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일간지(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 사설란이 빛난다. 같은 주제를 두고 이렇게 ‘각자의 입장’이 빛난 것도 오랜만이다. 흔한 분류법으로, ‘조중동’과 ‘한겨레와 경향’으로 묶이기에는 무언가 아쉽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부정 경선 사태는 5개 일간지의 미묘한 혹은 거대한 차이점을 보여줬다. 한 사건을 두고 5개 일간지가 이렇게 집요하고 광범위하게 파고든 기회, 흔치 않다. 신문별로 ‘각자의 입장’을 정리했다.

   북한과 연계 수위  비판 수위
 동아  최상 상 
 조선  상  최상 
 중앙  하 상 
 한겨레  하 상 
 경향  하 중 

먼저 간단한 설명을 하고 들어가자. 제일 보수적인 곳부터 제일 진보적인 곳까지 정리를 해보았다.

이번 통진당 사태를 두고 종북의 굴레를 가장 두텁게 씌운 곳은 동아일보였다. 비판의 수위도 매우 높았다. 그렇기에 가장 우향우한 곳으로 선정했다. 다음으로 비판의 선정성이 높기는 했지만 주사파세력의 국가권력 쟁취 의심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조선이 2등을 차지했다. 조선은 오히려 통진당 사태를 중심으로 민주통합당과 지식인으로 비판대상을 확대했다. 중앙은 내용면에서 한겨레보다 비판의 수위가 높았지만 종북 프레임을 중점으로 통진당 사태를 바라보지 않았기에 3등이다. 한겨레는 이전보다 진보진영에 거침없는 비판을 내놓았고 그 수위는 경향보다 높았기에 굳이 4등으로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경향은 통진당에 대한 배려가 더욱 직접적으로 눈에 띄었기에 제일 좌향좌한 곳으로 분류했다. 위의 순서대로 더욱 구체적인 설명을 개진해보자.




ⓒ 미디어오늘




-동아일보-

양적인 면에서도 단연 우위를 보인 곳이 동아일보다. 부정경선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주사파를 국회 보내려고 ‘부정 경선’한 통진당‘이라는 사설을 게재하더니 진상 조사 결과 발표 다음 날인 5월 3일부터 10일까지, 7일 동안 딱 하루(5.9)를 제외하고 매일 통진당을 비판했다. 5월 15일자까지 합하면 부정 경선 사건을 두고 비판한 것만 8번.

3.30 [사설]통진당 이석기 후보 ‘北 조직원’ 진상 밝혀야
4.18 [사설]통합진보당, 북한의 지침 따르는지 밝혀라
4.26 [사설]김선동식 종북정당이 ‘진보당’일 수 없는 이유

통진당이 종북 정당인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인 위의 3개 사설을 추가하면 통진당을 11번이나 비판했다.

이런 날선 비판 덕분인지 동아일보의 비판은 부정경선 사태에 머무르지 않는다.

5월 4일자 사설, ‘통진당, ‘독(毒)나무에 열린 독열매’ 따내는 게 답이다‘를 보면, ’통진당 당권파가 주사파 핵심을 국회에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의도가 수상쩍다.‘며 ’대남 공작원이었던 김동식 씨는 “북한은 폭동이나 전쟁 같은 방법으로 한 번에 (남한)정권을 바꾸는 일이 힘들어지자 선거로 국회에 진출해 서서히 정권을 뒤집자는 전략으로 수정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고 사설에 기술했다. 마치 이번 부정경선이 주사파가 국회에 들어가 정권을 쟁취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 것처럼 묘사했다.

