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는 러닝머신이 아닙니다. 두 줄로 안전히 탑승하세요."

지하철역, 대형 건물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보면 종종 발견하는 문구이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이내 걸어 올라오는 뒷사람의 눈치를 보며 오른쪽으로 옮겨 탄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서기’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으며, 실제로도 습관적인 한 줄서기를 실천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한 줄서기 문화는 1998년 시작된 한 줄서기 운동을 시초로,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당시 ‘바쁜 사람에게 공간을 양보하자’, ‘선진국의 예절 문화를 정착하자’라는 취지하에 시작된 한 시민단체의 운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한 줄서기는 시행 이후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였고, 이에 대한 한 줄서기 문화 개선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시행된 우측통행 운동과 뒤섞이고, 시민들의 불확실한 정보 파악과 잘못된 관습적 문제에 치여 혼란 속에 여전히 한 줄서기 문화는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에 거주 중인 시민 이해현(29) 씨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늘한줄서기를 해 왔기 때문에,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고 두 줄로 선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라며, 오히려 한 줄서기가 맞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매일 지하철을 이용해 통학하는 대학생 최창환(20) 군은 "한 줄서기가 월드컵 즈음부터 시작된 것을 안다. 하지만 두 줄로 서려고 해도, 뒷 사람과 마찰을 피하려고 매번 오른쪽으로 옮겨 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는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할 사항이다. 한 줄서기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로, 안전사고 발생률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매년 접수되는 승강기 안전사고 중 70~80% 이상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에스컬레이터 한 줄서기 운동 시행 이후 이전보다 사고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일반 계단과 달리 에스컬레이터의 계단은 높고 가파르기 때문에,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행위는 연쇄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로, 에스컬레이터 수리비용의 증가 문제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서기를 하게 되면 하중이 한쪽으로 쏠려 잔고장이 잦아지고, 하중 집중에 따른 편마모로 인해 부품 교체와 수리점검의 주기가 짧아진다. 이는 불필요한 비용 증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탑승객들은 잦은 수리와 점검으로 인한 이용의 불편함을 겪게 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본 취지와 다르게 한 줄서기가 그다지 빠르지 않다는 데 있다. ‘바쁜 사람에게 공간을 양보해 주자’는 목표와 달리 실제로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어 올라가는 속도는 계단에서의 속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에스컬레이터는 계단 옆에 위치해 있다. 실제로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은 시간이 바쁜 직장인이나 대학생 등의 비교적 젊은 세대이다. 실제로 걸음을 재촉하는 탑승객이 이와 같은 연령대임을 감안하면, 계단을 이용해 걸어 올라가는 것이 결코 상대적으로 느리지 않다.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무의식적으로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에티켓은 옳은 것일까? 가까운 곳부터 돌아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