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새로운 연재, 언론유감!
수많은 언론들에서 날이면 날마다 다뤄지고 있는 20대, 청년, 대학생 관련 기사들. 20대를 주목하고 다그치고 때로는 힐난하는 기사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요? 20대에 대한 왜곡된 시선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20대를 요리하는 키보드 위의 손끝들을 20대의 손으로 처단합니다! 매주 20대, 청년, 대학생 키워드로 보도된 기사들 중 어떤 기사가 좋고 어떤 기사가 구린지 알아보는 ‘언론유감’ 연재입니다.


언론유감


Good
도 넘은 대학가 성희롱 실태 (국민일보)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191701&cp=nv
B씨는 국내 유명 사립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런데 지난 1월 지도교수가 ‘모텔에서 논문 지도를 하겠다’며 단 둘이 만나자고 요구했다. 깜짝 놀란 B씨는 이를 거부했고, 지난 3월 피해 학생 3명과 함께 학내 성폭력상담소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것은 고통의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이후 해당 교수는 사과는커녕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B씨가 ‘꽃뱀’이라고 소문을 냈다. 결국 B씨는 울며 지도교수를 바꿔야 했다.
 

전문가들은 학내에도 서열이나 권력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면 주위 동료들도 힘이 되는 증언을 해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해자가 권력이나 지위를 악용해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피해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경우도 많아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지 활동가는 “교수나 선배 등이 가해자인 경우 문제제기 자체가 어렵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피해자 스스로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가의 성희롱 실태를 고발한 국민일보 기사가 이 주의 좋은 기사다. 동기 여학생을 성희롱한 의대생이 얼마 전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대학 교수가 여학생을 성희롱하는 일도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는 대학 내 성희롱 사건은 사실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기사는 대학가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들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대학가 성희롱은 권력 관계나 입장 때문에 문제 제기도 어렵고, 학내 제도나 시설로는 제대로 된 보호도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기사가 대학가 성희롱 문제를 고발한데서 그치지 않고, 개선점이나 대책을 제시해 줬다면 더 훌륭한 기사가 됐을 것이다.

 


Cool
‘해도 너무 한’ 서울시·의회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62901071143175002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시의원 보좌업무를 했던 청년인턴들의 임금 지불 의무를 떠넘겼던 서울시 관할 복지관이 대부분 영세한 비영리법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지난 7대 시의회 임기 중에도 시의원들을 도운 사무직원(청년인턴) 임금을 산하기관에서 대납하도록 한 것이 드러나 시가 공공연히 시의회의 편법적 보좌진 운영을 조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복지관 관계자는 “대체로 복지관 직원들 수가 20명이 되지 않는데 매월 127만 원 상당이 고정 인건비로 들어가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청년인턴 가운데 복지관으로 출근 중인 A 씨는 “인턴들 대부분이 출근하는 복지관 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 내부 직원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어떤 인턴은 앉아 있을 자리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복지관으로 계약 변경한 인턴 역시 본래 시 상임위에서 맡기로 한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희망플러스 통장 및 꿈나래통장 수혜 대상자 사례 관리’라는 극히 제한된 단순 업무를 맡고 있어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턴 자리는 넘쳐난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전공을 실무에 직접 활용해보고, 회사의 분위기를 직접 체감하며 배운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는 인턴 자리는 얼마나 될까.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시의원 보좌업무를 했던 청년인턴들을 서울 관할 복지관에 임금 지불 의무를 떠넘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임금 문제로 청년 인턴들이 자리를 옮겼고, 그렇게 맡은 일 또한 전공에 어울리지 않아 그야말로 이름뿐인 인턴이다. 떠밀리듯 온 청년인턴들이나 이들을 떠맡은 비영리법인이나 떨떠름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공공 기관이 채용하는 인턴직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범람하는 인턴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언론의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