5월 8일자 사설을 보자. ‘통진당이 ‘컴퓨터 부정투표’ 이석기 사수(死守)하는 이유‘에서는 ’이 당선자가 운동권 시절 활동했다는 NL계 ‘자주민주통일운동그룹(자민통)’은 철저한 비밀주의를 유지하는 지하조직의 성격이 강했다. 자민통 강령과 규약은 북한의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을 닮았다고 한다.‘고 서술했다. 역시, 통진당의 이석기 당선자가 북한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통진당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추종 주체사상파(주사파)가 중심인 민주노동당 세력’(5월 3일), ‘당권파는 과거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한 운동권의 NL(민족해방)계가 주축이다’, ‘ 민주적 절차를 외면하는 행태는 북한을 빼닮았다.’(이상 5월 7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종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정경선 자체의 비민주적인 행태를 넘어 통진당 내 주사파 그리고 종북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그러한 주사파의 의도가 국가 권력 획득에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김으로써 마치 이번 부정경선이 주사파의 오래된 계획이었다는 느낌까지 들게할 정도다.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주사파에 주목해서 조금 더 자극적인 추측으로 나아갔다면 조선일보는 통진당 사태를 두고 비판의 대상을 확장하고 있다.

5월 5일자 사설, ‘진보당이란 괴물(怪物) 감싸고 키운 세력은 누구인가’를 보면 ‘민주당과 진보 지식인들은 이번 경선 부정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이런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는 듯한 쇼를 하고 있다.’며 현태 사태가 커진 데는 민주당과 진보 지식인의 침묵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5월 14일자 사설, ‘진보당 종북(從北) 사교(邪敎) 집단의 광기(狂氣)’에서는 ‘민주당은 이 사이비 정치 집단과 12월 대선에서도 연대를 하고 공동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생각에 지금도 변화가 없는지 국민 앞에 가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민주당에 날을 세우고 있다.

이외에도 ‘[사설] 노무현 정권 특별사면이 '이석기 국회의원' 만들어’, ‘민주(民主), 주사파(主思派)에게 국회 교두보 마련해준 책임 무겁다’(5.16)도 있다.

북한과의 연결 또한 잊지 않고 있다.

5월 3일자 사설, ‘진보당, 북한식 투표 흉내 내려면 '진보' 간판 내리라’에서는 ‘진보당이 21세기 지구 상에선 북한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투표 흉내를 내려면 '진보' 간판부터 내려야 한다.’고 비판한다.

5월 7일자 사설, ‘진보당 당권파, 정말 부정(不正) 없었으면 자청(自請)해 수사받으라’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邪惡)한 체제인 북한을 옹호하고 대변해온 세력답게 부정투표로 당원들의 권리를 유린하는 정치행태 역시 북한을 닮았다.’고 비판함으로써 한발 더 나아간다.

무엇보다도 5월 9일자 ‘이런 진보당이 ‘진보’라면 세계가 웃을 것‘에서는 ‘이런 정당은 사라져 주는 것이 한국 진보의 내일을 위해 더 좋을 것이다.’라며 통진당이 아예 없어져야 하는 존재라고 못 박기까지 한다.

조선일보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그 선정성이 극에 달했는데, ‘진보당, 북한식 투표 흉내 내려면 '진보' 간판 내리라’, ‘진보당이란 괴물(怪物) 감싸고 키운 세력은 누구인가’, ‘이런 진보당이 '進步'라면 세계가 웃을 것’까지 제목만 보자면 이번 통진당 사태에 가장 강렬하게 반응한 언론사가 되겠다.


-중앙일보-

중앙은 앞선 동아와 조선보다는 매우 온건했다.

5월 3일자 사설, ‘진보당, 부정선거 수사 의뢰하라.’에서 ‘보수세력과 여당의 잘못은 양파껍질처럼 벗겨내면서 정작 자신들의 것은 화투패처럼 숨기고 있다. ‘통합모순당’이다‘라고 말하고

5월 5일자 사설 ‘진보당은 공당 자격 있는가’에서는 ‘통합진보당의 경선 부정 실태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과연 정당으로서 기본 자격을 갖추었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날을 세우지만,

5월 8일자 사설, ‘진보의 비판도 외면하는 진보당’에서 ‘진보당 당권파는 30년 전 운동권 시절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상은 달라졌다.’고 비교적 온건하게 비판의 수위를 낮추었다.

