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길을 가다보면 “빵 3개 천원”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빵을 파는 곳이 많이 보이고 있다. 대부분이 제대로 된 가게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빵집이라 하기엔 많이 모자란 곳이었고 빵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만한 정도도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형태의 빵집이 진화하고 있다. 가게 안에서는 빵을 만들고 가게 앞에는 좌판을 벌여 빵을 내놓는 방식은 변함없지만 제대로 된 간판과 함께 기존의 제한된 빵 종류를 탈피하고 다양한 종류의 빵을 내놓으며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빵집들에 대해 정의하자면 시장빵집의 형태를 빌려와 동네빵집의 자리를 대체하는 ‘로드샵형 빵집’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기존의 ‘3개 천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빵을 팔던 곳 중 대표적인 곳으로는 ‘그랑프리 제과점’이 있다. 2003년 박리다매 컨셉으로 ‘빵3개 천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탄생한 ‘그랑프리 제과점’은 2011년 기준으로 60개까지 증가했다.(한겨례 기사 참고) 대형프랜차이즈 빵집(파리바게트 등..)보다 가격 면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확보한 것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말하면 ‘가격’빼고는 모든 게 뒤처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최근에는 3개 천원이 아닌 2개 천원으로 해야 할 정도로 원자재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는 박리다매형 빵집은 그 장점을 잃게 될 때에 내세울 것이 없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박리다매형 빵집이 가격에서만 비교우위를 점했다면 로드샵형 빵집은 합리적은 가격에 맛있게 바로 만든 즉석빵집을 표방한다. 로드샵 형태의 중소프랜차이즈(9개 지점)업체인 칸베이커리의 체인담당자는 “기존의 대형프랜차이즈(파리바게트 등)에 비해 우리는 유통비용을 20%정도 줄였다. 거기서 생기는 여유자금을 재료비에 투입해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즉석 빵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맹점주가 본사에서 원재료를 제공받는 것은 자유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기존의 대형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재료부터 빵까지 모두 본사에서 제공받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 이것은 분명 기술이 없는 가맹점주에게는 장점이겠지만, 그만큼 중간에서 유통비용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로드샵형 빵집은 자본이 부족한 사람도, 기술만 어느정도 있다면 비교적 부담없이 창업할 수 있다.

하지만 로드샵형 빵집에는 소자본의 한계 역시 존재한다. 칸베이커리 홍제점주 신지호 제과기능장은 “우리 같은 소자본 빵집은 광고를 못한다. 혹자는 맛있으면 소문이 나지 않느냐고 하지만 옆에 있는 파리바게트를 가는 사람들은 광고 속의 맛있어 보이는 빵을 상상하고 간다."며 로드샵 빵집은 파리바게뜨에 비해 광고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사람들은 파리바게트에 갈 때 공장에서 나오는 빵이지만 마치 갓 구운 빵이라는 환상을 품고 가는 것이다. 거기서 오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고 말하며 소자본 빵집이 인지도 때문에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얼마 전에 홍대의 전통 있는 빵집인 리치몬드가 롯데라는 대자본이 들어와 문을 닫은 것처럼(빵집은 아니지만) 대기업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소자본을 집어삼킬 준비가 되어있다. 이처럼 엄청난 자본을 등에 엎고 있는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소자본 프랜차이즈인 로드샵 빵집에게 버거운 상대인 것은 사실이다.

 


3월20일 공정위는 파리바게트를 소유하고 있는 SPC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본사가 가맹점과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인테리어 변경과 매장크기 확장을 요구하며 큰 부담을 주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독점에 가까운 시장점유율 때문에 독립 자영업자가 시장에 들어가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으면서, 이제는 심지어 가맹점주까지 압박하면서 대기업 스스로의 이익만 챙기고 있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끝없이 팽창하면는 것은 분명 위험한 징조다.  이미 여러 문제점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만큼 그들의 폭주를 막아줄만한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칸베이커리> 홍제점주 신지호 제과기능장과의 인터뷰



-언제부터 빵을 만들었나?


만든 것부터 치면 18년 됐다. 리치몬드, 주재근 베이커리 등에서 일했고 내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건 이번이 두번째다. 로드샵 형태의 빵집은 처음 해보는데 장점도 있지만 애로사항도 만만치않다



-애로사항이라면 어떤걸 말하는건지?


장점부터 얘기하면 인테리어비용 등이 절약되기 때문에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소자본이기에 따라오는 어려움이 많다.(기사에서 언급) 최근에는 옆에 똑같은 컨셉의 빵집인 <브레드스토리>가 들어오고 우리 가게 앞에 있던 버스정류장도 없어져서 너무 힘들었는데 다행히 단체주문이 꾸준히 들어와서 힘든 시기는 넘겼다.



-버스 정류장같은 것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가?


당연하다. 이번에 홍제동에 버스중앙차선이 들어서면서 목이 좋은 자리들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도 많은 타격을 받았는데 <브레드스토리>에 내려갔던 손님들이 다시 우리 쪽으로 올라오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고보니 양옆으로. 빵집이 있다.(파리바게트와 브레드스토리) 어려움은 없는가? 


어려운건 당연하다. 일단 나는 직접 빵을 만들기 때문에(제과기능장) 빵의 맛에 최대한 신경쓴다. 우리 가게가 종류는 적지만 몇 가지 특색있는 빵들이 있고 발효빵이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려한다. 한번은 빵만 먹으면 속이 안좋다는 손님이 있었는데 우리 집 빵을 먹었더니 괜찮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분이 추운 날 빵을 사갔더니 속이 안좋았다고한다.(효모는 추우면 활동을 멈춘다) 그때는 나도 신기했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빵이 맛있어봤자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가지고있는 사람들이 꽤 된다. 빵 맛을 알아주는 손님들이 많이 있는가?


사실 그것도 고민이다. 기본적으로 음식이라는 것은 보고나서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적인 효과가 매우 중요한데 우리는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다. 디스플레이도 조잡할 뿐더러 길에 접해있기 때문에 너무 춥거나 더우면 사람들이 눈길한번 주지 않고 지나친다. 반면에 대형 프랜차이즈같은 경우 잘 만든 광고로 "우리 빵 갓 구워서 진짜 맛있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디스플레이 또한 잘되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지고 들어가는 것 같다.



-내가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빵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심적으로도 힘들거같다.


물론이다. 나는 제빵일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회의가 들기도한다. 내가 갓 빵을 만들기 시작할때 일했던 리치몬드에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가게를 열 때의 제빵업계 상황은 너무나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나는 그 당시 제과기능장이었고 지금은 명장반열에 오른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한 길을 닦아주지 못한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이 빵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빵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회적 처우를 향상시키는데도  관심을 기울였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좋았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