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화제다. 예능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던 최민식의 묵직한 존재감하며 G-드래곤과 대성의 심경고백까지, 얘깃거리다. 하루에도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선보이지만 유독 눈에 띈다. 매주 월요일 밤 11시 15분 SBS에서 만나볼 수 있는 <힐링캠프>말이다. 말 그대로 풀이해보자면 ‘야영 치유’쯤 될 법한 이 프로그램은 ‘당신의 마음을 충전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묘한 조합, 색다른 존재감

@OSEN

예상치 못한 조합이었다. 지난해 7월 중순 방송을 시작한 <힐링 캠프>의 MC진은 달랐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든지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던 이경규, 단아함의 상징이던 한혜진, 어느새 역경과 고난의 아이콘이 된 김제동까지. 언뜻 보기에 이들은 ‘요양’이라는 단어와 한없이 가깝거나 멀어 보였다. 다른 한편으론 오랜 예능생활로 다져진 이경규의 내공에 비해 두 사람은 많이 부족하게 느껴진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방영 된지 채 6개월이 채 안 됐지만 월요일 밤의 최강자라 불리던 <놀러와>와 비등비등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다. <힐링 캠프>는 ‘도시의 오염과 묵은 때를 씻자!’는 의미를 내포한 세족식으로 시작한다.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며 게스트를 알아간다. 일종의 탐색전이다. 이어지는 맛난 음식과 함께하는 ‘좋아요’,‘싫어요’코너는 게스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소설로 따지자면 ‘절정’의 부분인 ‘진심토크’는 한계가 없다. 게스트들은 있는 그대로 속내를 내보인다.

어찌 보면 특별하게 비치는 코너 하나 없다. 단지 여기에는 차별성이 하나 존재한다.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확실한 자기 영역의 존재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편에서 잘 나타났다. 상이한 정치 성향인 두 사람을 유동적으로 대하면서도 각자 자신의 역할을 했다. 이경규와 김제동이 ‘다른 색깔’을 드문드문 비치고 한혜진은 정치에 무심한 사람들을 대변했다. 그 결과, 세 MC의 적확하지 않은 역할 분배가 시청자들에게 좀 더 편하게 다가갔고 많은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드러나는 ‘다름’


 
‘힐링’이라는 단어와는 별도로 MC들은 그리 착하지만은 않다. 치유를 목적으로 온 게스트의 아픈 곳을 사정없이 후비고 파헤친다. 치료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부의 끝 언저리에 가닿는 것이라는 확신이 엿보인다. 순진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날카로운 질문은 던지는 한혜진은 고의로 저러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얼마 전에는 G-드래곤에게 대마초 사건과 관련해 핵심을 깊이 찌른 질문들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승승장구> MC진이 심수봉 편에서 ‘궁정동’을 건들이지 않고 피해간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이러한 적극성과 공격성에도 게스트들은 편하다. <힐링 캠프>는 ‘바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라는 정형화된 공간에서 벗어났다. 다른 토크쇼들과 달리 동적(動的)이다. 그러므로 어느 곳이든 무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비가 내리는 풀밭 한 가운데도 달리는 기차 객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스트가 가장 마음을 잘 풀어놓을 만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촬영을 진행한 윤종신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거친 그이지만 <힐링 캠프>에서 가장 깊숙이 간직했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러한’ 이유로 보인다.

MC들의 인맥이 작용한 게스트도 있지만 <힐링 캠프>의 섭외 능력은 남다르다. 10년 만에 단독 토크쇼에 최지우를 이끌었고 현직 정치인을 대중에게 노출했다. 게스트들의 스펙트럼도 넓다. 배우, 운동선수 그리고 정치인 등 출신성분, 활동 배경도 다양한 그들은 한데 어우러진다.

경쾌함과 진중함 사이의 자유로움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다. 소위 말하는 ‘착한’ 예능도 아니고 독특한 프로그램 포맷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유재석같은 든든한 MC가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명확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힐링 캠프>는 매력 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무게 사이에 묵묵히 위치하는 자유로움이 바로 그것이다. 채신머리없이 깔깔거리다 속 깊은 이야기에 경청할 자세를 취하는 모습은 자유롭게 보인다.

독특한 매력의 <힐링 캠프>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