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주해군건설기지 추진과 관련해 주민의 입장이 나뉘면서 강정마을은 긴장상태에 빠져 있다. 마을에 걸린 ‘제주 해군기지 결사반대’, ‘강한 해군, 평화의 섬을 지켜낸다.’등의 현수막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정마을에서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관해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 보고 밥도 먹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여론이 극심하게 갈려 있다. 게다가 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려는 단체들 사이에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공권력 개입’에 관한 주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번 논쟁은 지역경제발전도모냐, 자연환경보호냐와 같은 ‘개발’과 ‘보존’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적, 군사적 사안들이 내포되어 있다. 최근 일본의 독도문제를 국제 재판 회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는 등 우리나라가 강대국 사이에서의 외교력과 국방력을 튼튼히 해야 할 사건들이 자주 발생했다. 따라서 공사 사안이 ‘군대기지’인 만큼 국가보안과 국제정세 측면에서 제주해군기지를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2014년 완공예정인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 해군사진제공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한 이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목적은 한반도 남방해역 방어 및 해상교통로 감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리적 위치상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반도 국가로 전쟁 시 남방해역을 지킬만한 전략적 요충지가 필요하다. 해군은 “동해, 평택, 목포, 부산작전기지 등을 운용하고 있으나 이들 기지는 주변 해역을 책임지는 임무에 국한돼 있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출동 시간을 8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주도는 작전을 신속히 실행하기에 적합한 장소에 위치한다.

중국과 북한, 일본을 도발함에 따라 제주도가 전쟁의 ‘화약고’가 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제 정서에 따른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과 일본은 중앙의 해양질서를 재편성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압박해왔다. 중국의 경우, 첫 항공모함을 시행하였는데 이는 동아시아에서 해군력을 증강할만한 위험요소이다. 또한, 이어도와 관련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수역경계를 침범하고 있다. 일본도 독도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울릉도에 정치인들이 방문하겠다는 소동을 피우기까지 했다. 이렇듯 중국과 일본은 꾸준히 패권국으로 면모를 지키기 위해 ‘군사적’으로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는 어떠한가. 이러한 분쟁에 입씨름만 해왔을 뿐 구체적인 방어책을 마련하지 않고 주변 국가의 눈치만을 봤다. 앞으로 일어날 크고 작은 분쟁들에 대해 자주성을 갖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해군기지건설이 그 대안이 될 것이다.

게다가 경제적 이익도 해보다 득이 많다. 이번 제주 해군기지는 관광 복합형 민·군항 단지로 건설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부대시설이 확충됨에 따라 지역주민의 혜택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또한, 제주도 우근민 지사가 ‘세계적 수준의 크루즈 중심 항’을 대안으로 내놓은 만큼 딱딱한 군기지가 아닌 지역주민과 관광객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제주도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돼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故 노무현대통령은 "무장과 평화가 같이 있는 게 잘못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군 복합형 관광지로써 하와이와 괌이 성공을 거둔 만큼 제주도에도 평화를 위한 무장이 가능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하지만 해군기지건설과 관련해 주민의 마음은 좀처럼 열리고 있지 않다. 온몸을 쇠사슬로 감아 농성을 하고, 공사강행을 필사적으로 저지시키려 하고 있다. 게다가 평화버스에 이어 ‘평화 비행기’까지 등장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판이 점점 커졌다. 정치세력들의 찬성과 반대 사이의 편들기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 출처: 자주국방네트워크, 노컷뉴스

제주해군기지건설 반대에는 야당의 탓이 크다. 야당 측은 제주해군기지건설반대에 따른 공권력 행사에 대해 육지에서 병력이 투입된 것에 대해 '토벌대가 도착했다.'라는 반응을 표했다. 또한,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권영길 원내대표 등은 16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지금 강정마을에는 4·3 공포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라며 "이명박 정부가 제주도와 강정마을을 또다시 제2의 4·3 공포로 몰아넣는다면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이러한 여론몰이는 강정마을 주민 사이의 갈등을 더욱 격화시킨다. 특히 해군기지건설과 제주 4·3 사태와 연관하자는 것은 과하다 못해 억지스럽다. 오로지 ‘공권력 행사’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사건과 연관시키는 건 반대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 비친다. 또한, ‘공권력’의 기능, 범위, 한계를 모두 염려치 않은 감정적 대응에 불과한 발언이다.

게다가 한 민주당 정치인은 “노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같은 노선의 정치인으로서 주민께 죄송하다.”라며 주민에게 사과까지 했다. 민주당 노선의 정체성을 잃으면서까지 여당이 찬성하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끼워 맞추기 식 정치는 주민에게 혼란을 줄 분더러 다른 정치적 사안에서 야당의 정치적 신뢰를 잃게 한다.

여당 측도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이를 돕는 시민·종교 단체들을 ‘종북좌파’라고 표현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찬반에 관한 주민투표가 발의된 제주의회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대거 표결 불참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않고 막무가내식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여야 간의 지지부진한 싸움은 ‘해군기지건설’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와 주민의 의견수렴을 오히려 방해한다. 본래 강정마을은 여론조사결과 56%, 찬성으로 해군기지 유치를 희망하였다. 하지만 여야의 정치판이 된 탓에 기지건설 취지와 목적을 잃고 찬반 입씨름만 가속화되고 있다. 제주도 우근민지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시작해 노무현 대통령도 하겠다고 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며 "해군기지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나 이념 문제도 아닌 것 같고 국가 안위를 위한 국가사업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제주해군기지건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가 아닌, 국가적이고 안보적인 입장에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일이다.

제주해군기지건설, 정치적 합일점이 될 수도

제주해군기지는 노무현 정부 때 세운 국방계획으로 현 정부는 이 정책을 계승하려 하고 있다. ‘보완에 있어서 여야가 처음으로 일치하는 정책노선이기도 하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당과 야당의 이견이 조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서로의 반대 뜻에 서느라 바빠 제대로 된 정책추진이 이뤄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해군기지건설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도 결정됐던 사안으로 이것은 여야가 정치적 합일점을 찾을 기회이다. 따라서 앞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방향은 여야가 처음으로 일치했던 사안인 만큼, 정책을 추진하는데 서로 무한히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적 목적 달성이 아닌, 후세대에 물려줄 튼튼한 경제력과 국방력을 뒷받침할 해결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