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교4학년이 된 최옥정 씨는 캐리어를 끌고 대구역에 내렸다. 3월2일 학기 개강을 앞두고 본인이 재학 중인 학과 전공 수업을 들어야하기 때문에 신촌 자취방을 정리하고 대구로 내려온 것이다.서울에서 대구까지 오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캐리어를 내려놓으며 여유롭게 웃었다. 대학생 고 학번이 되면서부터는 방학기간만 되면 서울에 방을 얻어서 학원생활을 했기 때문에 익숙한 일이라고 했다. 그녀가 매번 방학 때마다 본인의 집을 떠나 서울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한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가슴 뛰는 내 삶을 위해’라는 모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4학년 최옥정이에요. PD공채를 준비하기 위해서 매번 방학 때마다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니다가 지금은 다시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 대구로 내려왔어요. 


-방학 때 마다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닌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뭐예요?

입시를 앞 둔 고3, 면접을 보러 처음 서울에 다녀온 뒤부터 방학 때 마다 갔었어요. 그곳에는 무엇보다 환경 조성이 잘 되어있어요. 문화면 문화, 학업이면 학업, 음식이면 음식 등등..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문화생활을 즐겨 하고 관심이 많아요. 전시회를 종종 가며, 극장가는 것을 좋아하고 연극을 자주 보러 가곤 해요. 물론 제가 사는 대구에서도 다 경험할 수는 있지만 서울에는 지방에서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더 많이 있어요. 때에 따라 학생으로서 가장 좋은, 그렇지만 좋은 작품 앞에서는 내 자신이 부끄러운 작품도 있어서 더 좋아요. 무료공연도 많고요.

매번 방학 때마다 서울에 가는 이유를 물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고3 때 면접 보고 나서 대학로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란 뮤지컬을 보고 나서 그 매력에 빠졌어요. 그 때부터 자꾸 서울을 가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맘껏 할 수 있어서요.
그리고 가면 갈수록 배우는 욕심이 많은 저를 유혹할 만큼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뭐 특강이나, 지방에는 없는 학원들이 위치하고 있는 거요!한마디로, 처음에는 문화생활을 하러 갔다가 지금은 배우고 싶은 공부가 지방에서는 힘들기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가는거죠.


-지방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제약이 많았을텐데, 준비기간과 과정은 어떻게 되고 정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었나요?


 준비기간은 때에 따라 달랐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평소 계획보다는 즉흥적으로 행동할 때가 더 많았어요. 처음 서울에서 장기적으로 머물렀을 때는 정말 우연찮게 동생이 지냈던 고시원에 계약 기간이 한 달 정도 남아있었어요. 환불해도 되는 것을 무작정 올라간다고 결정했죠. 서울에 가서 한 달 정도 있으면 단순히 제가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많이 할 수 있을 거란 호기심 속에서 결정한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서울에 가 있는 동안 어떤 전시회와 연극 등이 있는지 찾아 봤었어요. 근데 생각했던 것 보다 가고 싶은 공연들을 모두 보러가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에 살고 있는 사촌언니와 오빠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문화생활 이 후의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내고 그 후에는 네이버를 이용해서 정보를 얻어요. 예를 들면, 영어학원의 위치나 서울에서 가볼만 한 곳 들? 그런데 이번에 머무를 때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철저한 계획 속에서 서울을 갔거든요. 작년 학기 중(3-1)에 제 꿈을 위한 조언을 얻으려고 서울에 특강을 들으러 갔던 적이 있어요. 나는 꿈은 있지만 그에 따른 준비를 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그 특강은 학과 전공 수업을 뒤로하고 들으러 무작정 올라갔어요.

특강이 끝난 후 제 사정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저에게 3가지 정도의 방법을 주셨어요. 그 중에 학원에 가보라는 말이 있었어요. 참 쉬운 말인 것 같죠? 하지만 지방의 특성상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언론공부는 학생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준비하는 것 말고는 학원 시스템이나 정보를 다양하게 얻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덧붙이신 말씀이 그곳에 가면 어느 정도의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며 그 분위기도 느껴보라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준비 안 된 저는 이 한 가지 방법만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그래서 계획을 세우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학원을 알아 봤어요. 나름에 선정 기준이 있었는데, 전화 상담같은 경우는 얼굴을 못 보니 전화 받는 태도를 봤구요. 학원 홈페이지도 참고 했어요. 특히 수업 방식(인강/ 오프라인)에 따라 가장 큰 결정을 내렸었어요. 그리고 학원 시간에 맞춰 올라갔던 것 같아요. 특강이나 학원수업 일정이 잡히면 그에 맞춰서 자취방을 단기간 계약하거나 친척집에서 지내고요.



-서울에 하고 싶은 공부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도 지방 사람이기 때문에 새로 방을 얻거나 차비(예를 들면 기차, 버스, ktx)에 대한 금전적인 문제가 더 많이 있잖아요, 그 외에 가족이나 친구들이랑 떨어져야 있어야하는 어려움이라던가.. 그런 점이 서울에서 단기간 공부하겠다고 결정하기 전까지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나요??



