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새로운 연재, 언론유감!
수많은 언론들에서 날이면 날마다 다뤄지고 있는 20대, 청년, 대학생 관련 기사들. 20대를 주목하고 다그치고 때로는 힐난하는 기사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요? 20대에 대한 왜곡된 시선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20대를 요리하는 키보드 위의 손끝들을 20대의 손으로 처단합니다! 매주 20대, 청년, 대학생 키워드로 보도된 기사들 중 어떤 기사가 좋고 어떤 기사가 구린지 알아보는 ‘언론유감’ 연재입니다.


Good
"학자금대출 받은 청춘, 졸업후 소득 적어"(동아일보)

서울의 한 여대를 다니던 정모 씨(24)는 지난해 군소 언론사와 홍보대행사 4곳에 합격했지만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 그는 대학 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없다. ‘스펙’을 쌓기 위해 해외 자원봉사나 공모전에 공을 들였고 각종 학원비로 월 100만 원 이상을 썼다. 그 덕분에 토익은 두 차례 만점, 학점도 만점에 가까웠다. 아버지가 대학교수라 집안 형편이 넉넉하기에 가능했다. 반면에 김모 씨(28)는 2년 전 K대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세 번이나 직장을 옮겼다. 그가 제대할 즈음 아버지가 쓰러져 무일푼이 되자 신약 임상시험 대상 아르바이트까지 할 정도로 안 해본 일이 없다. 토익은 학원비가 없어 시험만 세 번 치러 800점대 초반에 머물렀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1800만 원의 학자금 대출 원리금을 떠안아 취업이 급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19일 ‘대학 학비 조달 방식과 노동시장의 성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학 등록금을 부모에게서 받은 학생에 비해 대출로 조달한 학생은 토익점수, 학점, 월평균 소득이 모두 떨어진다고 밝혔다.

등록금이 단순한 20대의 권익문제 그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기사에 제시된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 부모에게서 충분한 지원을 받는 20대는 아르바이트 대신 스펙에 집중할 수 있다. 반면 등록금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20대는 많은 시간을 임상시험 등의 아르바이트에 써야 했다. 졸업 후에도 전자는 대학원진학을 고려하지만, 후자는 대출금상환에 사회로 떠밀린다. 부모 잘못만난 죄로 취업준비레이스에서 아르바이트라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또 패자부활전의 기회도 갖지 못하는 셈이다. 이처럼 현재의 등록금문제는 기회불균등의 아이콘이며 계층이동의 장애물이다.


cool
[별별시선]"잘하려고 하지 마"(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6182107075&code=990100

주문은 다시 첫마디로 돌아가요. “잘하려고 하지 마. 결국엔 다 실패하는 거야. 그냥 해. 실패하려고 하는 거야. 그냥 하고 실패해. 그럼 되기 시작해.”
요즘 청년들 보니 생애 첫 20년 이상 일방향으로 달려온 인생궤도를 어떻게든 각도 틀려는 사례가 느는 것 같더군요. 경제적 손익계산 없이 모임을 찾아다니고 모르는 이들과 어울리는 친목과 사교 차원의 사회적 동아리 활동이 번성하는 게 그래요.
이렇듯 새로 등장한 사회적 흐름에 한 발 담그고도 실은 홀로 멘붕 몸살을 앓느라 안간힘 쓰는 청년들에게 꼭 나누고픈 한마디는 댄스든 창업이든 축제든 뭘 하든 “잘하려고 하지 마”예요. “하면 된다”는 토건시대의 멘털이 최종 붕괴한 다음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대안적 삶을 탐색하면서도 자칫 ‘일단 잘하려고 애쓰기’의 덫에 발목부터 잡힐 수 있으니까요.

"잘하려고 하지 마"라니, 잘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20대들에게 역설적으로 크게 닿는 말이다. 한국의 20대들은 잘하지 않으면 낙오된다. 수능을 잘 봐야 들어올 수 있는 대학,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대평가. 친구보다 레포트를 잘 써야 좋은학점을 받고 다른 지원자들보다 잘 해야 공모전에서 입상한다. 좋은학벌도, 학점도, 공모전입상도 없다면? 비정규직의 나락이다. 이런 비극적 상황은 기성세대들의 산물이니 20대만의 연대를 만들라는, 즉 잘하려고 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위 오피니언의 주장은 물론 이상적이다. 그러나 의미있다. 사회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사회비판에도 힘이 실리는 것 아니겠는가.
 


Bad
日 대학생 취업 눈높이 낮춰… 입사선호 이젠 中企>대기업(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20618/47112906/1

일본의 오랜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 눈높이를 낮췄다. 일본은 대졸 취업자가 대기업 입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대기업 취직이 갈수록 힘들어지자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입사 선호기업 조사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앞섰다. 14년 만이다.
일본의 청년 구직자들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선호하게 된 것은 선배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목격하면서 현실지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0대 취업난의 근본적 문제는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이다. 대통령이 젊은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했다가 비난을 받은 이유도 같다.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눈높이를 낮추고 중소기업에 입사하라는 주문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위의 기사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취업눈높이를 낮추었다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현실지향으로 돌아섰다"라는 표현이 "주제를 알았다"로 해석된다면 비약일까. 물론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좋은 일자리들이 방치되어있기도 하다. 그러나 소수일 뿐이다. 누구보다 취업을 바라는 20대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데에는 그럴만 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Terrorist
[@뉴스룸/박중현]인생을 낭비시킨 죄(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20619/47144122/1

한국 청소년이나 청년층의 경우 미국과는 전혀 다른 낭비가 더 큰 문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청년 한 명이 4년제 대학 진학으로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등록금과 4년간 다른 일을 해 벌 수 있었던 임금손실을 합해 1억1960만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낭비는 경제(economy)의 적대적 개념이다.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생산 소비 분배의 전 과정에서 낭비를 없애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제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대학교육은 비(非)경제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졸업자의 42% 정도가 실업자거나, 학력을 낮춰 취업하는 등 ‘과잉학력’ 문제를 겪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다. 우리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의 한계를 초과한 대학졸업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이 19대 국회에 ‘1호 법안’으로 낸 반값등록금 방안을 생각하면 착잡해진다. 대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야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진학의 기회비용을 낮추면 과잉학력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과거 정치권의 대중영합주의와 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에 대해 그들이 제기할 죄목은 바로 ‘내 젊은 날의 인생을 낭비시킨 죄’가 될 것이다.

제대로 된 테러리스트가 나왔다. 이주의 언론유감 중 이미 Good과 Bad를 가져간 동아일보의 오피니언이다. 대학졸업자의 상당수가 실업자거나 학력을 낮춰 취업하는 현상을 근거로 과잉학력을 주장한다.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의 수에 비해 대학졸업자의 수가 과다하다는 주장, 그래서 일부 대학생들이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묻고 싶다. 대학생들이 실업에 빠지고 학력을 낮춰 취업하는 비극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과연 '괜찮은 일자리'의 수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위의 오피니언은 반값등록금 법안이 더 많은 인생을 낭비시킬거라 비판한다. 그러나 이미 확인한 바 있듯 등록금은 계층이동의 장애물이다. 과잉학력을 이유로 등록금인하를 반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주장이다. 문제는 학력의 과잉이 아니다.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