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칼치오폴리라고 불리는 승부조작 스캔들이 이탈리아 세리에A를 뒤흔들어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05/06시즌 우승팀인 유벤투스를 비롯해 AC밀란,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 우승경험이 있는 명문 구단들이 심판을 매수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 낸 것이다. 네 개 팀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협회(FIGC)와 심판협회까지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을 정도로 거대한 스캔들 이었다. 이 사건으로 AC밀란을 제외한 세 팀이 세리에B로 강등을 당했고 유벤투스는 우승컵인 스쿠테토까지 박탈당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반면 세리에A의 선수들과 다른 팀들은 희생자로 비쳐졌다. 당시 3위의 성적을 거뒀던 인터밀란은 뒤늦게 우승컵을 가져갔고 강등된 팀의 주요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곳으로 이적하기도 했다.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비록 구단과 소속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처벌을 받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건 승부조작을 일으킨 선수뿐이었다. 당사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희생자에 불과했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에 들어간 검찰이 거론됐던 선수를 소환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유벤투스 팀의 '비안코네리' 유니폼, 승부조작 이후에는 줄무늬 방향이 바뀌어 죄수복이 됐다는 풍자 만화

 

하지만 언뜻 닮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과 이탈리아 두 국가의 프로스포츠 스캔들은 분명 차이가 있다. 먼저 세리에A의 스캔들은 명문 구단을 소유한 구단주와 축구협회의 회장,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사건이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 스캔들의 주역이 영향력 있는 거대 부호와 권력이란 데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에서 승부조작 스캔들을 일으킨 건 사설 도박업체의 유혹을 받은 일개 선수에 불과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스캔들을 같은 방식으로 다루기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솜방망이 처벌을 하자는 게 아니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브로커들이 손을 댄 야구의 4, 5선발 선수들은 높은 대우를 받지 못하지만 조작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이들이다. 같은 리그에서 뛰고도 1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는 상무 선수들이 브로커들의 표적이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프로야구는 연봉최고액이 15억으로 경신됐다고 떠들썩하지만 이는 동전의 앞면일 뿐이다. 최저연봉은 24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프로선수는 당연히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선수 생활을 기껏해야 10년 남짓밖에 할 수 없다. 실력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프로농구 김승현 선수는 “FA계약제도는 노예계약제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이 선수에게 운동만을 강요해 재사회화를 힘들게 하는 환경이라는 것도 문제다. 프로구단 코치직은 제한돼있으며, 학교 코치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직장이 아니다. 선수들이 승부조작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 프로스포츠에도 복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