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서 더 이상 SES의 귀여움도 핑클의 청순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 ‘섹시’라는 코드로 통일되어 있다. 채 5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자신을 어필해야하는 그들은 치열하다. ‘치열함’은 남녀노소 구분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운데 노출과 선정성의 측면이 존재한다. 언젠가부터 이 문제는 데뷔 혹은 컴백과 함께 대두되고 있다. 누가 더 섹시해보일 수 있는지 경쟁적으로 뽐낸다. 그들 모두 노골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어딘가’ 부각시킨다. 


바야흐로 노출 전성시대

여자가수들의 선정성 논란은 지루하다 못해 진부한 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조금이라도 선정적으로 비치는 무대나 의상을 입고 대중 앞에 서면 사방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검색어 순위나 쏟아지는 인터넷 기사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관심을 반증한다. 대중들은 ‘쩍벌춤’, ‘각선미 춤’ 등 무대가 선보여지기가 무섭게 특징적인 동작에 ‘애칭’을 달아주기도 한다.


의상들도 한 몫 한다. 지난 연말 가요대전에서 그룹 씨스타는 선정성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가슴 깊이 노출되어 보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의상을 선보인 것이다. 게다가 아슬아슬한 하의 사이로 보이는 속바지도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피기 충분했다. 최근 컴백을 앞두고 있는 미스에이는 벌써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명 ‘붕대의상’으로 불리고 있는 의상이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때문이다.

이제 노출은 더 이상 여자가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자가수들의 노출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자가수들이 하체에 관심을 집중시킨다면 남자가수들의 경우는 상체를 내보인다. 짧은 하의나 깊이 파인 상의 대신 그들은 아예 옷을 벗어재낀다. ‘초콜릿 복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여자가수들이 마른 몸매를 위해 먹는 닭가슴살을 그들은 피부 바로 밑에 있는 ‘그것’을 위해 섭취한다.
 

왜 ‘선정성’일까

이런 과열된 노출 전쟁이 신경 쓰였던 것일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또한 지난 해 8월 지상파 3사 가요프로그램들에 ‘권고’조치를 내렸다. 가족들이 같이 보기 불편하다는 시청자 민원이 접수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같은 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아이돌들의 과도한 노출을 금지시켰다. ‘대중문화 예술인 표준전속 계약서’에 과다노출 금지 조항을 포함시키면서 노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 보였다.

이에 솔로 활동을 하던 현아는 선정성 논란에 <버블팝>활동 중단 선언을 선언했었다. 핵심 안무인 ‘골반춤’을 수정하고 무대에 서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씨스타와 달샤벳의 경우는 안무를 대폭 수정하는 등 자체적으로 검열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출이라는 수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엔터테이너 관계자는 “최근 가요의 키워드는 선정성.”이라며 “1~2주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대중들에게 각인되어야 하는 고충이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수들이 얼굴을 알려오는 이 시대에 노출은 ‘드러나기’ 위한 수단이다.

그룹 비스트, 엠블랙등의 안무를 맡고 있는 안무가 DQ는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자극적인 동작들이 채택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치열해지는 노출 경쟁의 단면을 꼬집었다. 노출과 선정성은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선택된다.
 

관심을 위한 노출은 거부한다

누군가는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노출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노출과 함께 얽히는 선정성 논란도 어느새 당연하다. 몇 개월 되지 않는 활동기간이기에 ‘논란’은 중요하지 않다. 어느새 또 다른 ‘논란’으로 잊혀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보다 가수의 옷차림이나 퍼포먼스가 더 부각되는 현실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완성도’란 어떤 의미인 것일까. 음악평론가 강태규는 이런 말을 했었다. “지금의 한국의 많은 가수들은 음악을 위해 몸을 이용하는지, 아니면 몸을 위해 음악을 이용하는지 한 번 되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