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울병원 20층, VIP병동이다. 외부인은 복도에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으며, 인터폰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어야만 출입이 허가되는 ‘24시간 철통보안’을 자랑하는 곳이다. 하루 입원비만 50만~70만원에 달하며, 소파와 TV가 있는 응접실과 샤워실이 있다. 그리고 이 곳에는 파이시티 인허가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된 최시중씨가 있다.

최씨가 거물이긴 거물이었나 보다. 분명히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던 사람이 어느새 ‘쥐도새도 모르게’ 빠져나가서 ‘호화 병실’에서 머물고 있으니 말이다. 법원조차 그가 구치소를 나간 것을 모르고 있었다. 판사가 ‘구속집행정지’를 내려서 나간 것이 아니라, 구치소장이 외부진료를 결정할 수 있는 법에 따라 구치소장의 직권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씨의 변호인조차 최씨가 구치소에서 나가기 2시간 전에 ‘구속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다고 한다. 변호사도 설마 구치소장 권한으로 나갈지는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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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조사가 시작되고 구치소에 들어가니, 돌연 수술을 받아야겠다는 것도 왠지 뻔뻔해 보이는데, 일반적인 절차조차 밟지 않고 구치소를 빠져나온 것이다. 최씨는 '분', '초'가 중요한 긴급환자도 아니었다. 아무리 합법적인 수순이었다고 해도, 법원도 모르게 구치소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과연 일반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구치소를 나갈 수 있었을까? 최씨에게 특혜가 주어진 거라고 생각 될 수밖에 없다.

최씨가 있는 삼성서울병원 VIP 병동에 비슷한 처지의 친구 두 명이 있는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천신일씨와 박연차씨다. 천신일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현 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박연차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서, 참여정부시절 정·재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천신일씨는 알선수재죄, 박연차씨는 탈세와 뇌물공여죄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들도 지병을 이유로 VIP 병동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적적하지 않게 함께 모여서 민화투라도 칠 수 있게, 한 곳에서 모이도록 결의라도 한 모양이다.

검찰조사 받을 때마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복을 입고 ‘쇼’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실형을 선고받아도 아프다고 병원으로 도망쳐버리는 일이 생기고 있다. 더구나 최씨는 형이 집행되기도 전, 수사 중에 수술을 해버리고 병원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죄를 지었다고 해도 치료받을 권리는 있으며, 수감 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아플 경우 병원에 입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씨처럼 멀쩡하던 사람이, 구치소에 있은지 3주만에 나가서 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죄값을 치러야 할 사람들이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는 VIP 병동에 있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씨가 얼마나 아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 사회도 그 때문에 많이 아프다. '최시중의 방통위'는 종편을 허용하면서 대자본을 가진 보수 언론사들이 방송시장까지 진출하는데 큰 혜택을 줬다. 나아가 KBS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키는데 앞장서고, KBS MBC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면서 지상파 공영방송을 친정부 언론 기관으로 전락시켰다. 또한 인터넷의 정보 영향력이 커지자, ‘인터넷 실명제’, ‘사이버 모욕제’ 도입을 통해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MB 정권의 언론·정보 장악 움직임이 사실상 최씨의 손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렇듯 최씨는 언론자유를 억압하면서,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한 주범이나 다름없다. 그런 그가 자기만 아프다고 ‘꼼수’를 부리려고 하니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는 것이다. 최씨는 의사가 치료해주겠지만, 한국 사회는 누가 치료해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