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국어교사, 12년 입시 레이스의 끝자락에 선 아이들을 만나다...
텁텁한 바람이 머무는 7월의 끝자락의 어느 날 모교를 찾았다. 졸업할 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 학교를 바라보고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달라진 나의 소속을 실감하지 못했다. 잠시나마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시간의 흐르기만 하는 속성을 새삼 다시 실감하고 있을 때 야간자율학습실에서 나오는 한 남학생의 모습에서 나의 고3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고3시절 나는 남은 모든 인생과 입시를 동일시하기도 하였고 홀로 앞길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 때 김정연 선생님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라 말하셨다. 아직 포기는 이르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나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 해주신 선생님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리고 8월이 성큼 다가온 여름 날 인헌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신 김정연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교사 생활동안 고3학생 지도는 몇 번 하셨어요?
“8년의 교직 생활 중에 고3아이들 지도는 1번 했어요.”
- 학생들이 고3이 되면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처럼 선생님도 1,2학년 담임을 맡을 때와 비교해서 고3 담임을 맡았을 때 마음이 달라지나요?
“고3 담임은 너그러워져요. 1,2학년 때는 쪼고 스트레스 주고 그러기도 하는데 고3애들은, 애들이 스트레스 받고 있는 걸 아니까 너그러워져요.”
- 입시지도에서 선생님만의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대학 졸업 후 직업까지 길게 보고 학생들을 안내해주려고 노력해요. 적성부터 탐색해서 왜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분석해서 지도해 주려고 노력해요. 제가 고등학교 때 이과를 졸업하고 대학도 이과 계열로 갔는데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입시 상담을 할 때는 빼고 말이에요. 그래서 진로 지도라는 근본적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긴 인생에서 아이의 인생에 진로가 도움이 되기 위해 진로 지도 공부를 개인적으로 하고 있어요. 저의 진로지도 방식을 좋아하는 애들도 있는데 점수 따져서 진로지도를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애들도 있어요.”
- 고3들 중에 자신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높은 대학을 가길 원하는 학생들이 있는데요. 어떤 이들은 ‘주제파악 못한다’라고 비난하기도 하구요.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그런 학생들을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안타까워요. 그리고 조심스러워 지구요. 특히 여자애들은 상처 받을 까봐 더 조심하게 되요. 진실을 말하면 상처 받을까 봐요. 한 예를 들자면 작년에 한 학생이 지원하고 싶어 하는 학교전형에 ‘지원하지 마라. 그 전형은 특목고 애들이 하는 거다.’라고 몇 번씩 이야기하면서 말렸는데 그 아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끝에 가서는 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 아이는 그 일로 인해서 몇 개월의 시간을 버렸었어요.“
강의를 시청하고 있는 학생들
- 선생님이 처음 교사 되었을 때의 고3들과 지금의 고3의 다른 점은 무엇이라 생각 하세요?
“전형이 더 다양해 졌어요. 8년 전에는 없었던 입학사정관이라는 전형이 생기기도 했고요. 그리고 입학사정관 전형 안에서 더 다양해진 것도 있어요. 8년 전 고3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전형들보다 더 많은 다양한 전형들이 생겼죠.”
- 그런데 입학사정관 전형이 생기고 나서 소위 ‘스펙’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부터 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입학사정관은 좋은 제도인 것 같아요.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아이들을 발굴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족한 점이 조금씩 보완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스펙을 쌓는 것도 나중에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꺼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 활동을 하면서 하는 공부자체가 책상공부이외에 의미 있는 거니까요.
-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고3담임을 다시 맡고 싶으세요?
“고3담임, 안하고 싶어요. 강도가 너무 세요. 보람이 크기도 하고 애들이 불안정안 시기라 옆에 있어주면 좋은데 힘들어요. 업무강도가 세고 힘들어요.‘
-1,2학년 담임을 맡을 때와 고3 담임 때의 업무강도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 시겠어요?
“1,2학년 때보다 고3담임을 할 때 업무강도가 2,3배 더 힘들어져요. 학생들이 입학정보를 많이 자세하게 알지 못하니까 그런 것들을 많이 알려 줘야 하는 점이 힘들어요. 그리고 학원은 성적에 따라서 애들을 줄 세워서 대학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학교 선생님은 학원 선생님보다 좀 더 친밀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정하게 성적에 따라 대학에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각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요. 막 ‘너는 여기 못 가‘이런 식으로 이야기 해주고 싶지 않아요.”
- 마지막으로 교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우선 교사는 보람이 커요. 마치 10대 시절의 나를 돌보아주는 보람이 있어요. 그리고 10대들에게는 지혜로는 사람들이 필요해요. 정말로 필요해요. ‘선생님, 여기 좀 봐주세요.’ 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래서 많이들 여기로 와줬으면 좋겠어요. 여긴 정말 물 반 물고기 반 같은 곳이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는 어쩌면 조금은 막막한 물음을 가지고 대학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고3 학생들. 그리고 아이들의 불안을 같이 느끼며 그 곁은 지켜주는 담임 선생님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에 고등학교는 지혜로운 어른들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고 힘주어 말하던 선생님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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