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결혼비용이 드디어 내려갈 채비를 하는 것일까? 최근 결혼시즌에 맞춰 방송사, 신문사에서는 허영에 물든 결혼식 문화를 집중조명 하고 있다. KBS VJ특공대는 지난 20일 결혼비용문제로 신음하는 한국을 집중 조명했고, 10일에는 SBS ‘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 21’에서 무섭게 치솟는 결혼비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라는 기획기사를 발행해 신혼부부 뿐 아니라 부모세대까지 ‘푸어’로 만드는 결혼문화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돌아서서 여전히 연예인의 결혼식을 홍보하고 럭셔리 웨딩을 찬양하고 있다.

 




어제는 “꽃→쌀화환 실크→친환경 드레스 어때요?”(주간한국 2012.3.24)라고 묻던 신문이 오늘은 “최정윤, 웨딩 티아라 무력 7억원? 재벌가 며느리는 달라”(한국일보 리뷰스타 2012.4.18)라며 재벌가의 결혼에 감탄을 자아냈다. 조선일보는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기획을 통해 무력감과 박탈감을 모두 딛고 일어서려는 젊은이들을 응원하겠다고 포부를 다짐했다. 그러나 같은 언론계열사의 “전지현 110평-29억 신혼빌라 내부공개 ‘눈이 황홀’”(스포츠 조선 2012.4.19)이라는 기사는 많은 평범한 신혼부부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줬다. 낭비에 물든 결혼식 문화를 집중 조명했던 KBS, SBS또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 전지현의 화려한 결혼을 소개하기 바빴다.

매일경제에서는 훨씬 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럭셔리 웨딩...일생에 한 번, 더 특별하고 고급스럽게”(MK뉴스 2012.4.3) 결혼할 것을 부추기면서 “이해할 수 없이 비싼 결혼식 ‘예비부부 넌 내 봉이야’”(MK 스포츠 2012.4.10) 라며 호화스러운 결혼식을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매일경제 4월3일자 기사에서는“특급호텔 웨딩도 점점 고급화되고 있다.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은 뉴욕 상류층 웨딩을 기획한 웨딩 플래너 정리 씨가 콘셉트를 잡아준다.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일본 정상급 꽃 장식 전문 브랜드인 `히비야 카단`에서 컨설팅을 받는다.” 라고 고급 웨딩문화를 소개했다. 

연예인의 결혼식, 럭셔리한 결혼식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허례허식으로 물든 결혼식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도 연예인 결혼과 같은 자극적인 기사들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권익위는 지난 6일 “대중매체가 재벌가, 연예인의 호화 결혼식을 자주 소개해 국민들의 눈높이와 기대심리가 높아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범람하는 재벌가, 연예인 호화결혼식 소식에  과도한 결혼비용에 대한 문제의식은 물거품이 되서 사라지고 그들을 따라하고 싶은 허영심만 남는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 사공들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배가 제대로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를 띄우는 일에도 마음을 합치는 것이 중요한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오죽할까? 언론의 결혼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결혼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해결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정말로 언론이 결혼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다른 '말'을 하는 입을 점검하고 서로서로 입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사람들도 허영에 물든 결혼문화에 대해 하나 된 목소리로 비판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