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은 짓이겨졌다.” 인터넷 언론 <제주의 소리>는 강정마을 구럼비를 여섯 차례 폭파한 것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그곳엔 자연도, 민주주의도 사라진 채 야만만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보트를 이용해 구럼비 주변에 있던 카약들을 바다에 전복시켰다. 거기엔 외국인 활동가가 타고 있던 것도 있었다. 정동영‧이정희 의원이 폭파 작업을 막기 위해 제주도까지 갔지만 경찰과 건설업체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10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했고 19명을 연행하기도 했다. 폭력과 화약 냄새를 제외하면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관련당국은 제주해군기지의 건설은 철저히 안보를 목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안보를 위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다른 가치들을 무시해도 될지 의문이다. 구럼비는 그 크기가 1.2Km에 이르는 하나의 바위이며 담수가 솟아 나오는 자연의 선물이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 보기 힘들뿐더러 크기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구럼비가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제주 범섬 일대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된 바 있다.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구럼비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 수 없어 되돌리기 힘들다. 안보는 시국에 따라 안정과 불안정을 반복하지만 자연환경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 정우철 '강정마을'

 
그뿐만 아니다. 안보를 앞세운 폭력에 민주주의도 핍박 받고 있다. 지금 강정은 해군기지건설 찬성과 반대, 양측으로 분리된 상태다. 독재국가라면 공권력을 이용해 반대하는 이들을 억압하면 그만이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절충해 결정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에 실시된 강정마을 주민의 56%가 찬성한다는 설문조사를 근거로 추진했지만 실상은 주민들은 갈등으로 분열됐고 그들의 43.9%가 자살 충동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과정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부가 실시한 설문조사도 의문투성이다. 같은 해 마을 주민투표에서는 94%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안보를 이유로 다른 의견들을 무시하고 민주주의까지 파괴하는 건 매카시즘 논리가 횡행했던 군사정권 시절에 두고 와야 한다. 지워야 할 과거의 유물이란 얘기다. 정부가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못하다면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 제주해군기지가 중국과 헤게모니 다툼을 하기 위한 미국의 전초기지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도 털고 가야 하는 문제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지적한 부분이다. 미국 함정들이 건설된 해군기지에 정박할 거라는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누구를 위해 해군기지를 건설하려 하는지 묻고 싶다. 제주에 드리운 <4.3 사건>의 그림자를 걷어 내지 못하는 안보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