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아홉 번째 이야기! 이런 아르바이트생은 처음이다.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에 전혀 불만이 없다는 이 사람, 관공서와 연구원을 거쳐 정부의 한 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는 강인웅(24)씨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독자들을 위해 어디서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신지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네. 연구기관인 모 사업단(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사업단 명칭을 명시하지 않습니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곳인데, 거기서 실험보조 일을 하고 있어요.

실험보조라니…사실 사업단이라는 것도 그렇고, 실험이라는 것도 그렇고 감이 잘 잡히지 않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사실 아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힘들어요. 이게 공공성이 있는 사업단인데 원래 국가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일을 하려면 비밀서약서 같은 걸 써야 하거든요. 뭐 일을 하면서 얻은 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거나 하는 거 말이죠. 그래서 간략히만 말씀드리면, 제가 일하는 사업단은 우리나라 하천의 유량이나 유사량 같은 걸 수집하고 관련 자료를 생산하는 곳이에요. 뭐 저는 그와 관련된 실험을 보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어려운 건 연구원 분들이 다 하시고 저는 단순히 물 안에 있는 모래의 무게를 잰다든지…저울에 돌을 올려놓는다든지의 일만 하는, 뭐 말 그대로 보조죠.

그런 일이군요. 사실 지금까지 많은 알바생 분들을 만나봤지만, 다 각기 애환이 있었고 억울한 점이 있었어요. 혹시 강인웅 씨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나요?
 

아니요. 전혀 없습니다. 많은 알바를 해봤지만 이번 알바가 제일 불만이 없어요.

아……그럼 안 되는데, 불만이 없다면 이 인터뷰는 무슨 의미가……(좌절). 아니, 대체 어느 정도 일하고 또 얼마를 받으세요?
사실 좀 애매한 위치에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는 아니고, 계약직이라면 계약직인데 주 3일만 출근하는. 제 편의를 봐주셔서 학교를 가는 이틀을 제외하고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삼일을 출근해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합니다. 점심시간 1시간이 있고요. 일당은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힘들지만 약 4만원대를 받고 있어요.

임금이 밀리거나 그런 적은 없고?

네. 월급처럼 한 달에 한 번 돈이 들어오는데 한 번도 밀린 적은 없네요. 월급날이 일요일일 때도 있는데 그 때도 제 날에 들어왔습니다.


음, 확실히 그런 면은 좋네요. 알바 여건은 괜찮은 편인가요? 하는 일이 어렵다거나 그렇지는 않고요? 

가장 좋은 건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앉아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실 어떤 알바를 하더라도 장기간을 서 있다는 것 자체가 힘들 때가 많잖아요. 그런 면에서 앉아서 일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좋은거 같아요. 일도 쉬워요. 약간의 요령이 붙고 거기에 조심성만 더해진다면 정말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

그럼 반대로 힘든 점이 있다면? 아무리 좋은 알바라도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일 텐데…

사실 거의 없어요. 함께 일하시는 연구원 분들도 굉장히 착하시거든요. 한번은 제가 실험도구를 깨뜨린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이거 외국에서 만든 거라 비싸다.” 한 마디 하시고 그냥 넘어가셨어요. 굳이 힘들 때를 찾자면…비가 많이 왔을 때?

아니, 앉아서 일하신다면서 비 오는 거랑은 무슨 관계가 있나요?

비가 오면 이곳의 직원 분들이 출장을 해서 각 하천의 물을 채취해오세요. 그걸 가지고 실험을 한다든지, 유사량을 측정한다던지 하는 거죠. 때문에 전국적으로 큰 비가 오고 나면 실험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측면이 있군요. 사실 전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공공기관이나 사업단 같은 곳에서도 아르바이트를 쓴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어떻게 알고 이 일에 지원하게 되셨어요?

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같은 곳에서 일을 자주 한 편이었어요. 공무원들만으로는 일손이 딸리다보니 단기 계약직 직원을 많이 뽑더라고요. 보건소에서 공익으로 근무했었는데 저를 좋게 보셨는지 단기 계약직으로 일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죠. 그러다가 또 지인 소개로 한국교통연구원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또 그러다 지금 이 사업단도 소개받게 된 거죠.


관공서에 연구기관에 사업단까지, 다 알바가 아니라 직업이었으면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들이네요. 직업이 아닌 알바로서는 어떤가요?

편하죠.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꿈의 알바’로도 부르더라고요. 최소한 돈이 늦게 들어오거나 최저임금도 못 받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뭐 그리고 대부분 공공기관의 일은 사무직이 많으니 노동 강도도 약하고요. 알바생이라고 무시당하는 일도 덜하고, 초과근무나 주말근무 같은 것도 잘 챙겨주시니 사실 좋은 자리긴 해요. 그래도 조심해야 될 게, 안심하고 들어갔다가 뒤통수 맞는 경우도 생겨요. 사무직인 줄 알고 우체국에 들어갔다 짐만 나른다던지 하는…실제로 저도 사무직인 줄 알고 교통연구원에 들어갔다 강원도 산골까지 출장을 갔던 적도 있어요. 그리고 최저임금 수준보다는 높지만 아주 고소득 알바도 아니라는 거…뭐 이런 점만 빼면 최고의 알바자리겠네요.

부럽네요. 그럼 이 아르바이트는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세요?

마음 같아선 계속하고 싶은데 이제 이 자리 자체가 없어질 듯해요. 10월 말이면 비가 크게 올 일도 없으니…….

제철알바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웃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이 인터뷰를 보시고 공공기관의 아르바이트를 희망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혹시 지금 하고 계신 사업단 일을 다른 분에게 추천하시나요? 뭐, 일단 올해는 안 되겠지만(웃음)

이 자리는 당연히 추천합니다. 연구원 분들도 좋고, 일도 쉽고요. 공공기관으로 알바 범위를 넓혀서 추천 여부를 말하자면 우선 많은 돈을 바라면 안 될 것 같아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도 편하고 임금이 보장되어 있는 자리이긴 해도 고소득 알바는 아니거든요. 게다가 공공기관의 경우 보험금과 세금이 자동으로 떼이니 손에 쥐게 되는 돈은 더 적을 수 있어요. 그 점만 빼곤 공공기관의 일도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무리 알바 자리라지만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는 거니 최소한의 책임감은 필요하겠죠. 

공(公)자가 붙은 일자리는 흔히 ‘꿈의 직장’으로 분류되곤 한다. 공무원, 공기업, 관공서 등이 그 예다. 아르바이트 세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끝낸 후, 인터넷에 ‘관공서 알바’, ‘공공기관 알바’ 등을 입력해보니, ‘신의 알바’, ‘꿀바(꿀처럼 달콤한 알바' 등의 표현이 창에 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편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찾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예산이 배정되니 일거리가 없으면서도 알바를 뽑는다는 것. 실제로 강인웅씨 역시 인터뷰 도중 “나 역시 하는 일에 비해 많은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노골적으로 시간만 때우려는 대학생도 보여서 저래도 되나 싶었다.”고 말했다.

어찌되었건 공공기관 아르바이트가 꽤 좋은 자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인간 대우도 못 받는 알바', '최저임금도 못 받는 알바' 를 전전하는 20대의 현실이 공공기관 아르바이트 자리를 '상대적 꿀바'로 만들고 만 것이다. 직업의 세계가 아니라, 알바의 세계에서도, 공공기관. 네가 갑(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