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배가 너무 아프다는 엄마를 모시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다. 응급실 안에는 교통사고 당한 환자, 화상 입은 환자 등 엄마보다 심각한 환자들이 많았다.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응급실 문 쪽에서 유리병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문 쪽을 쳐다보니 취객이 의사의 멱살을 잡고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xx! 아파 죽겠다고 xxx야!”

응급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다

      피해의사 “욕설이나 멱살 잡는 것은 기본인 것 같아요.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경우도 있었고
                       발로 차 넘어트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응급실 간호사 “긴장되고 심장 떨리고…이러다 제 명에 못 살 것 같아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응급실 이용자 “시끄러워서 의사선생님들이 제대로 치료를 못하고 그게 지속되면 치료가 늦어지니깐 불쾌하죠.
                     서로 치료를 먼저 받고 싶어 난리인데.”

 

응급실에서 난동을 피우는 환자·보호자에 대한 응급실 사람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명중 1명꼴로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39.1%는 폭언과 폭행으로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고 답했다. 응급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환자를 위해 항상 준비된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데 폭력·폭언으

로 인해 응급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기다리는 다른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아야 하는 시간까지 방해받고 정신적 피해도 입는다.

 

응급실에서 의료인을 폭행해 진료를 방해하는 경우 징역이나 벌금이 처해지지만 응급실 폭행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응급실에 배치된 안전요원이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행법상 응급실 안전요원이 적극적으로 제지하면 오히려 쌍방폭행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제지하려니 법이 걸리고 제지를 안 하자니 응급실이 난장판 되어버리는 현실. 중환자실만큼 중요한 응급실에서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치료할 의사가 없다니?

응급실 이용 만족도가 전년도 42.6%에서 40.4%로 떨어졌다. 응답자들의 불만 요인 중 ‘장기간 대기’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응답자들의 대부분은 위독한 환자를 응급실에 데려가도 치료해줄 선생님을 오랜 시간 후에 만난 경험이 있었다. 응답자들이 장기간 대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문 인력의 부족’이다. 전문 인력의 부족은 여러 가지 원인이 얽힌 결과이다.

응급실에 있는 의사들은 진료시간이 주로 새벽이다.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이들은 깨어있어야 하고 뜬 눈으로 환자를 밤새도록 돌봐야 한다. 또한 밤을 새는 만큼 혜택이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며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꼬리를 물고 물어 응급의학과 전공을 포기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사태까지 일어난 것이다. 응급의학과 전공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 늘어날수록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의 진료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극단적인 경우는 불만을 의사에게 폭력으로 표출하게 된다. 응급실 대기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배치시켜야 하나 응급실 환경에 대한 개선 대책 없이는 인력증가는커녕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 할 것이다.

대책만이 응급실의 살 길

                                                               출처 : 조선일보DB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번번이 일어난다. 그만큼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렵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응급환자가 병원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생사를 오가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곳곳에서 대책 안을 내놓고 있다.

응급실 폭력행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입어 응급실을 특수 장소로 지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법사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또한 병원에서는 응급진료체계 개선책을 내놨다. 그 예로 응급실 접수와 동시에 진료가 시작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위급하고 험한 업무를 인턴이 떠맡고 있고 대부분 과에서 응급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즉 응급실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병원관계자 말로는 응급실을 위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 하지만 실질적으로 응급실에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보다 나은 응급실을 위해서는 응급실에 맞는 현실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또한 서비스 개선으로 폭력이 발생할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