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출의 시작이자 가장 큰 도약의 시기를 보내야 할 우리 20대는 비싼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 때문에 사회에 진출하기 전부터 수많은 빚을 안게 되었다. 또 우리가 일할 노동의 현장은 비정규직 확산과 더불어 최저임금이 최대임금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고, 비정규직은 지금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570만 3000명이었던 비정규직이 2011년 599만 5000명으로 29만 2000명이 증가했다. 비정규직 임금 또한 가관이다. 지난 8일  ‘최저임금 대폭인상! 생활임금 쟁취! 1만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숙희 공공운수 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장은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 혹은 그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에게는 최저임금이 최고의 임금 수준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을 요구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의 부당함을 외쳤다.

조사 결과 비정규직 임금 기준을 철저하게 지켜야할 공공기관조차 기준을 어기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공용정보원에서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이 된 공공기관 5곳 가운데 기준을 지키고 있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관들은 월 100만~12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실업자 증가 또한 문제다. 2011년 5월 통계청 고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실업자가 81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2만 6,000명 증가하였다. 점점 우리 사회는 빈곤층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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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하는 빈곤층’이라 불리는 워킹푸어 또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008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사전적 워킹푸어 대책 시급하다’란 보고서를 통해 2008년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11.6%가 워킹푸어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2006, 2007년에 이어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킹푸어가 증가한다는 말은 이 사회가 열심히 일해도 빈곤한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워킹푸어라는 현상이 심각한 문제고 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이야기조차 나오고 있지 않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는 워킹푸어들을 방치한 채 무슨 복지를 논한단 말일까?

비정규직 문제와 실업문제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거나 곧 직면하게 될 것들이다. 비단 우리가 직면할 상황들이 아니라도 워킹푸어는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가 되물림되듯 빈곤도 되물림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빈곤의 늪에 빠져 스스로 나오지 못하는 자들이다. 워킹푸어가 원하는 것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의 돈이다. 하지만 그만한 돈을 벌기위해선 경쟁에서 살아남아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를 봤을 때 돈없이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선 좋은 대학을 나와야하며 다양한 스펙이 필요하다. 그리고 좋은 대학과 다양한 스펙을 위해서는 질 좋은 교육이 필요하고 그런 교육을 받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런 식이다. 돈을 잘벌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이런 구조에서 이제 빈곤층, 워킹푸어는 누군가가 구원의 밧줄을 던져 빈곤의 늪에서 구해주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2011 대한민국 교육불평등지도2011 대한민국 교육불평등지도


기획기사를 준비하며

네이버 지식사전에서는 워킹푸어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었다. ‘일하는 빈곤층이라는 뜻으로, 열심히 일을 해도 저축을 하기 빠듯할 정도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계층을 말한다. 이들은 갑작스런 병이나 실직 등으로 한 순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워킹푸어의 정확한 뜻을 알게 된 우리는 너도 나도 자신이 워킹푸어라며 떠들었다. 그 당시에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넘어갔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 주위에 우리가 모르는 워킹푸어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또 이들은 왜 워킹푸어가 되었을까? 워킹푸어, 그들은 누구인가? 이 물음들을 기획기사를 통해 하나하나 답해 보려한다.

한겨례한겨례


의외로 이들은 우리와 멀리 있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 곁에 있었고 우리가 몰랐을 뿐이었다. 우리가 인터뷰한 이들은 우리들의 지인이었고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을 인터뷰한 것이다. 우리는 기자가 아닌 워킹푸어의 지인, 그리고 같은 또래로서 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편안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우리나라의 지독한 현실이다. 이들에게 하루빨리 꿈보다 나은 현실이 오길 빈다.

이번 기획은 우리 주변의 20·30대 워킹푸어들의 삶을 통해 워킹푸어의 원인과 문제점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 사회의 구조를 비판하고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를 제시하려 한다. 앞으로 총 3개의 기사가 4일에 걸쳐 발행된다. 첫 회는 20대 여성 워킹푸어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다룬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어린 나이부터 각종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던 M모양. 제대로 된 공부는커녕 제대로 된 직장 한 번 가져보지 못한 그녀. 우리는 그녀를 통해 워킹푸어로써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