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앙일보는 올해 역시 2011년도 대학평가를 실시해 보도했다. 전국 4년제 대학 100곳을 대상으로 교육여건 110점, 국제화 60점, 교수 연구 110점, 평판 및 사회진출 70점 총 4개 부문 32개 지표를 합산해 35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대학평가의 결과 중 성균관대와 중앙대의 순위 급상승을 눈여겨볼만한 특징으로 지적하며 그 원인이 두 대학을 인수한 삼성그룹과 두산그룹의 적극적 투자에 있다고 분석했다. 또 대학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준수하기 위해 엄격한 지표와 평가 기준을 세웠으며, 평가 결과는 기업이나 장학재단의 인재 선발에 활용되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그런데 평가 지표가 의심스럽다. 중앙일보는 매년 대학평가에 제기됐던 논란을 방지하듯 각 대학의 의견을 반영해 지표를 결정했고, 대학 평가의 대원칙은 '공정성과 객관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표 선정에 대해 대학들이 동의했다고 해도 세부 지표 및 각 지표 당 점수 비중에서 주관성이 보인다. 예를 들어 '평판 및 사회 진출도' 부문의 세부 지표들은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건지 의문이다.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학, 입학을 추천하고 싶은 대학, 기부하고 싶은 대학 등의 지표는 학연을 매우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의 대학 평가기준으로는 객관적이라고 하기 힘들다.


또 10점을 차지하는 건강보험 데이터 기준 취업률 역시 예술대학 및 체육대학까지 있는 종합대학이나 대학원 진학률이 높은 대학에게는 불리하다. 예술 및 체육 전공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교수 당 학생 수(10점)보다도 외국인교수(15점)나 영어강의(15점)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하는 알 수 없는 점수 비중 역시 대학을 '속 빈 국제화'에 투자하도록 재촉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평가 자체가 이런 저런 근거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켰다고 쳐도 평가에 대한 분석 보도들이 그 공정성과 객관성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가 26일 보도에서 성균관대 및 중앙대가 기업 투자로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는 보도는 그 부작용 및 다른 발전 요소들을 배제했다. 마치 기업 투자만이 대학의 발전을 가능케 했다는 듯한 뉘앙스는 기업 투자를 받지 않으려던 대학들도 기업형 대학으로 탈바꿈하게 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중앙일보 대학 평가는 하나의 추세, 그리고 대학의 법칙을 만들고 있다. 기업형 대학이 앞서간다거나, 영어강의를 할 수록 국제화된 학교라며, '경쟁력 있는 대학이 갖추어야 할 몇 가지'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대학들은 중앙일보의 대학 평가를 바탕으로 무엇에 투자하고 무엇을 없애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런데 대학 평가가 기업및 장학재단의 인재 선발에 활용된다는 것은, 기업의 몇 천 억 투자를 받아 최고급 시설이나 잔디밭을 만드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인재로 선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언급된 객관성을 이해하기 힘든 기준과 지표들을 바탕으로 평가된 대학 순위를 바탕으로 인재가 선발된다는 것이다. 대학 평가로 인해 엉뚱한 데 힘을 쏟는 대학 간의 경쟁은, 오히려 학교의 자본이나 국제화 정도에 따라 인재인지 여부를 평가받는 학생들을 좌절하게 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게 한다는 데서 긍정적이다. 좋은 취지의 올바른 평가는 각 대학이 자만하지 않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 평가가 그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중앙일보가 정말로 권위적인 위치에서 대학을 평가하고 싶다면 그 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