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나와 그녀를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힐끔 옆을 바라보았다. 나보다 뛰어난 미모를 갖춘 그녀를 보고 같은 여자로써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휴. 어제 밤의 기도가 모두 허사로 돌아간 모양이다. 1차 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붙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면접에서는 실력보다 외모가 더 우선시되니깐. 사실 똑같은 능력이여도 외모가 뛰어난 친구들이 취업도 잘되고 시집도 잘 간다. 쉽게 말해 인생이 더 쉽게 잘 풀린다고나 할까. 날 속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일 것이다. 정말 요번 면접에서도 떨어지면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성형……. 아, 진짜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은 성형시대라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 여성에게는 ‘성형’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인생의 모든 것들이 외모로 울고 웃는다. 오늘날, 더 이상 ‘성형’을 특수한 케이스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부추기고 권하기까지 한다. 외모가 부족하고, 또 필요하다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버린 것이다.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고려해봤을 성형, 우리는 왜 이렇게 외모에 집착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성형경험자로부터 듣는 인터뷰를 통해 ‘성형’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Q. 어떠한 성형을 하셨나요?
A. 저는 쌍꺼풀과 지방흡입을 했습니다. 이젠 쌍꺼풀은 수술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말이죠.
지방흡입으로는 제가 어렸을 적부터 뚱뚱한 체형이여서 운동을 해도 안빠지는 부위를 수술 받았어요. 워낙 마른 몸매가 추세이다 보니 통통한 몸은 곧 뚱뚱한 몸이 되버리는 거죠.
Q. 성형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사실 여자들은 학창시절 때부터 예뻐보이려고 풀로 쌍꺼풀을 그리고 다니잖아요. 외모를 가꾸는 것은 끊임없이 하는 것 같아요. 일단 매체를 통해서 성형에 성공한 연예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가진 외모와 닮고 싶은 심정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자는 이뻐야해’ 라는 주변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는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그것에 대한 영향이 더 많이 받게 되더라구요. 무엇보다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 취업할 때였어요. 면접을 볼 때 마다 첫인상과 호감있는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미치다 보니 떨어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학생 때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약간 막연했다면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외모콤플렉스가 현실로 다가오게 되더군요. 그래서 성형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성형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A. 대부분 여성들은 성형을 할 병원을 정할 때 아는 사람의 소개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수술이다 보니깐 가격도 생각해야하고 또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끝까지 책임져줄 병원을 원하죠. 저 같은 경우에는 친구가 소개해준 병원에 갔었어요. 사실 상담을 받고 날짜를 정할 때까지만 해도 기쁜 마음이 컸는데 막상 수술대에 오르니깐 다르더라구요. 내가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정말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어요. 상당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할 수 있죠. 예쁘고 날씬하게 태어나서 쉽게 주목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난 큰돈을 들여서 피를 봐야 이뻐지는구나.(하하) 나도 결국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타협하는구나. 지방흡입 수술은 수면마취나 전신마취를 하는 반면, 쌍커풀 수술은 부분 마취를 해요. 누구나 다 한다는 생각에 쉽게 여겼었는데 눈꺼풀이 들린 상태로 수술실 소리가 들리는게 여간 무서운 일이 아니였죠.
지방흡입의 경우, 수술 후에 압박붕대를 감아야 하기 때문에 멍 자국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해요. 또한 수술 후 시술부위에 감각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요. 제 몸이 제가 아닌게 되죠. 사실 수술 후에 우울증이 생기기도 했어요. 붓기가 가라앉고 몸을 추슬러야 하는 입장에서, 그 기간만큼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았을 분더러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죠.
"내가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정말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어요. 상당한 회의감이라고 할수있죠."
Q, 그렇다면 외모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A. 이런 말이 있잖아요.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 씁쓸하지만 한국의 외모지상주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인 것 같아요. 여자도 능력이 필요하지만 외모를 겸비하는 것을 더 인정해주죠. 외모가 받쳐준다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자신감이 커지는 요인이 될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도 수술 후에 이전보다 쉽게 취업에 성공하게 되었어요. 성형 후 사회생할을 하는데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인 것 같아요. 일단 남성들의 대우가 달라진 것도 있지만 같은 여성친구들의 경우 차이가 더 큰 것 같아요. 대부분 사람들은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성형을 한다고 생각하는 데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오히려 여성친구들과의 외모서열(?)로부터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죠. 여성들끼리는 외모가 서로의 질투가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외모서열로부터 뒤진다는 열등감을 받아요. 그 열등감에서 조금 해방되었다고 볼 수 있죠.
Q. 성형 한 후의 스스로가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확실히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사람을 대할 때도 그렇고 위축되지 않는 거 말이죠. 무엇보다 인상이 강해지다 보니깐 무시 받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또한 내 말을 분별력 있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전의 성격은 사실 많이 소극적 이였거든요. 대인관계에서도 수동적인 경우가 많고 사건이 터지면 항상 스스로를 탓했어요. 하지만 수술 후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지다 보니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쉬어졌어요.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있었죠. 외모가 정말 다인가. 자책감이 들기도 했죠. 오히려 성형후에 더욱 외모에 집착하게 된 것도 있어요. 제 주변에도 그렇고 오히려 성형을 한 친구들이 재수술과 다른 시술부위를 고려하더라구요. 예뻐지기 위한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여자는 끊임없이 관리를 하는 거죠.
Q. 성형경험자로써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이 드나요?
A. 사실 외모지상주의는 비판받아야 하죠. 하지만 갈수록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로부터 비롯된 이익과 피해가 현실적으로 드러나다 보니 피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외모지상주의의 양면성을 경험해 본 저로서 더 느끼는 바가 큽니다. 사회적인 입장에서 성형은 지나친 외모 경쟁을 낳기에 부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사회에서 사는 개인의 입장으로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고질적으로 박혀있는 한국만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유학시절의 경우에는 학교활동이나 사회활동에 있어서 외모보다는 사람의 능력이나 인품을 중요시 했어요. 또한 차별도 크지 않았구요. 아무래도 프리한 마인드를 지닌 외국 국가들은 남들의 시각보다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다 보니 외모와 관련된 직종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차별을 느끼기 어려웠어요. 유학생활을 접고 딱 한국에 들어왔을 때 느낌은 답답함. 그 자체였죠. 한국사회가 더욱 차별적이고 엄격한 것은 인정해야 해요. 인식개선이 필요하죠.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는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확실한 만족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괜찮다며 그때의 고통을 털어버리려는 듯한 그녀의 자조적인 웃음이 지금 성형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우리는 ‘성형’을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는 없다. 개인의 의지일수도 있겠지만 외모가 전부가 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매력을 발휘해 개성있는 모습이 훨씬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 위선적으로 들리는 만큼 성형이 대중화된 사회에서 그 씁쓸함은 감출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성형시대다. 그리고 왠지, 앞으로도 성형시대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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