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으악!악!악!”하는 소리가 대학가 근처 PC방에서 1초 사이에 울려퍼진다. 조금이라도 수강신청을 잘 해보려고 사양이 좋다고 소문난 PC방에 온 대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원샷원킬의 능력자들은 유유히 자리를 뜨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유행어마냥 멘탈이 붕괴된 상태로 하염없이 마우스를 더블클릭한다. 수강신청이 시작된 후 각 대학의 커뮤니티에는 ‘하아.. 수강신청 망했어요’ ‘제가 월12교시 구강과건강 수업이 있는데 화23에 있는 진로탐색으로 바꾸실분?’ 등등 신세한탄과 함께 수업을 구걸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인기 있는 교양은 돈을 받고 팔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번에 서강대에 입학한 이은상(19)씨는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전혀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충격이었다”고 말하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입시전쟁을 뚫고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수강신청이라는 또 다른 전쟁을 매 학기 치른다. 혹자들은 500만원짜리 클릭을 한다고도 한다.

듣고 싶은 수업을 못 듣는 것도 문제지만, 들어야하는 수업을 못 듣는 경우도 있다. 경영학과의 경우에는 복수전공자들이 워낙 많다. 이런 상황은 제1전공자들이 복수전공자들에게 밀려 수업을 못 듣는 사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매학기 수강신청기간에 경영학과사무실 앞에는 수강신청을 못한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은 어색하지 않다. 단국대에서 경제를 복수전공하는 유수빈(22)씨은 “복수전공에서 필수적으로 들어야할 과목의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복수전공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지 않는 학교에도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복수전공자 뿐만 아니라, 제1전공자들도 수업을 못 듣는 일이 많다고 알고 있다”라며 학교 측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나라 대학은 미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필수교양 빼고는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은 장점이 많다. 하지만 자유롭게 그리고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방식은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를 개선키 위해선 첫 번째로 학교차원에서 수업에 대한 수요조사가 필요하다. 전공과목의 경우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기 때문에 인기교수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 빼고는 큰 변수가 없다. 하지만 교양수업의 경우 해가 지나면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수업 또한 크게 바뀌기 마련이다. 대학은 그 수요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인기강좌에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다. 두 번째로는 제1전공자에 대한 우대와 함께 복수전공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수강신청을 1차와 2차로 나누어 1차 시기에는 제1전공자만 신청할 수 있게 하여야한다. 국내대학에서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학교도 있고, 아닌 학교도 있다. 1차신청 때는 제1전공자만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단국대에서는 이번 년도부터 복수전공자를 위한 수업을 따로 개설하여, 1차부터 신청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제1전공자를 우대하면서 복수전공자를 배려한 좋은 선례라 볼 수 있다. 수강신청이라는 전쟁을 그나마 덜 피흘리며 치룰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멈추는 방법은 없을까? 수강신청 전쟁이 멈추기 위해서는 '인기강좌'라는 개념이 사라져야한다. 보통 인기수업이라고 하면 점수 잘 주고, 과제 적고, 재미있는 수업을 말한다. 여기다가 절대평가라면 금상첨화다. 충남대에 재학 중인 최은주(23)씨는 “점수 주는 방식을 통일해서 점수 잘 주는 수업이 없어져야한다. 그리고 수업의 질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서 교수 간의 강의수준차이를 줄여야한다.”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상대평가 안의 절대평가를 만드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한문필수교양을 한문교육학과 학생들과 같이 듣는 학생이 90점으로 꼴등을 한 경우는, 분명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이런 경우 교수의 재량으로 절대평가를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학생들 또한 학생의 본분은 배움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내가 학점을 쫓는 것이 아닌, 학점이 나를 따라오게 해야한다. 

수강신청은 매학기 문제가 되는 이슈다. 하지만 학교측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고, 학생들도 “다른 대학들도 다 그러니까” “광클 못한 내 잘못이지” 같은 이유로 묻어두고 지나친다. 학교와 학생이 합리적인 수강신청 방법을 고민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