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전 국민의 영웅이 된 한 스포츠맨이 있다. 은퇴 후 보통 코치의 길을 걷는 다른 운동선수들과는 다르게, 그는 학업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그에게 학위는 미래를 위한 ‘스펙’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는지 혹은 논문을 쓸 능력이 없었는지, 석․박사 과정 중에 쓴 대부분의 논문을 ‘표절’을 통해 만들어낸다. 이러한 허물에도 그는 탄탄대로를 달린다. 교수로 임용돼 안정적 삶을 누리고, IOC위원으로 발탁돼 사회적인 명예를 얻는다. 게다가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까지 갖춘 그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집권 여당의 총선 후보로 ‘깜짝 공천’되더니,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에나 있어야 할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스토리는 2012년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부산 사하구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의 논문 표절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처음 문제가 된 박사학위논문에 이어, 박사과정 재학 중 쓴 다른 논문, 석사학위논문까지 표절을 아주 습관적으로 했다. 문대성 후보는 처음에는 “정치 공작일 뿐 표절 아니다”라는 강경한 대응을 하는 듯싶더니, “살아갈 때 누구나 겪는 부분이 있는데 그중 실수도 있다”는 식으로 한 발 물러나는 분위기다. 



어쨌든 표절 사실을 거의 인정한 셈이다. 아무리 뻔뻔하게 아닌 척 하려고 해도 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단어 이상의 연쇄표현이 일치하면 표절로 보는데, 그의 논문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아예 ‘복사’를 해온 흔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설이나 결론 등이 이미 기존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들을 다시 사용한 것들이 많아 표절은 물론이고, 학술적 연구로써의 가치도 없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복사기 브랜드 ‘신도리코’를 패러디한 별명 ‘문도리코’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문대성 개인의 도덕성 이상으로 놀라운 것은 한국사회의 도덕성이다. 학문과 거리가 있는 일반인이 봐도 그대로 베껴 썼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논문들이 그대로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복사만 할 줄 알면 박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줄만하다. 교수 임용 시에도,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그의 논문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다가 논문 발표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심판받기 시작했다. 문대성이라는 ‘스타’를 교수로 영입하고, 국회의원으로 세우기 위해서라면 그의 도덕성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인가. 그게 한국사회인가.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한국사회가 뒷통수를 때린 셈이다.



떳떳하지 않은 방법으로 문대성이 얻은 것들을 그는 당장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 스스로 내려놓지 않는다면, 여론과 국민의 심판을 받아 더욱 더 만신창이가 된 채로 ‘끌어내려질’ 것이다. 지난 21일 실시된, KNN-부산일보 공동 여론조사에서 문대성 후보는 39.9%의 지지율로 30%에 머문 민주통합당 최인호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표절 의혹이 나오고 난 다음 여론조사 결과는 꽤 달라질 것이다. 만약 달라지지 않는다면? 자정 기능도 도덕성도 없는 한국사회에 환멸이 느껴질 것이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