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나이, 장난기 많은 나이, 생각도 많은 나이. 다섯 살!’ 요즘 TV광고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고문구다. 이 광고는 이번 달부터 시행하는 ‘5세 누리과정’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아이사랑카드’를 출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5세 누리과정’은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영·유아보육료 지원 사업 중 하나다. 이는 소득하위 70%에게만 지원하던 보육료를 이번 달부터 만 5세 아동 전체로 확대하는 정책이다. 그래서인지 학부모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내면 손해 보는 느낌’에 너도나도 보육시설에 문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 육아정책연구소

하지만 이런 상황이 불편한 이들도 있다. 그들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보육교사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힘써 일해도 정작 자신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할 뿐이다. 서울시 성동구 S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고씨(여, 44세)도 ‘5세 누리과정’ 시행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 고씨는 “솔직히 동료 교사들도 썩 좋아하지는 않아요. 누리과정과 관련된 실질적인 교사 교육이 하루 몇 시간 이루어지긴 하지만, 별 차이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5세 누리과정 시행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유아교육 커뮤니티 사이트인 ‘키드키즈’에서 ‘5세 누리과정’과 관련된 많은 의견들을 찾아볼 수 있다. ‘화났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교사는 “새로운 정책 받아들여 익히기도 힘들고, 새 학기 준비하는데 정신없는 교사들에게 이틀 동안 교육시키고 또 교사원격교육이라는 타이틀로 자투리 시간까지 빼앗아 가면서, 이제는 ‘교사 근무환경개선비니 처우개선비를 준다, 안 준다’ 하시는데 솔직히 교사로서 화가 나고 짜증이 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올린 교사는 처우개선비가 “교사 근무 환경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라 말하며, 일침을 가했다.

이미 교사들이 보육교사의 근무환경과 인건비 지원과 관련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한 바 있다. 지난 2월 15일 서울 보신각에서 전국의 보육교사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고, 지난 달 27일부터 ‘어린이집 휴원’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29일 어린이집 총연합회가 휴원 계획을 철회하면서 상황은 잠시 주춤해졌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측과의 면담을 통해 교사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였지만, 개선책 마련은 상반기 내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 MBC 뉴스

보육료 지원 사업에 어린이집을 찾는 아이들은 점점 많아지지만, 근무하는 교사를 위한 배려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1월 13일 보건복지부는 3월부터 5세 누리과정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에게만 월 3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교사도 1만 5천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마다 다른 지급 내용에 많은 교사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0년 12월 기준 보육교사는 20만 9천명이다. 서울시 소재 보육시설만 해도 5천여 곳이 넘는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월 30만원’, ‘1만 5천명’은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힘이 되는 평생친구’, ‘국민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이 넘치는 희망사회 실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이 말들, 보기만 해도 멋지다. 그러나 보육교사도 국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권리’를 찾는다고 ‘교사의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논해서는 안 된다. 국민 누구나 행복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그들의 현실도 내다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