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쓴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에서 군은 어처구니없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페루의 어떤 지역에서 병사들이 근처 마을의 여성들을 겁탈하는 사건이 연거푸 발생한다. 군은 판탈레온 중위를 그 지역에 보내 특별봉사대를 조직하게 한다. 특별봉사대란 병사들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녀들을 모집해 만든 특별 부대다.

방송인 붐(오른쪽)이 150일의 휴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 국방부도 페루 군 사령부보다 덜하지만 납득하기 힘든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아직도 군에서는 폭력, 자살 등의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국방부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사건을 반짝이는 포장지로 감추며 다른 곳에서 축제를 벌여 관심을 그 곳에 집중하려는 전략을 취한다는 점이다. 반짝이는 포장지와 축제는 다름 아닌 연예병사들이다.

군의 홍보를 담당하는 연예병사들에게 부여되는 100일이 넘는 휴가들은 돈 안 들고 생색을 낼 수 있는 보상이다. 그런데 이 보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붐 150일, 성시경 125일에 비하면 포상휴가를 포함해도 50 여일정도밖에 안 되는 일반 장병들의 휴가는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여기에 국방부와 연예병사 출신 연예인들은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제 시간에 잠도 자지 못한다”고 항변하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사회에서 하던 일을 군대에서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특혜여서일 뿐만 아니라 일반 사병들은 그보다 더한 고생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100일 넘는 휴가를 나온 연예인들에 대한 비판은 이 때문이다.

일반 사병들이, 사병 출신 일반인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들은 연예병사와는 달리 자신들의 노고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떤 연예인들은 현역을 다녀왔다는 것을 자랑스레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나온 방송마다 군에서 있던 에피소드들을 얘기한다. 하지만 대다수가 현역인 일반인들에게 군대는 얘기했을 때 마초이즘을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이는 좀처럼 꺼내기 힘든 트라우마다.

이런 상황에서 사병들은, 사병출신 예비역들은 여성이나 연예인들에 대한 반발을 통해 트라우마를 밖으로 드러내곤 한다. 안으로는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이 반발과 양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국방부는 현빈과 비를 통해 군을 어떻게 홍보하고 이미지를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궁리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근본적인 문제와 거기에 맞는 해결책은 모른 체하고서 말이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일반 사병과 연예병사 중 누가 중요한가? 전쟁에서 누가 더 큰 역할을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뻔한 질문이다. 아니 비전시 상황인 지금도 연예병사가 국방을 지키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데는 의문이 생긴다. GOP와 GP등 최전방에서 지금도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병사들의 노고가 더 크지 않을까? 하지만 국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잠깐의 방심에는 징계라는 철퇴를 내리고 있다. 이들이 최전방에 1년 동안 있을 때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는 휴가는 10일 뿐이다.

지금도 GOP를 찾은 군 수뇌부들은 “북한은 상류층의 자녀들이 전방으로 배치된다”, “대한민국에서 최전방에 배치되는 남성은 1%에 불과하다” 따위의 말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분명한건 이런 말이 박탈감을 해소하는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일반 사병들의 중요성을 그렇게 잘 안다면 군은 연예병사에게 주어지는 휴가를 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연예병사도, 군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결말부에서 <특별봉사대>는 결국 해체되고 만다. 판탈레온 중위와 특별봉사대가 군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특별봉사대는 본질적 해결 방법을 외면한 어처구니없는 정책이었다. 진짜 책임을 져야하는 건 특별봉사대를 만들라고 판탈레온 중위에 ‘명령’한 군 수뇌부에 있지 않을까? 연예병사에게 과도한 휴가가 주어졌다는 논란에도 같은 대답이 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