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포털사이트의 메인에서 본 기사 이야기를 꺼냈다. 한 취업포털이 5일 발표한 바에 의하면, 취업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들이고 있는 사교육비가 점점 늘어나 연간 279만원에 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스펙이 없어서 기업이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아. 취직을 할 생각인 건 아닌데, 이젠 하고 싶어도 못 할 것 같아.” 그 친구는 누가 봐도 ‘명문대’라는 배경을 가진 사람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한마디를 건네자, 친구는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더니 글을 하나 찾아서 보여주었다. 그가 다니는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떤 졸업생의 취업 수기였다.
취업 첫 시즌 21전 21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서 다음 해에 취직을 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에 대한 글이었다. 대학 다니는 동안 소위 ‘스펙’이라는 걸 갖추지 못한 글쓴이는 1년간 기업 인턴을 하면서,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시간을 통째로 사용해 영어학원, 일본어학원, 스페인어학원에 다녔다고 썼다. 조금 남는 시간은 공모전 준비와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데 썼고, 깨어있는 시간엔 언제나 CNN 라디오가 귓가에 들리도록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서야 5군데의 기업에서 서류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고, 3점 초반이라는 좋지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학점을 가진 ‘명문대생’의 이야기다.
ⓒ 한겨레21
대학이 그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취업을 위한 수단과 과정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대학에서의 공부 자체는 이력서에 들어갈 한 줄의 타이틀과 조금 더 높은 숫자(학점)를 위한 것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기업들은 갈수록 대학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스펙들을 요구하고, 대학생들은 이력서의 나머지 빈 공백들을 채우기 위해 학교 안에서 또 학교 밖에서 학문 이외의 것들을 찾아 헤맨다. 봉사활동, 공모전, 인턴, 영어 성적, 자격증 같은 기본 스펙은 물론이다. 요즘은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스토리’도 갖춰야 하고, 기업의 선호에 맞게 자신의 외모까지 관리해야 하니 취업하려면 자신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할 판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대학생들의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연평균 취업 사교육비가 279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4년제 대학 2․3․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 3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3년 전인 2008년 조사 결과(193만원)에 비해 44.6%나 높아진 수치다. 취업에 대한 부담, 경쟁에 대한 압박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상승폭이라 할 수 있겠다.
ⓒ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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