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화면을 누른다. 카카오톡을 실행한다. 새 메시지는 한 개도 없다. 아까 분명 두 사람한테 카톡을 보냈는데 왜 답장이 없는 거지? 지금 읽고 있긴 한 거야? 1:1 채팅방에 들어가 본다. 아직 ‘1’이라는 글자가 사라지지 않았다. 상대방이 아직 메시지를 수신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표시다. 다른 채팅방에 들어가 봤다. ‘1’이라는 글자가 없다. 아니, 지금 읽어놓고도 내 카톡을 무시하는 거야? ‘왜 카톡 씹냐’를 보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넘겨야 쿨하게 보일지 고민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고민의 와중에도 아직 ‘1’이 사라지지 않은 채팅방을 들락날락하며 상대방이 도대체 왜 확인을 안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한다.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나서 사람들은 문자메시지 대신 모바일메신저를 이용한다. 와이파이 존에서는 공짜로 이용 가능하고, 80자라는 문자 분량의 제한도 없으며 실시간으로 채팅을 하는, 그러니까 상대와 조금 ‘더’ 연결된 느낌을 주는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자 시대와 ‘카톡 시대’에 달라진 점 중 하나가 바로 ‘수신확인’ 기능의 유무이다. 문자메시지의 경우 문자를 전송한 순간 그 메시지는 ‘내 손’을 떠난다. 상대가 읽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으며, 전송이 제대로 되었는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참동안 문자 답장이 없는 친구에게 ‘왜 답장 안 해?’라고 다시 문자를 보냈을 때, ‘엥? 문자 온 것 없는데?’ 라는 답이 돌아와도 속아줘야 하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메신저들은 이러한 꼼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전송이 되었는지, 상대가 확인했는지의 여부를 모두 다 ‘투명하게’ 공개한다.


수신확인 기능의 역사, 트릭으로 시작되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진화’의 역사에서 수신확인 기능이 최초로 도입된 것은 이메일 서비스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메일을 보내는 웹서비스 규약인 SMTP(Simple Mail Transfer Protocol)는 수신 확인을 위한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다. 초기에는 수신확인 기능이 없었지만, 상대가 읽었는지 아닌지를 궁금해 하는 인간의 욕망이 수신확인 기능을 탄생시켰다.

초창기의 수신확인 기능은 같은 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끼리만 가능했다. 한메일 유저가 한메일 유저에게 메일을 보낸 경우에는 수신확인이 가능하지만, 네이버 메일 유저에게 메일을 보낸 경우에는 정보를 얻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메일 서버가 수신자의 메일 정보를 알 방법이 없으므로 당연한 이치라고 볼 수 있다. 아웃룩 익스프레스(Outlook Express)와 같은 이메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은 ‘읽음 확인 메일 요청’이라는 기능을 만들어, 수신자가 메일을 읽은 경우 그 정보를 담은 메일이 자동 반송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기능 역시 메일 서버에 따라 그 활용도가 천차만별인 상황이었다.

메일 서버가 달라도 통하는 ‘무적 수신확인 기능’은 트릭에서 출발했다. 다음, 네이버 등의 이메일 서비스 업자들은 메일에 ‘스파이 이미지’를 숨기는 방법으로 수신확인 기능을 도입했다. 우리가 평상시 보내는 이메일에는 우리가 작성한 메시지 외에도 특정한 URL로 진입을 시도하는 이미지가 우리도 모르게 함께 동봉되어 있다. 이 이미지는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송신자도, 수신자도 눈치를 챌 수 없다. 수신자가 무심코 메일을 여는 순간 이 ‘스파이 이미지’를 같이 열게 되고 송신자의 서버는 이미지가 열렸다는 사실을 통해 수신확인에 성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자기 정보 결정권’

그러나 이메일 수신확인의 경우 국산 이메일 서비스들은 대부분 제공하는 기능이지만 외국 이메일 서비스 업자들은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메일(Gmail), 핫메일(hotmail) 등이 대표적이다. 스파이 이미지를 보내는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수신확인 기능이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수신자의 수신확인 정보를 송신자에게 알려주게 되면, 송신자가 수신자가 언제 주로 이메일을 이용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함께 습득할 수 있는 등 수신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들이 새어 나가게 된다. 스팸 메일을 보내는 스패머들에게도 악용될 소지가 크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는 메일 이용자의 ‘자기 정보 결정권’과 어긋나는 기능이 이 ‘수신확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웹 이용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메일 서비스 업체들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수신확인 기능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수신확인용 ‘스파이 이미지’에 대처하는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수신확인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외국산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수신확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아웃룩 익스프레스를 이용해 이메일을 확인한다. 스파이 이미지를 확인하지 않기 위해 모든 이메일에 첨부된 이미지를 불러오지 않도록 설정을 해 두기도 한다. 대학생 조원준 씨는 “수신확인 기능이 있더라도, 최근 몇몇 이메일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것처럼 다시 ‘안읽음’ 상태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메신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모바일메신저들이 메시지를 수신하면 자동으로 송신자에게 정보가 전달되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헤어진 옛 연인이나, 혹은 업무 시간 외에도 메시지를 보내오는 직장 상사, 다시 연락하고 싶지 않은 소개팅 파트너 등의 메시지를 읽으면 ‘왜 답장이 없냐는’ 불편한 메시지가 추가로 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틈새를 공략하여 등장한 ‘카톡 몰래보기’, ‘톡 몰래모아’와 같은 수신확인 기능을 차단하는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은 각각 수십만 건의 다운로드수를 기록하고 있다.



수신확인 기능, 부메랑 되어 짜증으로 돌아오다

우리는 대부분 수신확인 기능을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긴다.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곱씹어 생각해보면 수신확인이 없거나 있거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수신확인 기능이 없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상대에게서 답장이 오래도록 오지 않으면, 모바일메신저나 메일 말고 전화 같이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단으로 다시 연락을 해서 확인을 해 보면 된다. 수신확인 기능이 있을 때 나아지는 것은 있는가? 상대가 수신확인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더라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면 결론은 똑같다. 왜 답장이 오지 않는지 연락을 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수신확인 기능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상대의 수신확인 정보를 얻음으로써 얻는 것은 편리함이 아니라 짜증이다. 상대가 수신확인을 했는데 답장이 오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상대가 수신확인을 안 하고 있어도 짜증이 난다. 어쩌면 상대방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에 카카오톡의 1:1 채팅창을, 메일의 수신확인 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리며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고, 답답해하고, 속상해하며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대가 읽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욕망이 만들어낸 ‘트릭’으로 시작되었던 수신확인 기능이 이제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잡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 정보 결정권’이라는 개념이 편리함의 탈을 쓴 수신확인 기능에 의해 천대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한 때다.