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 출근 날, 서대문도서관에는 낯선 얼굴들이 많다. 공무원들이야 새해가 되도 변함없이 출근을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물갈이되었다. 공무원들끼리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아이고, 그래도 청소하시는 어머니는 5년 넘게 하셨는데.." "어쩔 수 없지 뭐.." 라며 대화를 이어간다.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은 1년 정도 쓰고 갈아 끼우는 일회용품에 불과하다.
 
2012년에는 총선이 있는 만큼 비정규직에 대한 정책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에서는 파견 사용기간 제한(2년)을 없애고 무기한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내놓았고, 민주통합당은 '동일 임무, 동일 임금'이라는 기치 아래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차별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노동계에서는 새누리당의 정책에 대해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고 내놓은 법안이지만 사실은 아예 정규직이 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규탄하고 있고, 기업계에서는 민주통합당의 정책은 너무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가 첨예한 대립각을 이루고 노측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마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없다면,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의 제대로 된 비정규직 정책을 확립해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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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에서의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시절에도 야심차게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힘썼지만,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그 이후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공공부문 선진화를 추진하며 129개 기관의 정원 2만2,000명을 감축하고 41개 기관 통폐합 및 24개사의 민영화 , 공기업 신입직원 임금삭감 등을 추진해왔다. 여기서 줄어든 정원은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직원들이 일자리를 채우게 되면서 일자리창출이 아닌, 같은 업무인데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따르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근로자수는 2008년 이래로 꾸준히 증가해왔고, 특히 작년의 증가세는 뚜렷했다.

 

  
민주당의 이종걸 의원은 2011년 7월 20일 열렸던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 공청회’에서 “공공기관의 정원을 감축하면서 고용 창출의 대안으로 제시한 청년인턴제는 사실상의 기간 비정규직 일자리만 확대하였을 뿐 아무런 고용효과를 창출하지 못하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여러 통계와 정황이 정부가 비정규직양산에 한 몫을 하며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현 정부와 맥을 같이하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7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양극화 해소를 외쳐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히며, 2015년까지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며, 사실상 기존의 정책기조를 버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정책에서 성공적인 선례를 남기려면, 정책입안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선심성 정책만 내놓아서는 안된다. 아무 대책 없이 길거리에 내몰리는 비정규직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보호 장치와 인간적인 대우이다. 정부가 기업에게 비정규직을 보호하라며 왈가왈부하기 전에, 공공기관에서조차 부품으로 취급받는 비정규직의 마음을 헤아려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