그리고 5월 12일자 사설, ‘진보당, 왜 애국가 안 부르나’에 가서는 ‘이번 논란이 ‘성역 없는’ 내부 토론을 통해 투명한 대중 정당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보수지에서는 유일하게 쇄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중앙일보의 사설은 제목 자체도 온건했지만 내용면에서도 종북에 대한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당내 민주주의와 당내 관습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조선, 동아와 분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또한 쇄신에 대한 기대를 사설 말미에 집어넣음으로써 흔히 진보지로 평가받는 언론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겨레-

한겨레는 비판은 하되 쇄신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는 않았다. 거의 모든 사설은 쇄신에 대한 기대로 끝났다.

5월 2일자 사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출 부정, 후보 교체도 불사해야’에서 ‘이번 부정 조사는 신뢰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문제를 낱낱이 드러내놓고 반성하고 재출발해야 한다.’며 부정경선 사태 첫날부터 분명히 쇄신에 대한 기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5월 14일자 사설까지 변함이 없다. 물론, 비판할 것은 비판했다. ‘자파끼리 똘똘 뭉쳐 무슨 회의투쟁 하듯 일사불란하게 회의를 방해하는 모습은 80년대 운동권 일각의 후진적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5월 7일)와 같은 날선 비판까지 나왔다.

특이한 점은 한겨레의 보수 언론 비판이다.

5월 9일자 사설, ‘통합진보당, 당원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추라’에서 ‘통합진보당 사태 와중에 일부 보수언론들이 몇몇 인사들의 과거 행적을 들춰내 마녀사냥식 사상검증을 벌이는 것은 꼴불견이다.’라며 보수 언론에 대한 비판을 잠시 하더니,

5월 11일자 사설, ‘통합진보당에 대한 실체 없는 색깔론 공세’에서는 아예 ‘수구언론의 색깔 덧씌우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아예 통합진보당을 ‘간첩의 소굴’로 몰아가겠다는 기세다.‘라며 ’철 지난 색깔론 공세는 너무나 치졸하고 비겁하다‘고 지적한다.

조선일보가 지식인 그룹과 민주당으로 비판한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한겨레는 통진당 사태는 분명 잘못됐지만 이것을 ‘색깔론’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에 대해서 날을 세움으로써 통진당 사태의 변질을 걱정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

경향신문의 사설엔 유독 ‘기대’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많이 나온다. 관련 사설도 4개로 제일 적다.

5월 3일자 사설, ‘통합진보당은 진정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나’에서 ‘우리가 진보정치·정당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야권의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의 선전에서 위로를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진보에 우리는 많은 기대를 걸게 된다.’라며 통진당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음을 강조한다.

5월 7일자 사설 ‘진보당 당권파, 파국을 자초할 셈인가’에서는 ‘진보당이 묵과할 수 없는 대형사고를 쳤음에도 수습에 나서는 그들을 지켜보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며 아직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나아가, 5월 12일자 사설, ‘진보정당과 애국가’에서는 ‘진보정당은 보수정당에는 없는 고유한 문화를 갖고 있고, 다수 대중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당내 비례대표 선거부정 사태로 당의 존립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한 통합진보당에서 애국가 문제가 불거진 것은 다소 생뚱맞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하며 통진당에 대한 배려의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종국에 가서는 ‘통합진보당이 진정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한다면 자신들만의 좁은 우물에서 과감히 뛰쳐나와 대중의 열망과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권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한 5월 14일자 사설, ‘낡은 진보가 죽어야 새로운 진보가 산다’의 ‘참담한 심경과 함께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낡은 진보에 조종(弔鐘)을 울리고 새로운 진보의 싹을 틔우는 데 진보진영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에서처럼 비판도 잊지 않고 있다.

대체적으로 진보 진영 내 비판자 역할을 했던 경향이 이번에는 조금 온건해졌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비판은 있었지만 전과 같은 날선 비판은 보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