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열 번째 이야기! 하루에도 몇 번씩 받게 되는 스팸 문자! 처음에는 나의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무섭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뎌진 일상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개인 정보가 쉽게 유출되는 세상에 살고있다. 지하철 개똥녀, 쩍벌남 등 공공장소에서 잘못한 사람들은 흔히 ‘신상 털기’를 당하는데 이 또한 쉽게 유출 가능한 개인 정보 보호 시스템 때문이다. 카드 발급을 위해 이루어지는 개인의 신용도 평가도 마찬가지. 개인의 신용도 평가가 단기 아르바이트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을 것이다. 모 신용카드회사에서 카드 신용 심사 전화 아르바이트를 했던 알바렐라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김아무개입니다. 저는 카드가 최종적으로 발급되기 전 고객과의 통화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신용도를 평가한 후 카드 발급을 승인하는 아르바이트를 여름방학 동안 했어요.

알바를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처음 봤을 때 생소한 일이었고 고수익의 일이라서 하게 됐습니다. 급여는 기본 월 115만원 이상이며, 초과 근무수당을 따로 지급 받아요.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카드를 신청한 회원들이 카드를 발급받기 전에 신용도 및 신원이 확실한지 전화 상으로 심사하는 일을 해요.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개인정보를 몇 가지 확인한 후에 심사를 하게 되죠. 기준은 신청한 카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재직사실을 확인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재산을 보유했는지 또는 월 체크카드 사용 실적이 일정 금액을 넘는지를 확인해요. 하루에 적으면 40~50명, 많으면 60명 이상을 전화로 심사하는데요. 실적은 전화를 거는 횟수에 따라 쌓이는 것이 아니라 심사해서 통과한 사람의 수가 60명 이상이 되어야 쌓여요. 실적을 다 채우지 못하면 근무시간이 연장되고 맡은 실적 수를 가능한 다 채워야 해요. 물론 빨리 일을 마치면 조기퇴근도 가능하답니다.



신용도와 신원을 확인한다고 하셨는데, 개인의 신상정보는 어디까지 열람이 가능한가요?

고객들이 카드를 신청할 때 적어주는 모든 개인 정보가 열람 가능해요. 신청서 안에는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 집 주소, 회사정보, 신용 등급 등이 모두 적혀 있고요. 카드 회사 측에서 매기는 직장 등급에 따라 카드 한도가 달라지고, 은행 거래 실적에 따라서도 변해요. 현금 서비스 내역, 결제 대금 연체 내역등을 통해 그 사람의 신용 정보도 알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시작 전, 개인 정보 관리에 대해 특별한 교육이 따로 있나요?

계약직이다 보니 개인 정보 관리에 대한 특별한 교육은 없어요. 대신 일을 할 때 감시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감시관의 업무가 알바생의 개인정보 신상 열람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업무를 진행할 때 막히는 것을 도와주는 정도예요. 개인정보 보안은 주로 컴퓨터에 대한 보안으로 이루어져요. 그렇다보니 각종 저장매체, 특히 이동식 디스크에 대한 규제가 심해요. 그러나 만약 핸드폰으로 신청서를 찍거나 수기로 옮겨적을 경우에는 막을 방법이 없지요. 
 
일하면서 가장 황당했던 경우를 꼽자면요?

카드 신청한 회원에게 심사를 하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직장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요. 또 전화상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방의 경우에는 사투리가 너무 심해서 더 이상의 심사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요. 특히 제주도! 멀면 멀수록 음질도 안 좋고 젊은 사람일 경우 표준어를 쓰려고 노력하나 나이 드신 분들은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었어요. 

가장 무례했던 사람을 만난적이 있었나요?

직장도 없고 신용불량자이셨는데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던 분이 있었어요. 카드 발급이 가능한지에 대한 심사 도중에 알게되었는데, 직장도 허위로 기재하고 카드 연체료나 현금 서비스 이용 내역 때문에 신용도도 매우 낮았어요. 또, 신용평가 기관에 의뢰했을 때, 회원의 신용도가 카드 연체비 또는 현금 서비스 등의 이유로 부적격 판정이 났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떼쓰는 분도 있었죠. 혹은 자기는 카드 빨리 받고 싶다고 회사측에 퀵서비스나 오늘 안에 받아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있기도 했어요.


 
그런 경우 어떻게 해결해 주었나요?

신용도가 부적격인 사람은 다시 한번 카드 발급이 어렵다는 것을 통보해요. 전화를 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은 문자로 신용도 부적격 판단을 통보하고 카드발급불가 안내 문자 후 부적격 처리하게 됩니다. 카드 빨리 받아 보고 싶다는 고객은 신분이 회사 쪽에 확실하게 밝혀진 경로로 신청했을 경우 (예를 들어 은행) 본인이 직접 발급 센터로 찾아가서 본인 수령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근데 카드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수령하려면 은행에서 신청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불가능해요.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저는 회사측에서 요구하는 목표실적을 항상 달성했지만 회사는 목표 실적 달성 후에도 더 많은 목표를 요구했어요. 지속적으로 실적 수를 늘려서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저는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동료 중에 실적이 지속적으로 미달 된 사람이 있었는데 그럴 경우 약간의 비난 발언, 예를 들면 “그런식으로 할꺼면 그만 두라”고 하는 등 자진 퇴사를 유도하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한번쯤은 해볼 만 한 것 같아요. 수익이 고수익이고 실적 달성 후에는 조기 퇴근이 가능하고 업무 분위기가 자유로워요. 업무 시간 중에 전화를 받거나 문자, 인터넷 검색이 가능해요. 물론 어느 정도 실적을 달성한 후에 가능하지만요. 제재 같은 것이 거의 없어요. 그러나 만약 금융 관련된 직업을 위해 스펙을 쌓겠다는 목적으로 이 아르바이트를 하기에는 알맞지 않은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