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첫 방송된 KBS2 <빅브라더스>에서 진행자 조영남이 게스트인 소녀시대 태연에 '기습 뽀뽀'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영남은 녹화를 마무리하며 게스트로 출연한 소녀시대 멤버들에게 "포옹하자"고 제안했고, 포옹하던 중 태연의 볼에 갑자기 입맞췄다. 태연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들의 포옹은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않은 과거의 만남'이라는 훈훈한 자막과 함께 방송됐다. 누리꾼들은 대부분 조영남의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후배를 사랑하는 대선배의 행동이라기엔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각 방송사들은 조영남의 돌발 발언과 돌발 행동을 반기는 눈치다. 그동안 조영남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 부인인 배우 윤여정에 관한 발언이나 "24살 아나운서를 여자친구로 둔 적 있다"는 이야기 등 본인 주변의 여자 이야기를 방송에서 서슴없이 해왔다. 유별난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조영남이 방송에서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충분히 자극적이고 흥미롭다. 이러한 이유로 조영남은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로 우대받고, 아무리 자극적이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야기나 행동을 해도 '자유로운 영혼' '젊게 사는 사람'으로 포장되곤 했다. 방송에서 그의 연애담을 듣는 MC들은 '헐리우드 스타일'이라며 맞장구치고, 이에 조영남은 '영국 왕실 스타일'이라며 기분 좋게 받아치는 식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조영남의 아슬아슬한 돌발 언행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그가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해도, 조영남의 이번 행동은 정말로 선을 넘었다. 사실 조영남은 그동안 방송에서 최유라, 송은이 등 수많은 여자 연예인들의 볼에 입 맞춘 바 있다. 현실에서는 당연히 성희롱으로 비판받고,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할 부끄러운 행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영남의 행동은 정상적이라는 듯 방송됐다. 사람들은 조영남의 지나친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린다. 이런 모순적인 행동은 곧 그의 행동을 말없이 용인하는 꼴이며, 또 다시 희롱당하는 제 2의 태연과 희롱하는 제 2의 조영남을 낳을 뿐이다.    

 




비정상을 정상이라며 감싸는 방송들 때문에 오늘의 조영남-태연 논란은 불거졌다. 이들의 포옹, 그리고 조영남의 뽀뽀는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않은 과거의 만남도 아니고, 후배를 사랑하는 대선배의 진심도 아니다. '조영남이라서' 묵인되는, 전국에 방영되는 아무렇지 않은 성희롱이며, 오늘날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수준을 보여주는 한 장면일 뿐이다. 이런 장면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행동은 맞장구나 웃어넘기기도 일시적 악플도 아닌, 제대로 된 비판과 경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