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뿔’났다. 동국대 소속 사찰인 정각원은 지난 29일 학교 홈페이지에 기독교를 겨냥한 뼈 있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앞으로 동국대학교에서는 독선적이고 불법적인 선교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각원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 정각원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야간에 여러 대의 대형버스를 타고 들어와 종교집회를 하고 사라지거나 대학입시 수험장에 몰래 들어가 선교 포스터를 부착하는 등 과도한 선교 활동을 펼쳐 왔다고 한다. 불상에 붉은 페인트로 십자가를 긋고 ‘오직 예수’라고 적어놓는 무례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모두 불교 재단 대학인 동국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동국대 내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들은 개신교신문인 <크리스천투데이>를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오히려 학내 종교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학교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기독교계 동아리들은 포교 활동 문제로 동국대 정식 동아리로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 강의실 대관도 해 주지 않으니 가상의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강의실을 대관한 적은 있다. 오히려 학교 측이 기독교 학생들에게 육두문자를 사용하거나 퇴학 협박까지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단대신문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동국대 학우들, 나아가서 대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동국대학교 학생커뮤니티 디연(D-Yeon)에는 개신교 단체들의 과도한 학내 종교 활동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닉네임 ‘꼬까참새’를 쓰는 한 학생은 “개신교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계시던 스님에게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대놓고 면박 주는 걸 본 적 있다.”는 경험담과 함께 한국 개신교가 유독 과도한 선교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겼다.
 
대다수의 비종교인 대학생들이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가지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노방전도’ 때문이다. 캠퍼스 곳곳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종교인들은 강의실을 찾아가는 학생들을 붙잡아 ‘교회 다니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말을 건네는 방법 또한 갈수록 교묘해져 ‘혹시 저랑 같은 수업 듣지 않으세요?’, ‘설문조사 좀 하려고 하는데요.’ 등의 새로운 수법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각 건물의 라운지나 심지어 도서관의 테이블에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도 종교인들의 표적이 된다. 혼자 고정된 장소에 앉아있는 학생은, 선교하려는 입장에서는 좋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출처 : 연세대 웹진 연두

 
 
캠퍼스 내 종교 표현의 자유는 물론 당연한 가치이고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종교의 자유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면서까지, 또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으면서까지 선교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되려 학생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선교 활동이 ‘숭고한 자기희생’이라고 믿고 있을지 모르는 종교인들에게 한 마디 건네고 싶다. 그건 희생이 아니라 일방적 강요일 뿐이며, 오히려 당신의 종교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행동이라고. 학생들도 ‘뿔’났으니, 그만 좀 붙잡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