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캠퍼스는 낭만 그 자체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할까? 학기 중 대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학점과 각종 스펙 등 자기계발의 대부분인 공부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현실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취업난과 각종 국가시험들로 인해 자기계발인지도 헷갈리는 맹목적인 투자와 더불어 학점을 잘 받기 위한 경쟁의 울타리 안에 좋든 싫든 속박 받으며 대학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물론 공부는 중요하다. 외국인 승려 현각씨가 저술한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책과 나카지마다카시 씨가 저술한 ‘20대 공부에 미쳐라.’라는 책에서 보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20대 대학생 신분에서는 공부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지님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무턱대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의 본질을 찾는데 있다고 생각한다.대학교육의 본래 목적은 자기의 적성과 재능에 맞는 학문을 보다 심층적으로 탐구하여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진리를 탐구하는데 있다. 대학에서의 교수들은 시험, 과제 등은 평가방법의 한차원이며 학생의 자율성을 통한 가치 창출로서의 의미로 여러 과제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런 형식적인 평가방법들은 학생들을 학점 경쟁에만 몰두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진리탐구의 목적보다는 학점을 잘 따기 위해 형식적인 공부에 보다 열중하고, 이력서에 추가할 스펙을 늘리는데 애를 쓰는 것 같다. 박해민 군(독어독문학 전공, 24) 은 대학공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독일어가 가지고 있는 음운론적인 의미와 중세 독일의 소설문학에 관한 심도 있는 이해를 하고 싶지만, 형식적인 학과수업으로는 전혀 그러한 의문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소영 양(사회학 전공, 23)은 “대학공부 자체가 너무 형식적으로 변질되어 단순히 학점만 얻기 위함으로 변질된지 오래인 것 같으며, 지나치게 많은 과제는 오히려 제대로 된 대학공부 보다는 업무보고식, 보여주기식 인듯한 느낌이 든다.”고 언급했다. 다른 의견들 역시 대학공부가 진리탐구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형식적인 절차로써 지금까지 변질되어 온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이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할 수 없는 활동에 목을 메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별다른 목적의식 없이 이력서에 활동이력을 추가해나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의해 이것 저것 지원해보는 대학생들도 꽤 많은 것으로 보인다. 최선정 양(경영학 전공, 22)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경영에 관한 원론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고, 기업체에서 주관하는 홍보대사나 프로그램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이유는 대학 교육 역시 학창시절 교육과 비슷하게 변질되어 가고 있으며, 기업체 활동을 하면 활동경력에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잘 와닿았기 때문에 활동에 열을 올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쯤되면 대학교육의 기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단순히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관문 정도로 한정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취업을, 그리고 공무원 등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일만한 성과가 필요한 사회의 성과주의적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보여진다.


학점과 각종 스펙에서 자유로운 대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회적인 구조가 이러한 풍조를 조장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해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학벌과 능력중심의 사회적인 분위기는 젊은세대에게 끝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에 취업할 때 이력서를 쓸 때부터 출신학교, 학점, 각종 활동경력등을 개개인의 능력으로 치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너나할것 없이 경쟁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초점을 잃은채 맹목적으로 떠밀려 성과를 달성하기 만을 위해서 살 수는 없다. 자기자신을 차근차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너무 휘둘려서 수동적으로 열심히 살아왔다. 우리는 20대이고, 아직 보고 즐기고 노력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를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대학생들이 대학교라는 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누리고,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내공을 쌓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