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놈들이 와. 눈물과 이별이 와. 힘없이 틀림없이 당하고 말거야.” 지난 10월 가수 휘성이 발표한 곡 <놈들이 온다>의 가사 일부다. 휘성은 이 노래에서 사랑이 끝난 후 겪는 아픔을 ‘놈’이라는 단어로 압축해 표현했다. 12월 1일 오늘, 미디어계에도 ‘놈’들이 왔다. 그것도 각종 특혜를 등에 업은 지독한 놈들이. 오늘부터 정식 개국해 방영을 시작하는 종편 이야기다.

종편은 ‘종합편성채널’의 줄임말이다. 2009년 7월 22일, 소위 미디어 악법으로 불리는 법률들이 통과되며 종합편성채널 출범이 공식화됐다. 그리고 작년 12월 방통위는 <중앙>의 JTBC, <조선>의 TV조선, <동아>의 채널A, <매경>의 MBN 4개 채널을 종편 채널로 선정했다.

면면만 봐도 ‘지독한 놈들’이다. 애초에 방통위는 종편 채널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요구했다. 거대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일부 보수언론들만이 종편 경쟁에 끼어들 수 있었던 이유다. 거기에 특혜까지 더해졌다.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10번 대의 낮은 번호를 배정받았을 뿐 아니라, 지상파에 비해 광고 규제도 적다. 지상파는 방송 시간의 0.2% 이상을 공익광고로 채워야 하지만, 종편은 0.05% 이상만 채우면 된다. 게다가 지상파와 달리 종편은 간접광고, 중간광고도 허용된다. ‘힘없이 틀림없이 당하고 말거야’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 이유다.

보수 언론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일부 반대를 배제한다면, TV 채널이 다양해지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단순히 생각해도 볼 프로그램이 많아진다는 것은 장점이다. 거기에 경쟁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이 올라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종편 사업들을 보면 ‘경쟁을 통한 프로그램 질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하다. 4개 채널 모두 몇몇 핵심 프로그램 홍보에만 열을 올릴 뿐이다. 그에 대항한 지상파의 프로그램 강화 노력 역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은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광고’와 ‘인재 빼오기’다. 천정배 의원은 종편을 두고 “좁은 수족관에 식인 상어 네 마리를 풀어놓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업의 홍보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거대 사업자 네 곳이 한꺼번에 끼어드니, 광고 수주 경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광고 여부는 시청률이 좌우한다. 따라서 톱스타나 유명 PD를 모셔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쟁은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오히려 ‘시청률’만 노리는 저질 방송만 만들어질 공산이 더 크다. 실제로 <미디어오늘>과 <머니투데이> 등 몇몇 언론은 종편의 교양 프로그램들을 분석해 종편이 겉만 교양이고 속은 예능에 가까운 ‘쇼양’으로 채널을 채우고 있음을 비판했다. 채널의 다양화를 통한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라는 종편의 장점은 보이지 않고, 부작용만 먼저 보이는 꼴이다.

“잠깐이야. 곧 지나가고 잊혀질 거야. 어린 시절의 기억들처럼.” 서두에 언급한 가사 다음 부분이다. 가사처럼, 아무리 ‘지독한 놈들’이라도 언젠가는 잊혀지게 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4개 종편 채널에 대해, “알아서 정리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린다. 시간이 지나면 1-2개 채널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일시적으로는 재미만을 쫓는 채널이 인기를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잊혀지지’ 않기 위한 종편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