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잔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나도 다른 남녀를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해보는 남녀탐구생활. 오늘은 고함20이 준비한 패러디 버전의 ‘돈 쓰는 법’ 편이에요.


먼저 남자의 탐구생활이에요.

남자는 점심이 다 되어서야 겨우겨우 눈을 비비며 일어나요. 어제 새벽 늦게까지 술을 목구멍에 부어댄 덕분이에요.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평소 습관에 비춰 봤을 때 어제도 통장 잔고 수십만 원은 줄어들었을 게 분명해요. 이 사실을 여친이 알면 또 분개할 것이 뻔해요. 어젯밤에 연락이 안 됐던 건 그냥 잤기 때문이라고 위장하기로 해요.

약속 시간이 다 되어 남자는 여친을 만나러 나가요. 남자는 여친이 오늘은 또 뭘 먹으러 가자고 할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려요. 아무리 사랑하는 여친이라지만 만날 때마다 사라지는 돈들은 슬프기만 해요.

남자는 여친을 만나자마자 오늘은 짜장면이 너무나 먹고 싶다고 땡깡을 부려보지만 여친님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아요. 남자는 결국 여친이 원하는 대로 정통 이탈리안 음식점으로 향해요.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안 그래도 올라와 죽겠는데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 크림 소스 파스타를 먹으려니 죽을 것 같아요. 남자는 이런 느끼하기만 한 음식에 왜 2만원이나 줘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없을 거라며 맛있게 파스타를 먹던 여친이 갑자기 포크에서 손을 떼요. 원래 음식은 남기면서 먹어야 살이 안 찐대요. 남자는 여친의 행동에서 불길한 징조를 느껴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메가톤급이에요. 여친이 A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크림 와플을 디저트로 먹어야겠대요.

비싼 밥은 남자가 샀으니 디저트 정도는 여친이 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봐요. 하지만 남자는 생각을 바로 고쳐먹어요. 밥 산 걸로 생색내면서 디저트는 사 주길 바라는 자신이 여친에게 찌질하게 비춰질 것 같아서 그냥 기대하지 않기로 해요. 결국 남자는 카드로 밥값만큼 비싼 와플과 커피를 긁었어요. 도무지 감당이 안 돼서 엄마카드를 긁은 건 비밀이에요.

와플과 커피가 다 사라지고 얘기도 끝나고 밤이 늦자 여친이 스티커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해요. 여친님이 스티커사진은 자기 돈을 쓰겠대요. 벌써 5만원이 넘게 쓴 남자 앞에서 겨우 5천원 갖고 이게 웬 생색인지 모르겠어요. 여친은 스티커사진을 오려 남자의 지갑 속에도 집어넣어요.

남자는 여친을 집까지 데려다 준 후, 또 다시 교통비를 한 번 더 내고 홀로 집으로 돌아와요. 남자가 오늘도 많은 돈을 써버려서 알바를 몇 시간은 더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사진 속의 사랑스런 여친을 보면 또 기분이 좋아져요.

이상 남자의 돈 쓰는 법 탐구생활이었어요.


이번엔 여자의 탐구생활이에요.

오랜만에 만난 남친이 짜장면을 먹고 싶다고 말해요. 여자는 어이가 없어서 그냥 못 들은 척 무시하고 미리 인터넷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알아놓은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남친을 끌고 가요. 물론 여자도 짜장면을 싫어하거나 못 먹는 건 절대로 아니에요. 하지만 남친과의 데이트에서 고작 ‘짱깨’를 먹자고 하다니 뭔가 대접받지 못하는 것 같고 연인과의 데이트인데 참 분위기도 없어요.

여자가 원하는 곳에서 밥을 먹었지만 절대 돈은 여자가 내지 않아요. 사실 여자는 분위기 좋은 곳을 알아오긴 했지만 음식 값을 내기에는 너무나 부담이 되기 때문이에요. 남자의 지갑에도 무리가 가는 일이라는 걸 여자가 모르는 건 아니에요. 여자도 가끔은 남친의 경제 사정을 위해 더치페이를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러기엔 자신이 너무 가난하다고 생각해요. 다행이도 남친도 왠지 더치페이보다는 자신이 여자의 몫까지 사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아 보여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를 거치며 많은 돈을 쓴 남친이 갑자기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여요. 여자는 남친이 없었다면 그렇게 맛있는 파스타와 와플은 꿈도 꿀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나는 쿨한 여성이므로 스티커사진 찍을 돈은 스스로 내기로 해요.

오늘도 남친보다 훨씬 적은 돈을 썼어요. 여자의 머릿속에 지구상의 남자라는 종족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요. 하지만 여자는 옷도 사야 되고, 화장품도 사야 되고, 네일아트도 받아야 되고 여자는 정말 쓸 돈이 많은 것 같아요. 여자는 데이트할 때 여자가 덜 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여자는 이렇게 안 쓰고 또 안 먹은 돈으로 아이쇼핑하며 봐 두었던 예쁜 스커트를 구입해요. 스커트 값이 사실 너무 비싸긴 하지만 가격 따위가 나의 스커트를 향한 욕망을 막지는 못해요. 이걸 입고 남친을 만나면 남친의 눈이 하트로 변하며 엄청 좋아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이상 여자의 돈 쓰는 법 탐구생활이었어요.


커플 여러분, 남자가 내든 여자가 내든 상관 말고 아무튼 돈 좀 아껴 쓰세요. 오죽하면 돈 없으면 데이트 못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연애하려는 남자는 알바가 필수라고들 하겠어요. 사랑보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 먼저는 아니라는 건 여러분이 더 잘 알 거에요. 분수에 맞는 검소한 소비 생활을 하는 예쁜 커플로 거듭나길 바래요.



저희 글이 오랜만에 다음 메인에 올라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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