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젊은 지성인들의 뜨거운 토론의 장이 열렸다. 2011 대학토론 배틀.
‘너는 강의 듣니, 나는 대화한다. 너는 토익하니, 나는 토론한다’를 모토로 전국 362개 대학 학생들의 토론이 시작되었다.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등 기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달리 일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배틀. 이 것은 같은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했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출처: http://blog.naver.com/serenity3?Redirect=Log&logNo=30112955113


32강 예비심사는 속담을 반론하는 독특한 심사방식과 그에 대응하는 대학생들의 신선한 발상과 재치와 끼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32강에서 같은 지역의 대학생들이나 지방대학생들이 나오는 것을 보았을 때, 상당한 동질감도 느꼈다. 사실 32강, 16강전에서는 진정성 있는 대화나 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의 제대로된 토론을 하기보다는 상대편을 이기기 위한 토론을 하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20대 그들만의 솔직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배틀이었다고 생각한다. 상위 관문인 8강, 4강, 결승에 이를수록 상당히 진지한 내용들이 많았고, 대학생들의 태도 역시 점점 차분해지고 더욱 논리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강전과 결승전에서는 주제에 대한 창의적인 생각과 더불어 좀 더 현실적인 논리를 펼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20대들이 사회 문제들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사후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약인가 독인가?’, ‘동성애 결혼, 허용해야하나?’, ‘SNS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는가?’, ‘결혼은 미친 짓인가?’ 등의 사회 이슈 문제 뿐 아니라, 20대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다양한 주제들로 토론이 진행된 것은 꽤 인상적이었다.

또한 수많은 토론이  개인의 문제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의 대결 구도로 이루어졌는데, 대부분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반대입장)을 내는 쪽이 많았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들은 이미 우리 20대가 인식하고 있는 점들이다. 특히 ‘스무살의 절망, 20대의 책임인가? 사회의 책임인가?’, ‘청년실업, 눈높이 낮추면 해결할 수 있다?’, ‘대한민국,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인가?’ 라는 주제의 토론은 우리나라 현실이 병들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해 씁쓸함이 남았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 프로그램이 우승과 상금을 내걸고 있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한 넓고 깊은 시각으로 토론하는 것 보단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여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에 너무 편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토론의 목적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가지고 해결방안, 대처방안까지 제시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영향력 있고, 상당한 지식을 가진 기득권층만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벗어난 가장 20대 적인 신선하고, 솔직한 토론 배틀을 선사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배틀을 벌이는 동안 승자는 겸손한 마음으로, 패자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학생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20대 청춘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