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빨간 막대, 파란 막대가 어지럽게 나타나 있는 주식 그래프를 보는 것에 너무 지쳐있다. 내 돈으로 투자하는데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2007년 3월 K옥션 경매에서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1961)’이 25억에 팔렸단다. 샤넬 백 하나 사 놓으니 3년 뒤, 25% 이상 가치가 올랐단다. 나만 몰랐던 이 투자방법. 이제는 알고 싶다.


미술, 눈이 즐겁고 주머니까지 꽉 차는 행복한 투자

 요즘 떠오르는 투자방법. 왜 미술투자라는 것이 ‘핫’한 투자법이 된 것일까. 가장 큰 장점은 즐기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품을 감상한다는 목적으로도 크게 의미가 있는 투자법이다.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고 갤러리에 가서 미술품을 하나씩 사서 모은 사람에게는 ‘투자’라는 단어가 어색할지도 모른다. 요즘 주식 투자 못지않게 미술투자에 관한 인터넷 카페·클럽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는 하지만 미술투자 겁낼 것 없다.
 
 미술투자에 앞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고정관념. ‘미술투자는 돈이 많이 들고 전문성이 필요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취미 중 하나다. 미술관·갤러리에 가는 사람들은 전부 돈이 많고 교양 있는 사람들인가. 그렇지 않다. 서울시립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삼청동 갤러리 등 많은 곳에서 멋진 미술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것도 무료로. 이렇게 한 두 곳 찾아가다 보면 나도 집에 미술품 하나쯤 걸고 싶은 마음도 들고 욕심이 생긴다. 그게 시작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집에 걸어둘 작품을 사면 곤란하다.

 우선 기본적으로 미술시장에 대해 알아야 한다. 미술관은 미술품 전시·다양한 문화행사를 실행하는 곳이지만, 갤러리는 미술품 전시 목적 외에 미술품을 사고파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아트페어(Art Fair)가 있다. 아트페어는 많은 갤러리가 참여하는 작품을 사고파는 큰 시장 개념이다.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는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곳이다. 오는 9월 22일부터 26일, 5일간 진행된다고 하니 미술투자의 시작으로 이 곳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다음으로 미술투자에 있어 중요한 점은 유명하고 대중성 있는 작품에 욕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사야 미술투자의 완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요즘 ‘독창적’인 작가·작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작은 갤러리에 갔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이야말로 향후 나에게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격은 다양하다. 생각보다 저렴한 작품도 있고 엄두도 못 낼 만큼 비싼 작품도 있다. 저렴하다고 안 좋은 작품도 아니고 비싸다고 좋은 작품도 아니다. 선택은 내 손으로 하는 것.

25억에 낙찰된 박수근, 1961년작, 시장의 사람들

명품, 차곡차곡 돈 모아 백·구두 사 놓고 보니 보물덩어리

 직장에 다니는 한 여성은 한 달, 두 달 일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아 그동안 일하느라 고생한 자신에게 선물을 하나 주기로 마음먹는다. 그 선물은 바로, 많은 여성들의 로망인 명품. 비싸서 명품을 살 엄두가 나지 않지만 그래도 하나쯤은 갖고 싶다. 이런 추세로 이제는 ‘샤테크’라는 말까지 생겼다. 샤넬백을 이용한 재테크라는 의미의 신조어다. 샤넬백은 명품을 상징하는 말이다. 여름휴가, 겨울휴가 등 휴가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이라는 목적에 ‘샤테크’의 목적을 더해 프랑스로 떠난다. 프랑스 현지와 우리나라의 명품 가격차는 200만원을 넘는다. 이렇게 여행 한 번 다녀오고 나서 명품 백 깨끗하게 잘 쓰고 집에 고이 놓아두었더니 어느 날, 백의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

여성들의 로망, 명품백

 샤테크를 하기위해서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유행에 맞추어 아이템을 사는 것보다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단아한 아이템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고, 어느 곳에서든지 튀지 않지만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무작정 명품을 산다고 해서 그것이 투자는 아니다. 각 브랜드 마다 특색이 있다. 어떤 브랜드는 악세서리가 주목받고, 어떤 브랜드는 백이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다. 모든 투자가 그러하듯 샤테크 역시 명품시장을 잘 들여다 보고 성장세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샤테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투자라고 해도 어쨌든 명품을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합리적 소비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지난 7월 17일 MBC <시사매거진2080>에서는 ‘명품, 한국에서 비싼 이유’라는 주제로 방송을 했다.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듯 샤테크는 부작용도 안고 있다.

 잘 알고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다면 샤테크는 문제덩어리가 아니라 재미있는 투자법이 될 수 있다. 미술투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투자든 제대로 알고하지 않으면 독이 된다. 미술이니, 명품이니 사치스러운 투자라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좀 더 재미있게 투자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