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중 한 명인 김재연 당선자가 당의 사퇴 권고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청년비례대표 후보 경선의 경우 100% 온라인선거로 이루어져 조작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5일 전국운영위원회의를 열어 4명의 대표단 총사퇴와 비례대표 후보 14명 전원 사퇴 권고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어 김 당선자처럼 거부할 경우 당이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출당 조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지만 당이 대의를 위해 비례대표 1석을 포기하면서까지 결정한 쇄신안에 20대 청년후보 앞장서지 못할망정 반발하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김 당선자는 통합진보당이 총선 전략의 하나로 기획한 청년비례대표 경선으로 국회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어 더 아쉽고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심정에 백분 공감한다 해도 누구보다 먼저 사퇴 권고 거부 기자회견을 한 사실은 실망을 가져다준다. 민주당과 진보당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보고 싶었던 건 청년 정치인들에게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 있는 그는 사퇴 거부 의사를 공공연하게 드러낸 당권파 소속 당선자들, 끝까지 버티기로 일관했던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들과 닮은 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당선자 자신이 비판했던 구태정치를 스스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3번 김재연씨가 6일 국회에서 '사퇴거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 경향신문


더 큰 문제는 김재연 당선자의 행동 때문에 20‧30대 청년세대 전반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비례대표는 청년세대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국회에 직접 나서 의제화하고 정책을 만들어 해결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청년세대들의 대표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김 당선자 혼자 힘으로 비례대표가 된 게 아니며 청년세대의 대표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고 있는 건 자신의 밥그릇에 연연하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김 당선자가 진보당 당권파 유력 인사를 대신해 전면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파벌싸움에 동참한다는 측면에서 청년세대에 누가 되는 건 마찬가지다. 

김재연 당선자에게 당이 출당 조치가 내린다 해도 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세대들이 겨우 얻어낸 기회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민주당의 다른 청년비례대표들에게 미치는 파장도 있을 것이다. 거리시위가 아닌 정책과 제도를 통해 청년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김 당선자는 청년들만이 할 수 있는, 그래서 청년의 정치참여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진보의 환골탈태를 위해 사퇴하겠다"라는 말로 충분하다. 그렇게 해서 당 파벌싸움에서도 자유로운 처지가 된다면 청년들은 당신을 지지할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다. 그건 자기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