물론이에요, 하지만 제작년 가을 겨울 즈음 정말 뜬금없이 한 번쯤 외로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항과 가까운 대구에서 늘 옆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해서 외로움을 느낄 수 없던 순간들이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늘 함께 지내다 보니 힘들 때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이런 편안함을 잠시 내려놓고도 싶었어요. 낯익은 환경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표현할까? 어차피 언젠가는 제가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겪어보고 싶은 그런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잠시라도 떠나있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고 있던 찰나 동생의 방이 갑작스럽게 비면서 몇 일만 떠나 있고자 하고 올라갔던 서울생활이 한 달이 되어 버렸어요. 그동안 학과 공부를 하면서 얻을 수 없었던 것들을 스스로 찾으면서 재미도 있었고 제 꿈이 더욱 확고해지기도 했어요.


-앞에서 질문 했듯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 서울에 올라가서 공부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처음 외롭고 싶어 무작정 서울로 떠났을 때는 머무르는 동안 많은 사람도 만나고 많은 것을 보며 정말 알차고 가슴이 벅차다 싶을 정도로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즐기면서도 그 속에서 뭔가 많이 느낄 수 있는 것도 새로웠고요. 그런데,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 학원가를 찾았을 때는 배움의 설레임 보다는 가족, 친구들이 그리워져서 많이 힘들었어요. 학원에서 만난 사람들도 있었지만 따로 만나서 친구들 처럼 수다도 떨고 위로도 받을 그럴 사이가 되기는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서울에서 수업이 없을 때 잠깐 집으로 내려오자니 마음도 약해 질 것 같고, 차비도 부담이 많이 됐어요, 수업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서 집에 다녀오는 왕복 차비를 한번 아끼면 일주일치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거든요, 이런 부가적인 생각들 때문에 참고 버티기는 했지만 많이 힘들었어요. 당장 옆에 의지할 곳이 없으니 더더욱.

그리고 가장 많이 신경 쓰였던 것은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였던 것 같아요, 대구에 있는 것보다 서울에 있으면 식비와 차비가 많이 들어서 제가 부모님께 용돈을 더 요구하게 되더라고요, 학원 일정이 빽빽하기 때문에 따로 알바를 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제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거였어요. 그리고 보고 싶었던 전시회나 연극이 서울에 오니 쉽게 볼 수 있는데 다시 지방에 가면 못 볼 것 같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보러 다니다 보니 항상 용돈이 더 오버됐었어요, 물론 학원비도 대학학비만큼 많이 들고요. 부모님께서는 타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이 걱정 되어서 항상 용돈이 부족하지 않느냐고 물으셔요.표현은 안했지만 속으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방학 때마다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니면서, 지방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 있었나요? 예를 들면 학원 시스템이나 교재라든가..



제가 가장 좋았던 점은 1:1 회화학원이랑 다양한 볼거리가 많았다는 거에요. 사실 지방에도 영어학원은 많지만 원어민 선생님과 1:1로 진행하는 수업이 많이 없어요, 원하는 학생들은 많은데 개설된 반이 한정적이다 보니 시간도 맞지 않고 수업료도 더 비싸고... 원어민 선생님과 1:1수업으로 진행하면 잘못된 발음을 집중적으로 잡아줘서 더 좋아요.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어서 어색하기도 한데, 1:1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영어로 말하게 되는 거예요. 제가 하지 않으면 원어민 선생님은 다른 학생과 대화를 나눌 수 없는 1:1 방식이니까요. (웃음)
 
그리고 대부분의 지방 사람들이 문화적인 면에서 혜택을 적게 받는 것이 너무 아쉬워요, 언젠가는 서울에서 했던 공연이나 전시회들이 지방으로 내려오지만 선택의 폭도 좁아지게 되고 시기가 뒤쳐져서 봐야 는 아쉬움이 있어요, 공연이나 전시회를 단순히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보면서 공부할 수 있는 점도 많은데 저희 지방 사람들은 그러기가 힘들잖아요.


-마지막으로, 옥정씨처럼 지방에 부족한 환경 때문에 서울에 있는 학원가를 선택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주저하고 있는 지방대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일단 문지방을 넘어서라. 그러면 어느 정도의 방향(길)은 보일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학원가를 선뜻 가지 못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예전의 저와 같이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못가는 게 아닐까 해요. 그리고 거기에 학원비, 서울 생활비 등등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까지 많은 생각들이 들 거예요. 그래도 자신에게 그만큼 투자하게 되면 좀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되니까 지방에 머물면서 어영부영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단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곳에서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지방보다는 스터디도 많이 발달 되어있어 잠시 머물러 가는 것도 좋아요.

제가 학원을 갔을 때 같은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좋더라고요.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의 정보 공유도 가능할 거예요. 헛된 시간은 아니라고 보거든요.전 늘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가고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가야한다는 말을 매번 실감하고 돌아와요. 어쨌거나 집 문을 열고나면 길이 있듯, 많은 방학기간 중 한번은 서울로 가보는 것도 좋으니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