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그 곳엔 


제주 강정마을을 두고 해군 기지를 건설하자는 쪽과 반대쪽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달 3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해군 기지 건설 반대를 위한 대규모 문화제 ‘놀자 놀자 강정 놀자’가 열렸다. 전국에서 ‘평화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과 제주시민 등 2000여명이 함께 한 ‘평화 축제.’  근처에 1300여명의 경찰이 배치됐지만 다행히 큰 마찰은 없었다.
 

   

강정마을에 대한 찬반 측은 팽팽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통해 우리 해역을 스스로 보호하고 중동, 동북아 해상교통로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의 주장. 그리고 해군기지의 건설은 미국의 해양패권 전략에 편승하는 것이며 미국이 군사전략에 이용당하는 것이며 또한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생태환경이 파괴된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장이다.


평화와 환경을 파괴하는 제주도 미군기지


9월 3일, 평화 문화제가 열려 강정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소망이 하나가 되던 바로 그날, 트위터에는 ‘일본을 위한 제주도 미군기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은 왜 강정 기지가 미군의 기지가 되는 것인지 외국 보도 자료를 들어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논란거리인 ‘강정 기지가 미군기지냐 아니냐.’ 라는 문제가 미국내에서는 이미 기정 사실화 되어서 보도 되고 있었다. 즉, 강정기지는 명백하게 미군기지 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자신의 입으로 제주도 해군 기지는 미국의 필요 하에 짓는 것이며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미국의 우방국인 일본과 일본 내의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서 라는 내용의 글을 기고 했다.  


실제로 8월 5일 뉴욕 타임즈 오피니언 코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평화 운동가이자 여성인권 운동가 작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글이 실렸다. “The Arms Race Intrudes on Paradise(직역하면, 낙원에 무기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글의 핵심은 "제주도 해군 기지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환경, 자연, 문화를 파괴하면서 한국의 안보와는 상관없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동북아시아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기 위해 지어지는 것 이다. 이것은 전쟁의 위험을 높이고 평화를 파괴한다." 는 것이다.  


8월 10일 에는 동일 신문의 같은 코너에 “U.S. Defenses in the Pacific(태평양에서의 미국의 방어)” 라는 중국 측의 글이 기재된다. 중국은 제주도 해군 기지를 미국의 중국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부분은 "제주도의 자연은 물론 경제를 망치지 마라.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마라."  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암시하고 있는 것 이다.


이러한 보도로 인해 미국 내 여론이 안 좋아지자 미국 정부 측은 8월 21일 “Why US Needs South Korea Base(왜 미국이 한국에 기지가 필요로 한가)” 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의 핵심은 위에 서도 잠깐 언급 한 것처럼 "미국은 제주도 해군 기지를 미군 필요 하에 짓는다." 는 것과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일본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보수 언론에서 주장하는 근거들이 타당성이 없음이 드러난다. 해군 기지를 통해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자주적 국방력을 키우겠다는 그들의 주장을 뒤집는 내용들이 이미 8월 달에 미국의 주요 신문에 보도되었던 것 이다.


그저 소박한 일상과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 우리 

 

강정마을에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곳에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경치가 참 아름답다.” 라는 말을 하고 여러 사진들을 블로그 등에 포스팅 한다. 제주도 자체가 경치가 아름답고 여러 생물군이 밀집해 있다고 하는데 강정 마을은 특히 유네스코가 지정한 공식 생물권 보존 구역이다. 얼마 전 해군 기지 공사 현장에서 청동기부터 탐라국 성립기의 유적들이 발굴되어 귀중한 유적 훼손의 우려가 제기 된 바도 있다.


정부는 강정마을의 200명에 다다르는 주민들 가운데에 80명을 데려다 놓고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을 조사했고 그러한 불충분한 조사를 근거로 공사를 실시하여 현재 벌써 10%정도 공사가 진행 중 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파헤쳐 지고 콘크리트가 그 위를 덥고 있다. 콘크리트가 자연을 대신하는 것도 끔직하고 제주도가 군사 기지가 된다는 사실도 안타깝다.  


강정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그저 이제까지 영위해온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일상을 누리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와 평화를 유지하고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은 것 이다.  


정부는 힘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하지만 평화는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식인데 우리는 이것을 간과하는 것 같다. 평화를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망, 강정 마을을 지키겠다는 소망을 우리도 함께 지켜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