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적 차원에서 다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한창이다. 정부에서는 다문화 사업에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가 하면 각종 기업, 교육기관, 시민단체 등에서도 다문화 지원에 자발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일례로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다문화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지원하고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사회 전체의 큰 힘이 될 수도 있고, 뿌리 깊은 독이 될 수도 있다.”면서 평소 다문화 지원에 대한 개인적 애착과 더불어 기업적 측면의 거시적 투자 및 지원 계획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동국대 행정대학원 김상덕 원장은 매년 ‘다문화 어울림 대회’ 등 다문화 관련 행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하면서, “21세기 인재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포용력과 글로벌 정신을 길러야 한다."며, 다문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도 ‘다문화’ 에 대한 관심은 쏟아지고 있다. 뉴스, 교양 프로그램 또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다문화가정은 종종 다루어져왔었다.  <방가? 방가!>  <파파> 그리고 <완득이> 와 같은 영화들은 다문화가정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며 이젠 더 이상 낯선 풍경으로 비춰져서는 안 되는 우리네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내용상, 아직도 영화 속 한국주인공은 자신과 다른 가족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 같은 인간이며 함께 품고가야할 사이라는 것을 알리고 마무리를 짓는다. 간접적으로나마 다문화라는 것에 대해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는 창구가 되는 영화 속 이야기. 그 이야기가 바깥으로 끄집어 나왔을 때 우린 어떤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볼 수 있을까.


 

@ 영화 완득이

 


차별받는 그들의 자녀

지난해 4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집계한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3만8천890명. 1990년대 후반 이후 유입되기 시작한 결혼이주여성들이 낳은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학령기에 접어들 시기가 된 만큼 초등학생이 2만8천748명으로 가장 많고, 중학생이 7천735명, 고등학생이 2천407명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외국 태생 중도입국자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초ㆍ중ㆍ고교생 가운데 42%가 우리말 발음이 서툴러 따돌림을 받았다고 응답했고, 피부색 때문에 놀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5%에 달했다.

한 예로 방글라데시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이스마엘이 급우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 폭행 동기는 다른 이유가 아닌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오전, 담임교사가 오기 전에 지루해진 아이들은 한 학생의 주도로 ‘반에서 가장 재수 없는 아이’를 뽑는 투표를 했다. 단 2표를 제외하고 모든 아이의 지목을 받은 이스마엘은 교실뒤쪽으로가 집단폭행을 당했다. 비록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사흘간 학교에 나가지 못한 11살 어린아이는 결국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런 추가조치도 하지 않는 학교는 더 이중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고 결국 그의 부모는 이민을 택했다. 그가 다녔던 학교가 국내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비중이 가장 큰 다문화교육 거점학교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한동안 이슈가 되어 여러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교폭력과 왕따에 대해서 다시금 상기 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이 시점,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듯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7년 5월 현재 4만4258명이던 다문화 가정 자녀는 지난해 1월 현재 15만1154명으로 4년도 안 돼 약 3.4배로 증가했다. 결혼 이주민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다문화 가정 자녀가 해마다 약 2만5000명씩 느는 것이다. 이렇듯 늘어가는 다문화가정. 그들에 대한 차별은 단순히 또래끼리의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교사들로부터 받는 차별은 상상 이상이다. 어머니가 몽골 출신인 초등학교 5학년 A군은 작년 교사의 말을 듣고 펑펑 울었다. 수업 시간에 "한국 사람은 양보를 잘하는데 몽골 사람은 싸움을 잘한다."는 차별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것이다. 교실에서 도난 사고가 발생하자 A군을 비롯한 몽골 출신 아버지나 어머니를 둔 아이들을 먼저 의심하기도 했다. 교과부 정책연구보고서에 나온 한 사례로는, 한 교사가 부모 중 한 명이 일본인인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 "일본에서도 다 그렇게 (급식비 등) 공짜로 해주니? 그러면 일본으로 가지 여기에 왜 왔어?"라고 말하는 일도 있었다.

 


차별 섞인 우리의 눈빛

하지만 한국 물정에 밝지 못한 대부분의 결혼 이주민들은 학교 측에 제대로 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또한 다문화에 대한 교육경험 부족 등 여러 이유로 세심한 배려가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점을 막고자 정부는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대거 설립하는 방안을 진행한 바 있다. 다문화 관련 거점학교를 150곳 이상으로 확대하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만을 위해 특별학급을 별도로 운영하는 학교를 늘려 현재 10곳 정도의 학교가 운영시범 중에 있다. 또 일선 초ㆍ중ㆍ고교와 대안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위탁교육기관 등을 마련, 그들이 우리나라에 적응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준다. 정규 학교에 배치되기 전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 적응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설됐다. 문제는 이런 정부의 생각과는 상반되는 우리들의 ‘시각’ 과 ‘고정관념’ 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낮을 것이고 ‘다르다’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왜 한국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나 이주여성들이 스크린 가득 잡히면 부담스러워 하는 거죠? 외계인이나 괴물, 귀신은 대체 어떻게 참고 보나요?”영화 ‘완득이’에서 주인공 완득이 엄마 역으로 나온 이주여성 이자스민(34)의 말이다. 그녀는 행복한 삶을 꾸려가며 살고 있지만  ‘외국인’ 취급당하는 이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불편하다고 고백했다. 특히 ‘왜곡된 미디어의 시선’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을 언제나 적응하지 못하고, 항상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본다면 주저앉고 일어나지 못할 거예요.”

방송은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 웃기거나 울려야 하는 모습을 내포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이주여성은 가난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문화, 사회, 언어 면에서 부적응자이고 사회적 배려대상자여야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또 매체 속,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대부분은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다문화’ 라는 단어라는 것이 우리가 모두 같다는 것을 인정하는 단어였다면 지금은 기존의 ‘혼혈아’ 와 같이 정상적인 그룹과 구분 짓는 단어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차별 섞인 우리들의 눈빛 속에 숨죽이는 그들. 단순한 관심과 애정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들을 감싸 안고,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형성해야하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