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공약 = 야당 공약?

 2012년은 총·대선이 있는 정치의 해이다. 특히 작년 10·26 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에서는 2012년을 위한 통합과 쇄신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실제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은 연대와 통합으로 분석되었고,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 이후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심판’을 기조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라는 실질적인 진보진영 통합을 이끌어냈다. 또한 야권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에서는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등 기존 부정적인 이미지 탈피와 친박계열의 재정비를 위해 당명을 바꾸고 당내 쇄신을 천명하기도 하였다.

 이 와중에 여야 모두 4·11 총선을 50일 남짓 앞두고 총선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약 발표 후 지금까지도 공약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가장 크게 이야기 되는 것은 ‘여야의 공약이 차별성이 없다.’ 는 부분이다. 여야의 공약이 너무나도 비슷해 유권자들이 선택에 혼란을 가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예상되는 경제와 복지 분야를 보면 여야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이 제시한 공약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보완, 중소기업 예비 입사자에게 대학 등록금 지원을 내세웠고 민주통합당도 이와 비슷한 출자총액제도 부활, 취업자에게 구직 촉진수당 등을 제시하였다. 특히 등록금 문제와 군대 사병 월급 40만원 지급 등 많은 부분에 대해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여, 정책공약에서 표심을 위한 정책일 뿐 정당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양 당이 제시한 복지공약에 대한 정부 추계결과 연간 44조~67조원 수준이다. 5년을 가정했을 때 최대 340조원(대한민국 1년 국가예산 327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공약의 이행을 위해 새누리당은 재원 마련에 비과세와 감면 혜택을 축소, 민주통합당은 재원마련에 부자증세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당이 제시한 공약과 재원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만약 무리하게 이행을 한다고 해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것 같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하였다.

정당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대체 어떤 정책으로 경쟁을 하고 있습니까?

  표심을 위한 행보는 공약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는 여야의원들이 신용카드 수수료 감소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에 대해 국회 금융위와 경실련, 이명박 대통령까지 ‘정략적인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통과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여야의원들의 총선을 의식한 무리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당신은 대체 어떤 정책으로 경쟁을 하고 있습니까?’ 이 문구는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지식채널에서 방영한 문구 중 하나이다. 18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19대 총선을 앞두고 똑같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당명을 바꾸면서 까지 당내 쇄신을 천명한 여당과 수많은 정당들과 통합을 통해 정치적 발언권을 확대하겠다는 혁신을 주장한 야권, 하지만 대동소이한 공약과 실현성 없는 공약에서 보듯 그들이 말한 쇄신과 변화는 엿볼 수 없었다.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비판은 ‘이름만 바꾸면 뭐해, 속은 그대로인데’이다. 하지만 정당에 대한 비판은 비단 새누리당에게만 가해지는 비판이 아니다. 혁신의 바람 이후에도 여야를 통틀어서 각 정당의 기존 지도부와 정당의 새로운 정치적 프레임의 변화는 엿볼수 없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공약은 당의 강령에 의한 정체성이 의한 것이아닌 단순히 표심을 위한 포퓰리즘적 성격을 띄고 있다. 또한 여야할 것 없이 여전히 진보와 보수라는 이미지 정치를 강조하며 ‘정권 심판론’으로 쟁책이 아닌 무원칙적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도 2008년 총선 때 보여줬던 ‘정책이 없는 총선’이라는 문제와 비판들을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 약속

 이 같은 비현실적 공약이 난무하는데서 우리는 어떤 것을 요구해야할 것인가? 기자는 매니페스토(Manifesto)라고 말하고 싶다. 매니페스토(Manifesto)의 어원은 ‘증거’ ‘증거물’ 라틴어의 매니페스투스(Manifestus)이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기존 정치인들이 지난 과오를 인정하며,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가치와 지향, 그리고 정책적 대안과 구체적 이행과정을 천명하는 정치적 약속이다.
뉴시스

출처 : 뉴시스


 메니페스토의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 1997년 영국의 노동당은 복지 분야에서 일자리수와 아동의 학급규모 등 이행을 위한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고 끊임없이 이행 경과 등 정보를 공개하여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총선을 앞두고 정당의 정체성에 의한 차별화된 공약은 전무하고 다른 정당의 정책적 비판보다 정권 심판론을 주로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지난 18대 총선의 공약 이행률은 35%이라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정당의 공약이 진정성있는 공략인지 의심되는 바이다.
 
 지난 18대 총·대선 이후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국민들 또한 계속해서 변화를 갈망해왔다. 올해 다시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더 나은 정당정치와 변화를 위해서 사회구성원 모두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행하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대중은 선거에 임하면서 이미지 정치를 부정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보고 정당을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정권 심판론보다 정당의 정체성이 담긴 차별화된 정책에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당은 정당 스스로의 분명한 정체성이 담긴 차별화되고 구체화된 정책을 제시해야할 것이며, 현재 제기되는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올해 총·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정치를 위해 유권자는 진정성있는 공약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정당은 유권자에게 환심보다는 정당의 정체성이 담긴 차별성 있는 정책으로 승부를 보는 정정당당한 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