엔 시간표를 확인하러 갑니다. A~Z까지 일하는 타임과 계산대 번호가 적힌 시간표를 보고 자신의 위치에 서게 되죠. 자신이 B타임에 몇 번 이런 식으로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일해야 되요.

그리고 시재금이 들어있는 돈통에 시간표를 옮겨 적은 후 계산대에 갑니다. 그때는 마치 전쟁을 하러 가는 전사와 같은 기분이 들어요.(웃음) 그 후에 앞서 말한 일들을 합니다. 물건을 계산하고, 물건 위치를 알려주는 것과 같은 업무를 하는거죠.

아, 굉장히 빡빡하게 들리는데요. 쉬는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한 시간 반 정도 일하고 삼십분을 쉽니다. 이렇게 애기하면 많이 쉰다고들 생각하는데 이 시간을 쪼개서 중간 정산을 하러 가야해요, 게다가 일하는 동안 숨돌릴 틈도 없으니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죠.

흔히들 캐셔일이 쉽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캐셔일이 쉽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이에요. 무엇이든 쉬운 일은 없겠지만 캐셔는 내내 서서 일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요. 계속 말하다 보니 입도 마르고 다리가 굳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커요. 처음에는 이 일이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수월할거라 생각했는데 사람과 돈이 오가는 일이다 보니 항상 긴장하게 되더라구요. 신속함과 정확함을 마지막 돈통을 닫을 때까지 유지해야 합니다.(웃음) 그래서 일이 끝나고 집에 갈 때쯤이 되면 거의 녹초가 되어있어요.

사진출처 - 네이버 달콤토끼 블로그



사람을 많이 상대하다 보면 ‘진상 손님’들도 있었을 텐데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나요?

예전에는 마트로고가 박힌 종이봉투를 주곤 했었는데, 지금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드려요. 따라서 400원의 봉투값을 받습니다. 이 방법이 시행되는 초반에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어떤 할아버지분께서 왜 내 돈 400원을 더 받냐며 마트에서 큰 소리로 혼을 내시더라구요. 지금은 마트 쪽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용에 관해 안내문을 붙여놔서 그런 일이 덜하지만, 그땐 너무 서러웠어요. 보는 사람이 많으니 창피한 것도 있고, 너무 몰아붙이시니까 감정도 매우 상했어요.

또 다른 경우가 있는데, 포인트 카드를 늦게 주시는 분들도 곤혹스러워요. 포인트 카드는 영수증이 나오기 전에 주셔야 적립이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영수증이 나오기 전에 포인트 카드가 있으시다면 꺼내실 동안 기다려드려요. 그런데 꼭 늦게 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영수증이 나온 뒤에 적립해달라고 하시면 그 계산대에서는 불가능해요. 한 번 영수증이 출력이 되면 카운터에서는 다른 업무가 불가능하거든요. 따라서 저희는 고객만족센터에서만 가능하다고 말씀드려요. 그러면 계산을 제대로 못해놓고서 왜 내가 그런 수고로움을 더해야 하냐라고 짜증을 내셔요. 분명히 충분히 설명해드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러시면 정말 속상하죠.

아, 정말 힘드시겠네요. 그럼 실제로 계산상의 오류가 나거나, 모르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계산상의 오류가 나면 고객만족센터에서 취소하도록 알려드려요. 그럴 때는 분명 캐셔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 해요. 그리고 간혹 큰 실수를 하거나 수표처리 등 모르는 상황이 생기면 SV(supervisior)분들을 호출합니다. 대형마트 정직원분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주로 계산대를 감독하시는 일을 해요. 주로 물품보관부에서 일하시다가 승진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캐셔들을 교육시키는 일부터 계산처리까지 다 봐주신답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신지 꽤 되셨는데, 노하우 같은 것들이 있나요?
처음에는 물건 바코드를 찾는 데 굉장히 애를 먹었어요. 그래서 계산기 옆에 걸려있는 수동 스캐너를 들고 직접 찍는 경우가 많았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매우 힘들었어요. 이제는 1년정도 하다보니 요령이 생기더라구요. 물건을 돌려가면서 바코드를 찾는 방법도 알고 속도도 이전보다 많이 빨라졌어요.

출처 :http://gproject.tistory.com/*본 이미지는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아, 그런데 대학생들이 마트 캐셔로 일하는 건 드물잖아요. 실제로 학생들이 많은가요?
오히려 주말에는 대학생들이 많아요. 남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마트에서 물품운반 등의 일을하고 여학생들은 캐셔일을 하죠. 아주머니 분들은 평일에 일하시기 때문에 주말에는 가정을 위해 쉬는 것 같아요.(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어머니가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주말에 쉬는데 자식인 학생들이 주말에 나와서 일하는게 아이러니한 현실이기도 하네요.

현실은 씁쓸하군요. 임금은 얼마나 받나요. 만족하시나요?
시급은 4850원이에요. 여덟시간 정도를 일을 하는데 밥 먹는 한 시간을 제외하고 일곱 시간으로 측정되어서 나와요. 사실 일하는 거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액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에 일하는 대학생들과 평일에 일하시는 아주머니 분들과 액수 차이는 크지 않아요. 모두 비정규직이다 보니 일의 경력이나 실력으로 대우받긴 힘들죠. 캐셔일만으로써 정규직이 되긴 힘들다는 말이에요. 아까 말했던 SV분들 정도만 정규직 대우를 받고 계시고, 따라서 그 분들은 임금을 더 받습니다.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가요.
대형마트이다보니 사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업무상으로 짝을 지어서 미리 일하셨던 분이 처음 들어온 사람을 맡아서 훈련을 시키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당황했던 적이 많았어요. 계산하는 방법이 상품권, 기프트콘, 수표, 현금, 카드 등 다양한데 이것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어요. 하다 보면 안다는 식이에요. 한번은 17만원짜리 수표를 계산했는데 이것은 일반 수표랑 달라서 평일에만 받아야하는 수표였어요. 그런데 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주말 알바 중에 받았거든요. 그때 엄청 깨졌죠. 실수한 건 사실이지만 몰라서 그런건데 억울하더라구요. 이런 상황들을 대비해서 사전교육을 확실히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 아르바이트를 계속 할 예정이신가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게 추천하시나요?
캐셔 아르바이트를 1년 정도해서 이제는 그만 둘 생각이에요. 방학때는 버틸만했었는데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려다 보니 몸이 너무 지치더라구요. 공부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1년 동안 힘든 점도 많았지만 배울 점도 많았어요. 사람을 대하는 거나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 인내심 등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들을 했습니다. 이 아르바이트는 보통 여학생들이 많이 생각해볼 것 같은데, 캐셔일은 체력적인 요소가 필수인 아르바이트 같아요. 방학과 같이 짧은 기간에만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마트를 지나가면서 한번도 계산하는 일을 수고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김지원씨는 자신의 알바를 계기로, 살면서 무관심하게 지나갔던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그 일을 해봄으로써 느끼는 바가 크다고 말하였다. 캐셔는 쉬운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장을 본 후에 하는 계산은 순간이지만, 그들의 수고는 순간이 아니다. 주말에는 캐셔가 대부분 대학생이라서 씁쓸하다는 그녀의 말이 귓 속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