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들으면 떠오르는 단어중 하나는 보수주의이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 중 한명으로 ‘골수’ 공화당원이고, ‘자유지상주의자’를 자처한다. <더티 해리>시리즈에서도 범죄인에 대한 개인적 응징을 정당화, 옹호하며, 히피운동과 민권운동에 대한 혐오감을 과감히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보수주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원과 진보가 주류인 헐리우드에서는 물론 미국전역에서 클린턴 이스트우드는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보수주의자임에도 그가 진보주의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유는 일관적인 신념과 보수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 그리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영화의 주제를 먼저 제시하는 순서가 어색하지만, 그의 영화 그랜 토리노에서 보여주는 보수주의는 막혀 있지 않고 열려 있으며, 책임성과 도덕성, 그리고 약자에 대한 연민과 연대가 드러나있다.

 

주인공 월튼은 한국전쟁에 참여했고, 그의 집 앞에는 항상 미국 성조기가 펄럭거린다. 52년 동안 포드에서 일해왔고, 자동차는 물론 모든 제품은 미국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아들이 일제자동차를 타고 일제물건을 파는 샐러리맨이라는 사실에 항상 불만스럽다. 뿐만 아니라 대화도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이다. 자신의 옆집인 아시아 가족들을 싫어하고 그들의 문화도 또한 혐오한다. 아시아인, 유태인, 흑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희롱한다. 가족, 이웃, 사회에서 그는 오로지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다른 문화나, 정치에 대해서 대화도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은 전형적인 보수주의를 나타낸다.

어느날 월튼은 길거리에서 흑인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는 이웃집 아시아 소녀 수를 구해준다. 월튼에게 고마움을 느낀 수는 아시아인들의 파티에 그를 초대한다. 물론 월튼은 못마땅에 하나 파티에 참여한다. 여기에서 아시아인들이 같은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 화기애애하게 소통을 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아시아인들에게 친절은 베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월튼을 반갑게 맞이해주고 친구처럼 여겨준다. 이를 계기로 자신의 갖고 있던 보수적인 관점(아시안인에 대한 무시와 편견)을 반성하고 가족과 이웃과의 소통과 공감을 늘려간다.


한국의 보수수의는 일반적으로 수구꼴통, 정치적, 문화적으로 권의주의, 색깔론, 엘리트 중심, 대북강경 등 좋지 않는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단적인 예로 보수주의와 반대인 진보는 무조건 빨갱이라고 낙인 찍는다. 또한 군복을 입고 가스통을 짊어지고 거친 표현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색깔론을 필수로 좌파를 운운하는 뉴라이트와 새누리당은 한국의 대표적 보수단체의 모습이다. 오늘날의 보수주의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전락한 이유는 보수주의라는 신념이 잘 못 된 것 아니라 그들의 자세에 대한 실망감일 것이다. 어떠한 의견에 있어서 오로지 자신들의 의견이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잘못이 있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2010. 1. 21,보수단체, 대법원장 사퇴 촉구 시위, 뉴시스)


앞으로 보수주의가 오늘날과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면 구닥다리, 수구꼴통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열려있는 마음과 소통이다. 물론 주인공처럼 다른 것을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렵고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일방적이고 닫혀있는 생각은 아집에 갇히게 만들 뿐이다.

대한민국의 보수주의가 닫혀있는 보수주의가 아닌 열려있는 보수주의, 세련된 보수주의자가 되기를 기대하며 그랜 토리노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