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김순덕 논설위원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김 논설위원은 24일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을 통해 ‘무너지는 그리스에 펄럭이는 적기’라는 제목으로 긴축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그리스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칼럼을 썼다. 그런데 이 글에서 그리스 대학생들의 행태를 언급하며, “‘반기업’만 외치는 천치들은 우리나라에도 많다."며 “무식한 대학생들은 지금의 ‘반값 등록금’이 미래 자신들의 연금을 당겨쓰는 건 줄도 모르고 트윗질이나 하면서 청춘을 보내고 있다.”고 쓴 부분이 큰 파장을 불러왔다.

트위터 상에서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반값 등록금 시위에 나간 대학생들은 졸지에 ‘트윗질이나 하면서 청춘을 보내는 무식한 대학생’이 되고 말았다. 김 논설위원의 칼럼이 트위터상으로 퍼진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김순덕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글에 대해 성공회대 탁현민 교수는 “유식이 만든 동아일보와 무식이 만든 트위터 한번 뜰까” 라며 김 논설위원을 조롱했고, 작가 이외수씨는 “대학생들에게 투표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도록 만들이 주시는 말씀이다.”라며 비판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외수씨의 트윗이 널리 퍼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김순덕 논설위원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면서 투표를 꼭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 논설위원의 글은 예전부터 보수진영의 시각을 강경한 어조로 표출해와서 논란이 돼왔다. 노골적으로 야당과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는가 하면, 친(親)시장 반(反)노동적인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또한 노조나 시위,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반감을 보여왔다. 그래서 그가 반값 등록금 시위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 것도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심지어 한나라당에서 열린 ‘등록금 문제 대국민 공청회’에서는 네덜란드로 교환학생 간 딸 이야기를 하며 “제 동료 특파원이 유럽학생들과는 연애나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평생 대학 다니면서 나랏돈을 쓰기 때문이다.”라며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김 논설위원의 이번 글은 그의 편향된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소제목을 “차라리 대놓고 공산주의를 하라”로 짓고,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며 등록금 시위에 나서는 대학생을 마치 ‘공산주의자’처럼 묘사했다. 정당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을 ‘공산주의’라니 도무지 주요언론의 논설위원이라고는 생각될 수 없는 비약을 저지르고 있다.

그에게 ‘공산주의’의 반대말은 ‘미국식 자유주의’일 것이다. 그의 글을 보면 복지를 최소화하고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선(善)’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가 롤모델로 삼는 국가인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의 경우에도 부모 소득 6만 달러 미만의 자녀들은 학비를 면제해주는 등 부모 소득에 따라 학비의 차등을 두고 있다. 미국도 최소한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저소득층을 위한 배려를 해서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학생들이 고액 등록금에 힘겨워 할때도, 사립 대학재단은 재단이 대학에 내야 할 ‘법인 전입금’을 줄여서 수조원의 누적 적립금을 쌓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어떠한 대책 하나 제시하지 못했고, 저소득층은 대출을 받고 알바를 해도 대학에 다니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대출을 받고 겨우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취업난 속에서 젊은이들이 빚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묘연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생들이 ‘천치’, ‘무식한 대학생’, ‘공산주의자’가 안되기 위해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교육이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을 때, 즉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을 때, 학력과 소득은 대물림되고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는 날로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김 논설위원은 ‘그리스의 무상등록금’만 비판하며, 교육의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전혀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김 논설위원의 주장대로 ‘좌파’와 ‘공공부분 복지정책’이 그리스를 망쳐버린 망국병이라면, 핀란드 노르웨이 프랑스같이 대학교의 학비가 없거나 저렴한 국가들은 전부 망했어야 한다.

20대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는 김 논설위원에게 ‘트윗질이나 하는 무식한 대학생’이라는 소리 듣기 억울해서라도 20대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 20대가 사회의 주축이 되어서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공공복지가 강화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우리 20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반값 등록금 시위에 나간 우리 20대가 ‘무식’했던 것이 아니라, 김순덕 논설위원이 '무식'했다는 것을 증명해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