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지독한 수준이다. 2003년 외환은행 주식을 2조 1549억원에 사들여 올 2월 3조 9156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한 속칭 ‘먹튀자본’ 론스타 얘기다. 주주 배당금을 합쳐 4조 6634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투자기간 동안 한국정부의 부당한 행정 조치로 인해 손해를 봤다며 협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외환은행 주식 매각시 정부에 낸 3915억원, 매각이 지연되고 협상대상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주식 가치가 하락해 떨어진 매각가 등에 대한 보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30일, 론스타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현지 정부의 차별적 정책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을 때 국제중재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한미FTA의 독소조항으로 논란이 돼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론스타가 제기하는 ISD는 벨기에와의 투자보장협정에 따른 것이며, 중재 개시 6개월 전에 한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실제 중재 과정은 11월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론스타의 소송 선례로 보아 승산이 크지는 않지만, 대선 정국과 겹친 중재 시기가 론스타에 이득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자칫하다간 ‘먹튀’ 당한 것도 모자라 세금까지 빼앗겨 간도 쓸개도 다 내줄지 모르는 위기다.

ⓒ 참여연대



정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법무부, 외교통상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일단은 정부의 의지대로 외국자본 론스타가 결과적으로 탈세를 저지르는 상황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는 초국적 경제의 시대에 한국이 국민경제 주권을 지켜낼 수 있는 나라인지 아닌지를 드러내는 잣대가 될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ISD 조항과 관련해서도, 국내에서 ISD에 의해 해외 투자자가 승소하는 선례가 만들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외국자본들의 투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국내 산업에 도움이 되는 투자가 아닌, ‘돈 놓고 돈 먹는’ 식의 투기가 성행하게 되는 상황을 이번에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이에 더해, 세계화와 개방 경제, 신자유주의 등의 영향력 아래에서 만들어진 ISD 제도와 같은 국내 경제의 근간을 흔들 가능성이 있는 조항을 포함한 국제 협정들에 대해서도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허술한 세법도 함께 검토해, 애초에 외국자본의 먹튀를 도와줄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개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서민경제는 어렵게 하고, 외국자본에는 속수무책인 정부의 무력한 모습이 아닌 론스타를 비롯한 외국자본의 탐욕을 과감히 잘라낼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