Bad
청년실업과 대학교육 (전북도민일보)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5064
모두가 청년실업을 걱정하고, 대학 경쟁력 평가도 학생취업률을 중시하여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실상 중요한 부분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만약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적이 저조한 학생이 교수에게 연락하여 가정형편이나 장학금, 또는 취업을 핑계로 좋은 학점을 부탁했다고 치자. 이는 자격 없는 학생이 교수에게 학점을 구걸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 채 우리 학생들을 채용해서 월급을 주라는 것은, 학생들의 취업을 기업에 구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사의 이치는 갑과 을이 존재한다. 을은 갑의 요구가 상식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따르는 게 당연하다. 대학교육이 왜 전공과 교양으로 나뉘어 있겠는가. 바로 그 전공이란 것은 사회가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분야의 인재로 길러내는 가르침을 말하는 것이다. 즉 甲이 필요로 하는 乙을 만들어 냄으로써, 구걸이 아닌 당당한 취업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한데 그러한 근본적인 개선노력을 게을리 한 채 '청년취업 2000사업'과 같은 허울 좋은 이름을 붙여 청년들을 '끼워 팔기 식'으로 취업시키는 것은 일시적인 고용수치 개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싶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내놓은 청년실업 대책이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는 필자의 비판에 공감한다. 하지만 필자가 설정해놓은 갑-을 관계 논리에는 도무지 설득될 수 없다. 갑과 을이 존재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며, 모든 ‘을’들은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한 ‘갑’의 요구를 따라야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대학교육은 ‘갑’인 기업(고용주)이 필요로 하는 인재로 ‘을’인 대학생들을 길러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학은 취업양성소가 아니다. 아무리 대학이 고등학교와 취업 사이에 놓인 중간 과정쯤으로만 취급받는 현실이라도, 대학의 목적은 학문과 진리 탐구다.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 교육, 취업을 위해 존재하는 대학 교육을 우리 사회는 경계하고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진단이 중요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대학교육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전세계 경제적 불안과 고용없는 성장, 고학력, 정부의 청년실업대책 실패가 주요 원인이다.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책을 촉구하기보다 대학과 대학생들이 ‘취업 구걸’만 하고 있다며 나무라고 있는 이 칼럼이 이번 주의 Bad기사다.


Terrorist
여름방학에 V라인 미인으로 변신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health/201206/h2012062614084084530.htm
대학생 A양(21)은 이번 여름방학에 꿈에 그리던 광대와 사각턱 수술을 앞두고 기쁨에 들떠 있다. A양은 보름달이라는 별명으로 평생 살아왔다. 넙적하고 밋밋하게 보이는 턱과 툭 불거져 나온 광대로 인해 멀리서도 환하게 보인다며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작은 얼굴이 환영받는 시대에 보름달이라는 별명은 그녀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
 

비단 A양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툭 불거진 얼굴을 가진 여성들은 얼굴 자체가 실제보다 커 보여 달라붙는 옷을 입으면 얼굴이 더욱 부각되어 보이고, 헐렁한 옷을 입으면 커 보이는 얼굴 때문에 상대적으로 뚱뚱해 보인다. 그래서 자신감 회복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얼굴뼈를 수술하려는 여성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사각턱 수술의 경우 귀 끝에서부터 이어지는 옆선부터 턱선 모두 넓은 경우에는 옆선의 각진 부분을 절제하는 동시에 정면의 넓은 턱 끝 부분까지 모아주는 V라인 사각턱수술로 얼굴형 전체를 갸름한 얼굴형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언론에서 ‘20대’, ‘대학생’을 키워드로 하는 기사는 적다. 그 많지 않은 기사 중에서도 몇 가지는 20대가 직면한 문제나 부조리를 고발하기보다, 그저 소비자로만 인식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익명의 대학생 A씨를 내세워 ‘V라인 사각턱수술’과 ‘동안광대수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성형수술이나 성형수술을 하는 대학생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기사는 성형수술의 장점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턱뼈를 한 번에 돌려 깎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가 되는 귀 밑의 턱과 앞턱만을 개선하기 때문에 신경손상의 위험이 적고 턱끝의 길이와 위치를 조정할 수 있어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기사를 보고 외모에 고민이 있는 모든 20대들이 룰루랄라 성형외과로 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V라인 수술은 부작용이 없고, 이 수술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인식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기사가 제공하는 정보는 다른 정보보다 믿을만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을 두고 마음 편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방학기간이 적격’이라며 방학을 맞는 대학생들에게 성형수술을 부추긴다. 이쯤 되면 기사가 아니라 노골적인 광고다.
 

기사의 얼굴을 한 광고의 속내를 우리 스스로 간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심지어 몇몇 기사는 아주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기사 흉내를 내고 있다. <고함20>은 이런 기사들을 찾아내서 유감을 표하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