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역 앞 다문화의 동네

2009년 20살이 되던 해, 안산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 같은 곳에서 자라 온 나는 대학마저 안산에 위치한 학교로 입학했다. 안산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 아쉬움에만 계속 집착하고 있을 정도로 대학은 재미없지 않았다. 난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잔뜩 설렌 상태로 학교를 드나들었고 전공인 문화인류학에서는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현지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성격 때문에 대부분의 전공수업은 한 가지 주제로 한 학기 내내 현지조사를 하는 것이 의무였고 1학년의 난 책상에 앉아 있기 보단 선배나 친구와 함께 여기저기 다니기 바빴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난 안산에 살면서도 단한번 가본 적 없는 원곡동(공식행정구역명칭은 원곡본동. 안산역 앞 일대)에 가게 되었다.  원곡동은 안산내의 도시이지만 다른 곳보다 외국인 주민 비율이 높았고, 덕분에 다른 동네와 확연히 구분되는 분위기를 풍겼다. 이 특징 때문에 학과 내에선 흔하게 이곳을 필드지로 정했고 나도 그런 이유를 갖고 그곳에 처음 향했다. 안산역에서 내려 노점이 드문드문 있는 지하도를 지나 도착한 곳은, 외국어간판을 내건 상점이 낯선 물품을 팔고 있었고 길 위에선 언어·이목구비·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걸어 다녔다. 처음 그곳에 서본 나는 마치 오히려 내가 이방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안산 역사안의 국제전화 광고판. 지역 인구 구성 특징에 맞게 제일 위에 있는 국기가 각각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이다.

역 앞 상점과 원곡동(다문화 마을)로 연결된 지하도.

원곡동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 1층에는 무슬림을 위한 상품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외국어가 보이는 간판

 

(안산시 단원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3만 7천여명인데 이 중 만 7천여명이 원곡본동에 거주한다) 

원곡동이 겪은 두번의 변화: 도시화와 외국인의 이주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원래 안산의 사동이 배가 드나드는 포구였다면 원곡동일대는 농사를 짓는 동네였다. 하지만 70년대부터 안산에 반월공단 개발이 시작되어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동네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공업단지가 늘어나자 인구가 늘어났고 자연스레 그들이 살기 위한 주택단지와 교육시설 같은 것들이 필요해졌는데, 그 시설들이 공업단지들과 가까웠던 원곡동에 들어선 것이다. 이렇게 원곡동은새 안산에서 제일 먼저 도시화가 시작 되었다.


상-개발이 시작된지 얼마 안됐을 때인 70년대의 원곡동일대하-한창 개발중인 상태의 원곡동일대


하지만 원곡동의 독주는 오래가지 않았다. 20년 정도가 흐르자 제일 번화했던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 했다. 한국의 제조업 중심이었던 산업구조가 바뀌어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났고, 안산 내에서도 다른 곳이 개발 되어 아파트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아파트가 있는 근처의 선부동이나 와동 같은 곳으로 떠났고 번화하던 원곡동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빈 공간만 늘어났다. 그런데 마침 이때 이주노동자가 안산(공단)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주자는 한국 사람들이 빠져나간 일자리는 물론이고 집과 상가도 메워갔다. 이렇게 한국인과 이주민들이 섞여 살게된 원곡동은 점차 거리도, 상점도 이주자들의 색을 띠기 시작했다.(한국에는 1988년부터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하였으며 안산에는 90년대 중반부터 이주가 시작되었다.)
 
비정부단체의 조화로운 공동체 만들기 운동과 안산시의 개발 사업

다문화특구 지도

국경없는 마을 거리 풍경


안산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은 계속 늘어났고 수가 늘어나는 만큼 국적도 다양해졌다. 인구가 늘어나고 다양해지는 만큼 발생하는 문제들도 많아져갔다. 사회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오해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였고, 기존에 살고 있던 한국인들은 '못사는 나라에서 돈 벌러 온 외국인'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무시하고 차별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곳에 제일 먼저 관심을 두고 해결을 하고자 나섰던 단체는 '안산이주노동자센터'라는 NGO단체였다. 그들은 외국인과 한국인사이에 일어하는 사회문화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국경없는 마을운동을 벌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이주민의 유입으로 생겨나는문제는 '지역사회의 문제'로 인식이 되었고 다른 단체들의 참여도 생겼다. 그리고 결국엔 시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안산시는 2007년 부터 안산역 앞의 원곡동 일대의 개발사업을 시작하였고 비정부단체와는 다르게 '관광'을 사업의 목적에 추가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로 안산역 앞 일대는 문화관광부로 부터 관광지로의 가능성을 인정 받고 다문화 특구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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